개인의 목소리에는 한계가 있다. 사회라는 큰 구조 속에서 변화를 만들어내려면, 여러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실천을 지지하고 함께 단단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각자의 고민과 경험을 나누고, 개별적인 목소리들이 모여 더 큰 울림이 되는 지점, 바로 아티스트 콜렉티브가 가진 힘이다. 이번 글에서는 예술가들이 어떻게 집단으로 조직되고, 그 과정에서 어떤 창의성과 저항이 생겨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2인 이상의 예술가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공동의 이념적·미학적 목표를 위해
하나의 집합체를 형성하여 활동하는 비정형적 예술가 집단.’
- 이민아. (2024). 아티스트 콜렉티브의 비-위계적 참여와 협업에 관한 쟁점 연구 - 터너상 수상작들을 중심으로 -. 예술경영연구, 72, 39-70.
이는 단순히 여럿이 모여 일하는 방식을 넘어,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협업하며 개별 작가의 이름보다는 팀 전체의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특징이다. 개별 창작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본과 제도권 중심의 예술 시장에서 벗어나 자립적인 창작 환경을 구축하고자 (작가를 포함하여 기획, 관객, 지역사회 구성원 등의)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흩어진다. 그들은 주로 사회적·정치적 메시지를 증폭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흐름의 초기에는 기존 예술 제도에 대한 저항과 사회 변화를 열망하는 사람들의 움직임에서 시작된다.
1) 초기 형성(1920년대): 미래주의와 다다이즘 운동에서 그 초석을 찾을 수 있다. 당시 예술가들은 개별 작업 대신 집단행동을 택해 기성 사회와 예술의 틀을 깨고자 했다. 두 운동은 훗날 1960년대의 플럭서스(Fluxus)와 2000년대 현대 예술 콜렉티브들이 “예술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집단적 실천"이라는 개념을 확립하는 데 결정적인 토대가 된다.
구분
미래주의 (Futurism)
다다이즘(Dadaism)
등장 배경
산업화된 근대문명의 예찬
제1차 세계 대전의 비극에 대한 냉소
태도
공격적, 선동적, 남성 중심적
허무주의적, 반항적, 유희적
예술관
새로운 질서와 기술의 숭배
모든 기존 가치와 질서의 파괴
영향
예술의 정치화, 집단 행동주의
개념 미술의 시초, 예술과 삶의 경계 허물기
2) 현대적 부활(1960~80년대): 민권 운동, 페미니즘, 반전 운동 등 사회적 격변기에 정치적 목소리를 내기 위해 활성화되었다.
3) 자생적 흐름(1990년대~현재): 예술 공공 기금이 부족한 환경에서 작가들이 스스로 전시 공간을 만들거나(작가 운영 공간), 대규모 프로젝트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실천적 협력 모델로 정착한다. 과거의 콜렉티브가 선언적이고 정치적인 성격이 강했다면, 요즘의 콜렉티브는 기술 전문가, 기획자 등이 결합하여 장르 간 경계를 허무는 유연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이 흐름을 통해 예술은 단순한 감상 대상에서 벗어나 대중이 직접 참여하는 사회적 실천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60년대, 그리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대표적인 외국 아티스트 콜렉티브들을 찾아 보았다.
1. 플럭서스(Fluxus, 1960-1970)
‘흐르다’, ‘변화'를 뜻하는 라틴어 ‘Flux’에서 유래한 플럭서스는, 예술을 고정된 객체가 아닌 유동적인 과정이나 사건으로 보았다. "모든 삶이 예술이고, 누구나 예술가다."라는 신조 아래, 박물관에 박제된 예술과 상업적 시장에 반대했다. 그들은 진지하고 엄숙한 예술 대신, 장난스럽고 가벼우며 유머러스한 태도를 견지하여 대중과의 거리를 좁혔다.
플럭서스 콘서트 거리 이벤트 포스터, 1964
리투아니아 출신의 조지 마키우나스(George Maciunas)가 1962년 플럭서스 페스티벌 (Fluxus Festivals)의 초청장 문구에서 Fluxus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 페스티벌은 독일 비스바덴을 시작으로 유럽 전역에서 열린 공연 시리즈로, 기존의 음악회 형식을 파괴하고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콜렉티브의 등장을 알렸다.
플럭서스는 독일과 뉴욕, 파리, 런던, 일본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거의 동시에 나타났는데, 이는 플럭서스 작가들이 여행과 서신 교환 등을 통한 교류를 활발히 했기 때문이다.
엽서 형태의 콜라주(Collage)나 소규모 작품을, 우편을 이용해서 상호 교류를 많이 했는데, 이를 'Mail Art'라고 한다. 플럭서스는 처음에는 미술에서 출발하였으나, 곧 예술의 어느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콘서트, 이벤트, 출판 등에 이르기까지 이용이 되는 전반적인 예술운동이 되었다. 플럭서스의 정신은 이후 2000년대 등장한 루앙루파, 슈퍼플렉스와 같은 팀들이 예술을 통해 사회 시스템에 개입하고 공동체와 협업하는 방식에 직접적인 영감을 주었다.
대표적인 플럭서스 예술가들과 활동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관련 자료는 첨부한 사이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뉴욕에서 결성된 익명의 페미니스트 예술가 콜렉티브로, 1984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열린 《국제 회화 조각전》이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당시 전시에 참여한 작가 169명 중 여성은 단 13명에 불과했으며, 유색인 작가는 그보다 더 적었다. 이에 분노한 여성 예술가들이 모여 자신을 ‘미술계의 양심’이라 칭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미술계 내의 성차별과 인종차별을 통계와 유머를 통해 폭로하는 활동을 펼쳐왔다.
대중 앞에서 활동할 때는 항상 고릴라 가면을 쓴다. 가면은 익명으로 활동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지만, 그렇다고 고릴라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던 건 아니다. 활동 방법을 고심하던 중 한 멤버가 '게릴라(guerrilla)'라고 악필로 남긴 메모를 다른 멤버가 '고릴라(gorilla)'로 잘못 읽은 해프닝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는 개인의 정체성보다 메시지에 집중하게 하기 위함이며, 인터뷰 등에서는 프리다 칼로 등 이미 사망한 여성 예술가의 이름을 가명으로 사용한다. 또한 그들은 단순한 감정적 호소가 아닌, 철저히 조사된 데이터와 통계를 근거로 삼아, 광고 스타일의 강렬한 문구와 유머러스한 비유로 풀어내 대중에게 전달한다. 포스트, 빌보드, 스티커, 거리 시위 등 대중 친화적인 매체를 사용하여 미술관 밖의 시민들과 직접 소통한다.
<여성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들어가려면 누드여야만 하는가?>는 앵그르의 <그랑드 오달리스크>에 고릴라 가면을 씌운 포스터로, 미술관 소장품 중 여성 작가는 5% 미만이지만 누드화 모델의 85%가 여성인 현실을 풍자한 그들의 대표작이다.
<여성 예술가가 되면 좋은 점>, 1988
<여성 예술가가 되면 좋은 점>에서는 "80세가 넘어서도 경력이 향상될 것을 확신하며 작업할 수 있다." 등 예술계의 성차별적 구조를 역설적으로 비꼰 텍스트 작품이다. 2026년 현재까지도 게릴라 걸스는 창립 40주년을 맞아 대규모 아카이브 전시를 여는 등, 여전히 미술계와 문화 전반의 불평등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인도 뉴델리에서 결성된 3인조 예술가 집단으로, 21세기 아시아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지적이고 영향력 있는 콜렉티브 중 하나다. '락스(Raqs)'는 아랍어, 페르시아어, 우르두어로 '춤추는 상태' 또는 '수피교도의 명상적 춤'을 의미한다. 이는 이들이 추구하는 사유의 역동성과 끊임없는 변화를 상징하고 있다. 지베쉬 바그치(Jeebesh Bagchi), 모니카 나룰라(Monica Narula), 슈다브라타 센굽타(Shuddhabrata Sengupta)로 구성된 이들은 예술가일 뿐만 아니라 큐레이터, 철학자, 연구자로서 활동한다. 핵심 주제는 시간의 개념, 역사적 기억, 전 지구적 자본주의, 도시 생태계, 그리고 '경계'에 대해 탐구한다. 특히 서구 중심의 서사에서 벗어나 인도와 아시아의 맥락에서 현대성을 재해석하고 있다.
2000년에는 뉴델리 개발도상국 연구센터 내에 '사라이(Sarai)'라는 뉴미디어 연구소를 공동 설립하여 예술과 사회과학, 기술이 결합한 개방적인 플랫폼을 구축하며 인도의 디지털 문화를 끌어내기도 하고, 2008년 마니페스타 7(Manifesto 7) 큐레이팅, 2020년 요코하마 트리엔날레 예술 감독 등 세계적인 비엔날레의 기획자로서도 활발히 활동하며 콜렉티브의 영역을 확장했다.
락스 미디어 콜렉티브는 2000년대 이후 '연구 기반 예술(Research-based Art)'의 전형을 제시했다. 단순히 시각적 결과물을 만드는 것을 넘어, 방대한 자료 조사와 인문학적 성찰을 통해 예술을 하나의 '지식 생산 과정'으로 격상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이후 등장하는 많은 아시아 콜렉티브들에게 이론적, 실천적 영감을 주었다. Raqs Media Collective 공식 웹사이트에서 그들의 방대한 아카이브를 확인할 수 있다.
덴마크 왕립예술학교 출신의 3명의 남성은 1993년 당시 명문 미술학교가 추앙하는 '천재 미술가'로서의 개별 활동을 거부하고, 함께 '예술'이라는 것을 도모하기로 뜻을 모은다. 스웨덴의 어느 오두막에서 일주일을 함께 보내며 방향을 모색했지만, 명확한 답을 얻지 못한 채 돌아오는 길에 탔던 배 'Superflex Bravo'에서 전환점을 맞닥뜨린다. 주황색 점프수트를 입은 승무원들의 모습이 90년대 뮤직비디오 속 댄서들처럼 멋있어 보였고, 이에 큰 영감을 받은 청년들은 자신들의 예술 그룹 이름을 'Superflex'로 짓고 똑같이 주황색 점프수트를 맞춰 입기로 결정한다.
Superflex Instagram Profile photo
수퍼플렉스는 예술을 사회 변화를 위한 '도구'로 보는 관점을 바탕으로, 경제적 구조, 민주주의, 자본주의 등 거시적인 사회 시스템을 비판적으로 탐구한다. 유머와 풍자를 사용하여 관객이 사회 문제에 대해 재고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이들의 작업 방식이다.
<Free Shop>은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을 무료로 제공하는 프로젝트이다. '사전 공지나 설명 없이 일정 기간 동안 상품과 서비스의 금전적 가치가 무효화된다. 고객이 계산대에 도착하면 계산대에 올려놓는 모든 상품의 총액은 0이 되어 혼란스러워하는 고객들 중 일부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내는 반면, 어떤 고객들은 즐거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상점 주인과 계산원들은 자유롭게 물건을 나눠주고, 평소의 구매와 판매 관행을 잠시 중단하는 것을 반긴다. 하지만 마치 공짜 뷔페처럼 보이는 이 쇼핑은 더 큰 금융 위기의 신호일 수도 있다.' 라는 수퍼플렉스의 작품 설명을 보면, 절대 가볍게 여길 수 없는 내용을 가지고 유머스럽게 일상에 침투한 그들의 방식이 경이롭게 느껴진다.
이들의 정체성에 관해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면 3인으로 구성된 수퍼플렉스는 'Superflex are'보다 'Superflex is'가 더 좋다고 인터뷰에서 답변했다. 하나의 독립체로서, 일절 개인 활동 없이 컬렉티브로서만 일한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는 것 같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퍼플렉스라는 하나의 집단체로서의 지속 가능성을 몸소 증명해온 팀이 아닐까.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결성하여, 인도네시아어로 '예술 공간' 또는 '공간의 형태'를 의미하며, 예술가 주도의 비영리 공간을 운영하며 도시와 문화 이슈를 탐구한다. 특히 예술 공적 기금이 부족한 환경에서 자생적으로 성장하여 국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2022년 카셀 도큐멘타의 예술 감독을 맡아 큰 반향을 일으켰다. 도큐멘타는 기본의 유럽 백인 남성의 총감독을 주로 뽑았기에.
“저희는 도큐멘타 15의 100일이라는 기간을 넘어 지속적으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세계 지향적이고 협력적이며 학제적인 예술 및 문화 플랫폼을 만들고자 합니다. 저희의 큐레이팅 접근 방식은 경제적인 측면과 아울러 아이디어, 지식, 프로그램, 혁신 측면에서도 자원 활용에 있어 기존과는 다른 협력 모델을 지향합니다." - 루앙루파
그들은 지역사회 기반 조직들의 네트워크를 핵심 가치로 두었고, 인도네시아어로 ‘룸붕( lumbung )으로 요약할 수 있다. 룸붕은 직역하면 '쌀 창고'라는 뜻으로, 인도네시아 농촌 지역에서 공동체가 생산한 작물을 미래에 공유할 공동 자원으로 저장하고 공동으로 결정한 기준에 따라 분배하는 공동 저장고 또는 축적 시스템을 의미한다. 루앙루파는 룸붕을 모델로 삼아, 도큐멘타 15는 공유지의 논리에 따라 운영되는 공동 자원 저장소로 바라보았다. (https://www.ruangrupa.org/en/selected-project/lumbung-one-documenta-fifteen)
카셀 도큐멘타 15는 전시는 다양한 워크숍과 공연, 토론이 함께 진행되었다. 관람자와의 소통을 통해 공개적인 장으로서 역할을 유도했다. 동시에 개막 초기부터 반유대주의적인 이미지가 들어간 작품으로 논란이 되었다. 그 작품은 결국 3일 만에 철거했다.
아무튼 다시 돌아와서 루앙루파 자체의 동시대적 의미나 역할은 서구 미술계에 신선한 대안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커뮤니티를 주도하고, 지식과 기술 공유, 그리고 40명이 넘는 멤버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협업하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개인 작가 중심의 기존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집단 창작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개인의 목소리에는 한계가 있다. 사회라는 큰 구조 속에서 변화를 만들어내려면, 여러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실천을 지지하고 함께 단단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각자의 고민과 경험을 나누고, 개별적인 목소리들이 모여 더 큰 울림이 되는 지점, 바로 아티스트 콜렉티브가 가진 힘이다. 이번 글에서는 예술가들이 어떻게 집단으로 조직되고, 그 과정에서 어떤 창의성과 저항이 생겨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이는 단순히 여럿이 모여 일하는 방식을 넘어,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협업하며 개별 작가의 이름보다는 팀 전체의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특징이다. 개별 창작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본과 제도권 중심의 예술 시장에서 벗어나 자립적인 창작 환경을 구축하고자 (작가를 포함하여 기획, 관객, 지역사회 구성원 등의)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흩어진다. 그들은 주로 사회적·정치적 메시지를 증폭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흐름의 초기에는 기존 예술 제도에 대한 저항과 사회 변화를 열망하는 사람들의 움직임에서 시작된다.
1) 초기 형성(1920년대): 미래주의와 다다이즘 운동에서 그 초석을 찾을 수 있다. 당시 예술가들은 개별 작업 대신 집단행동을 택해 기성 사회와 예술의 틀을 깨고자 했다. 두 운동은 훗날 1960년대의 플럭서스(Fluxus)와 2000년대 현대 예술 콜렉티브들이 “예술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집단적 실천"이라는 개념을 확립하는 데 결정적인 토대가 된다.
구분
미래주의 (Futurism)
다다이즘(Dadaism)
등장 배경
산업화된 근대문명의 예찬
제1차 세계 대전의 비극에 대한 냉소
태도
공격적, 선동적, 남성 중심적
허무주의적, 반항적, 유희적
예술관
새로운 질서와 기술의 숭배
모든 기존 가치와 질서의 파괴
영향
예술의 정치화, 집단 행동주의
개념 미술의 시초, 예술과 삶의 경계 허물기
2) 현대적 부활(1960~80년대): 민권 운동, 페미니즘, 반전 운동 등 사회적 격변기에 정치적 목소리를 내기 위해 활성화되었다.
3) 자생적 흐름(1990년대~현재): 예술 공공 기금이 부족한 환경에서 작가들이 스스로 전시 공간을 만들거나(작가 운영 공간), 대규모 프로젝트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실천적 협력 모델로 정착한다. 과거의 콜렉티브가 선언적이고 정치적인 성격이 강했다면, 요즘의 콜렉티브는 기술 전문가, 기획자 등이 결합하여 장르 간 경계를 허무는 유연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이 흐름을 통해 예술은 단순한 감상 대상에서 벗어나 대중이 직접 참여하는 사회적 실천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60년대, 그리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대표적인 외국 아티스트 콜렉티브들을 찾아 보았다.
1. 플럭서스(Fluxus, 1960-1970)
‘흐르다’, ‘변화'를 뜻하는 라틴어 ‘Flux’에서 유래한 플럭서스는, 예술을 고정된 객체가 아닌 유동적인 과정이나 사건으로 보았다. "모든 삶이 예술이고, 누구나 예술가다."라는 신조 아래, 박물관에 박제된 예술과 상업적 시장에 반대했다. 그들은 진지하고 엄숙한 예술 대신, 장난스럽고 가벼우며 유머러스한 태도를 견지하여 대중과의 거리를 좁혔다.
플럭서스 콘서트 거리 이벤트 포스터, 1964
리투아니아 출신의 조지 마키우나스(George Maciunas)가 1962년 플럭서스 페스티벌 (Fluxus Festivals)의 초청장 문구에서 Fluxus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 페스티벌은 독일 비스바덴을 시작으로 유럽 전역에서 열린 공연 시리즈로, 기존의 음악회 형식을 파괴하고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콜렉티브의 등장을 알렸다.
플럭서스는 독일과 뉴욕, 파리, 런던, 일본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거의 동시에 나타났는데, 이는 플럭서스 작가들이 여행과 서신 교환 등을 통한 교류를 활발히 했기 때문이다.
Mail Art (https://www.on-curating.org/issue-51-reader/mail-art-and-fluxus-an-antic-exhibition-from-1982.html)
엽서 형태의 콜라주(Collage)나 소규모 작품을, 우편을 이용해서 상호 교류를 많이 했는데, 이를 'Mail Art'라고 한다. 플럭서스는 처음에는 미술에서 출발하였으나, 곧 예술의 어느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콘서트, 이벤트, 출판 등에 이르기까지 이용이 되는 전반적인 예술운동이 되었다. 플럭서스의 정신은 이후 2000년대 등장한 루앙루파, 슈퍼플렉스와 같은 팀들이 예술을 통해 사회 시스템에 개입하고 공동체와 협업하는 방식에 직접적인 영감을 주었다.
대표적인 플럭서스 예술가들과 활동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관련 자료는 첨부한 사이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콜렉티브의 철학을 집대성한 문서로, "살아있는 예술, 반-예술적 현실을 촉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https://georgemaciunas.com/about/cv/manifesto-i/)
: 무대 위 작가의 옷을 관객들이 가위로 직접 잘라가게 한 퍼포먼스로, 관객의 참여와 권력 관계를 탐구했다.
(https://youtu.be/2Sa1y-PAAzE?si=f823KPybpeB2AzNX)
: 바이올린을 줄에 묶어 바닥에 끌고 가거나 천천히 들어 올려 내리치는 행위를 통해 기존 클래식 음악의 권위를 파괴했다.
(https://www.facebook.com/watch/?v=939857666997634)
: 도시 곳곳에 나무와 현무암을 심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사회적 조각'이라는 콜렉티브적 실천의 정점을 보여주었다. (https://www.artgallery.nsw.gov.au/collection/works/65.2022.a-b/)
2. 게릴라 걸스 (Guerrilla Girls, 1985-), https://www.guerrillagirls.com/
뉴욕에서 결성된 익명의 페미니스트 예술가 콜렉티브로, 1984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열린 《국제 회화 조각전》이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당시 전시에 참여한 작가 169명 중 여성은 단 13명에 불과했으며, 유색인 작가는 그보다 더 적었다. 이에 분노한 여성 예술가들이 모여 자신을 ‘미술계의 양심’이라 칭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미술계 내의 성차별과 인종차별을 통계와 유머를 통해 폭로하는 활동을 펼쳐왔다.
고릴라 가면을 쓴 게릴라 걸스 (https://somewind.tistory.com/69)
대중 앞에서 활동할 때는 항상 고릴라 가면을 쓴다. 가면은 익명으로 활동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지만, 그렇다고 고릴라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던 건 아니다. 활동 방법을 고심하던 중 한 멤버가 '게릴라(guerrilla)'라고 악필로 남긴 메모를 다른 멤버가 '고릴라(gorilla)'로 잘못 읽은 해프닝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는 개인의 정체성보다 메시지에 집중하게 하기 위함이며, 인터뷰 등에서는 프리다 칼로 등 이미 사망한 여성 예술가의 이름을 가명으로 사용한다. 또한 그들은 단순한 감정적 호소가 아닌, 철저히 조사된 데이터와 통계를 근거로 삼아, 광고 스타일의 강렬한 문구와 유머러스한 비유로 풀어내 대중에게 전달한다. 포스트, 빌보드, 스티커, 거리 시위 등 대중 친화적인 매체를 사용하여 미술관 밖의 시민들과 직접 소통한다.
앵그르의 <그랑드 오달리스크>, 1814 / 게릴라 걸스, <여성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들어가려면 누드여야만 하는가?>, 1989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60903)
<여성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들어가려면 누드여야만 하는가?>는 앵그르의 <그랑드 오달리스크>에 고릴라 가면을 씌운 포스터로, 미술관 소장품 중 여성 작가는 5% 미만이지만 누드화 모델의 85%가 여성인 현실을 풍자한 그들의 대표작이다.
<여성 예술가가 되면 좋은 점>, 1988
<여성 예술가가 되면 좋은 점>에서는 "80세가 넘어서도 경력이 향상될 것을 확신하며 작업할 수 있다." 등 예술계의 성차별적 구조를 역설적으로 비꼰 텍스트 작품이다. 2026년 현재까지도 게릴라 걸스는 창립 40주년을 맞아 대규모 아카이브 전시를 여는 등, 여전히 미술계와 문화 전반의 불평등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3. 락스 미디어 콜렉티브(Raqs Media Collective, 1992-), https://www.raqsmediacollective.net/
인도 뉴델리에서 결성된 3인조 예술가 집단으로, 21세기 아시아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지적이고 영향력 있는 콜렉티브 중 하나다. '락스(Raqs)'는 아랍어, 페르시아어, 우르두어로 '춤추는 상태' 또는 '수피교도의 명상적 춤'을 의미한다. 이는 이들이 추구하는 사유의 역동성과 끊임없는 변화를 상징하고 있다. 지베쉬 바그치(Jeebesh Bagchi), 모니카 나룰라(Monica Narula), 슈다브라타 센굽타(Shuddhabrata Sengupta)로 구성된 이들은 예술가일 뿐만 아니라 큐레이터, 철학자, 연구자로서 활동한다. 핵심 주제는 시간의 개념, 역사적 기억, 전 지구적 자본주의, 도시 생태계, 그리고 '경계'에 대해 탐구한다. 특히 서구 중심의 서사에서 벗어나 인도와 아시아의 맥락에서 현대성을 재해석하고 있다.
2000년에는 뉴델리 개발도상국 연구센터 내에 '사라이(Sarai)'라는 뉴미디어 연구소를 공동 설립하여 예술과 사회과학, 기술이 결합한 개방적인 플랫폼을 구축하며 인도의 디지털 문화를 끌어내기도 하고, 2008년 마니페스타 7(Manifesto 7) 큐레이팅, 2020년 요코하마 트리엔날레 예술 감독 등 세계적인 비엔날레의 기획자로서도 활발히 활동하며 콜렉티브의 영역을 확장했다.
락스 미디어 콜렉티브는 2000년대 이후 '연구 기반 예술(Research-based Art)'의 전형을 제시했다. 단순히 시각적 결과물을 만드는 것을 넘어, 방대한 자료 조사와 인문학적 성찰을 통해 예술을 하나의 '지식 생산 과정'으로 격상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이후 등장하는 많은 아시아 콜렉티브들에게 이론적, 실천적 영감을 주었다. Raqs Media Collective 공식 웹사이트에서 그들의 방대한 아카이브를 확인할 수 있다.
락스 미디어 콜렉티브 개인전 《Everything Else is Ordinary》, 2018, 뒤셀도르프 21세기 미술관
(https://works.raqsmediacollective.net/index.php/2018/10/11/raqs-media-collective/9923)
4. 수퍼플렉스 (SUPERFLEX, 1993-), https://superflex.net/
덴마크 왕립예술학교 출신의 3명의 남성은 1993년 당시 명문 미술학교가 추앙하는 '천재 미술가'로서의 개별 활동을 거부하고, 함께 '예술'이라는 것을 도모하기로 뜻을 모은다. 스웨덴의 어느 오두막에서 일주일을 함께 보내며 방향을 모색했지만, 명확한 답을 얻지 못한 채 돌아오는 길에 탔던 배 'Superflex Bravo'에서 전환점을 맞닥뜨린다. 주황색 점프수트를 입은 승무원들의 모습이 90년대 뮤직비디오 속 댄서들처럼 멋있어 보였고, 이에 큰 영감을 받은 청년들은 자신들의 예술 그룹 이름을 'Superflex'로 짓고 똑같이 주황색 점프수트를 맞춰 입기로 결정한다.
Superflex Instagram Profile photo
수퍼플렉스는 예술을 사회 변화를 위한 '도구'로 보는 관점을 바탕으로, 경제적 구조, 민주주의, 자본주의 등 거시적인 사회 시스템을 비판적으로 탐구한다. 유머와 풍자를 사용하여 관객이 사회 문제에 대해 재고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이들의 작업 방식이다.
2003년 모리 미술관에서 열린 '행복' 전시의 일환으로 도쿄 패밀리마트 편의점에서 진행된 'Free Shop'. 사진: Kioku Keizo
(https://superflex.net/works/free_shop)
<Free Shop>은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을 무료로 제공하는 프로젝트이다. '사전 공지나 설명 없이 일정 기간 동안 상품과 서비스의 금전적 가치가 무효화된다. 고객이 계산대에 도착하면 계산대에 올려놓는 모든 상품의 총액은 0이 되어 혼란스러워하는 고객들 중 일부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내는 반면, 어떤 고객들은 즐거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상점 주인과 계산원들은 자유롭게 물건을 나눠주고, 평소의 구매와 판매 관행을 잠시 중단하는 것을 반긴다. 하지만 마치 공짜 뷔페처럼 보이는 이 쇼핑은 더 큰 금융 위기의 신호일 수도 있다.' 라는 수퍼플렉스의 작품 설명을 보면, 절대 가볍게 여길 수 없는 내용을 가지고 유머스럽게 일상에 침투한 그들의 방식이 경이롭게 느껴진다.
이들의 정체성에 관해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면 3인으로 구성된 수퍼플렉스는 'Superflex are'보다 'Superflex is'가 더 좋다고 인터뷰에서 답변했다. 하나의 독립체로서, 일절 개인 활동 없이 컬렉티브로서만 일한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는 것 같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퍼플렉스라는 하나의 집단체로서의 지속 가능성을 몸소 증명해온 팀이 아닐까.
5. 루앙루파 (ruangrupa, 2000년-), https://www.ruangrupa.org/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결성하여, 인도네시아어로 '예술 공간' 또는 '공간의 형태'를 의미하며, 예술가 주도의 비영리 공간을 운영하며 도시와 문화 이슈를 탐구한다. 특히 예술 공적 기금이 부족한 환경에서 자생적으로 성장하여 국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2022년 카셀 도큐멘타의 예술 감독을 맡아 큰 반향을 일으켰다. 도큐멘타는 기본의 유럽 백인 남성의 총감독을 주로 뽑았기에.
그들은 지역사회 기반 조직들의 네트워크를 핵심 가치로 두었고, 인도네시아어로 ‘룸붕( lumbung )으로 요약할 수 있다. 룸붕은 직역하면 '쌀 창고'라는 뜻으로, 인도네시아 농촌 지역에서 공동체가 생산한 작물을 미래에 공유할 공동 자원으로 저장하고 공동으로 결정한 기준에 따라 분배하는 공동 저장고 또는 축적 시스템을 의미한다. 루앙루파는 룸붕을 모델로 삼아, 도큐멘타 15는 공유지의 논리에 따라 운영되는 공동 자원 저장소로 바라보았다. (https://www.ruangrupa.org/en/selected-project/lumbung-one-documenta-fifteen)
카셀 도큐멘타 15는 전시는 다양한 워크숍과 공연, 토론이 함께 진행되었다. 관람자와의 소통을 통해 공개적인 장으로서 역할을 유도했다. 동시에 개막 초기부터 반유대주의적인 이미지가 들어간 작품으로 논란이 되었다. 그 작품은 결국 3일 만에 철거했다.
아무튼 다시 돌아와서 루앙루파 자체의 동시대적 의미나 역할은 서구 미술계에 신선한 대안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커뮤니티를 주도하고, 지식과 기술 공유, 그리고 40명이 넘는 멤버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협업하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개인 작가 중심의 기존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집단 창작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소개한 팀 외에도, 북아일랜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Array Collective (https://www.arraystudiosbelfast.com/), 뉴질랜드 마오리족 여성 작가들로 구성된 Mataaho Collective (https://www.mataahocollective.com/) 등 많은 동시대 작가는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연결되고 있다. 다음 글에서는 한국에는 어떤 아티스트 콜렉티브가 있는지, 그들의 현실적인 운영 방식이나 작업에 관해 이야기해 보겠다.
-
-
예술협회 아이테르 [ AITHER ] 부산전시관
문화예술기획
아이테르 AITHER
부산 갤러리/전시관
- 문화예술기획업
주소: (48737) 부산광역시 동구 범일로 65번길 21
주차: 진시장 공영주차장
서비스 운영시간: 월-토 10:00~18:00
연락처: 051-977-5272 | sck02145@naver.com | https://aither.kr/
팩스: 0504-322-2379
인스타그램: @aither.kr
유튜브: https://www.youtube.com/@AITHERART
[시설 안내]
4층, 전시 공간
5층, 라운지
6층, 창고
#신진 #작가 #art #artist #artwork #daily #미술 #painting #drawing #작품 #예술 #전시 #아트 #exhibition #일러스트 #서울 #전시회 #contemporaryart #현대미술 #그림 #아티스트 #seoul #조각 #oilpainting #예술가 #설치미술 #gallery #드로잉 #작가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