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내큘러(vernacular)'는 '태생의, 타고난, 현지의'를 뜻하는 native 혹은 '원산의, 토착의, 지역 고유의'라는 의미를 갖는 indigenous와 맥을 같이 한다. 이 용어는 라틴어 '베르나쿨루스(vernaculas)'에서 유래했는데, 이는 본래 토착어, 방언, 혹은 민간으로 전해 내려오는 일상의 양식을 뜻한다.
케임브리지 영어사전은 이 용어를 더욱 구체적으로 정의한다. 명사적으로는 특정 지역이나 사람들의 일상 언어, 특정 지역의 일상적인 건축 양식, 그리고 보통의 사람들에 의해 행해지거나 그들이 선호하는 예술, 음악, 춤 등을 의미한다. 형용사로서는 '지역의, 토착의, 토속의'라는 의미를 지닌다. 즉, 버내큘러는 외부에서 유입된 권위적인 양식이 아니라, 그 땅에서 자생적으로 피어난 '보통 사람들(ordinary people)'의 모든 생활 양식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2. 건축적 버내큘러와 지속가능성
이러한 어원적 배경을 바탕으로 한 건축적 버내큘러는 기후, 자원 가용성, 사회적 필요와 같은 지역 조건에 대한 지속적인 적응을 반영하고 대응하며 유기적으로 발전해 왔다. 이는 오늘날의 지속가능성 맥락 내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대표적으로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 전통 건축 기법, 문화적 표현을 설계와 건설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버내큘러는 표준화된 세계적 양식에서 벗어나 '장소 기반의 해결책'을 우선시하며,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고 지역 경제를 지원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지역 관행에 내재한 지혜를 인정하며, 인공적인 건축 환경과 주변 생태계 사이의 깊은 연결을 회복시킨다.
이러한 버내큘러의 원리는 현대에 이르러 단순한 '양식'을 넘어 동시대 미술의 핵심적인 방법론으로 확장된다. 미술가들은 산업화가 낳은, 매끈하고 표준화된 미학에 저항하기 위해 버내큘러적 태도를 보이며, 이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실천으로 이어진다.
- 물질의 복원: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재료 대신, 특정 지역의 흙이나 폐기된 목재 등 '장소의 서사'가 담긴 재료를 선택한다.
- 방법론의 전환: 작가 개인의 재능에 의존한 창작보다, 지역 공동체의 기술이나 오랜 시간 축적된 관습적 양식을 작업의 토대로 삼는다.
- 정체성의 탐구: 글로벌이라는 이름 아래 지워진 지역 고유의 목소리를 시각화하여, '그곳이 아니면 안 되는' 예술의 장소성을 회복한다.
구체적으로 이 맥락 속에서 버내큘러가 동시대 미술에 투영되는 양상과 예시를 4가지 축으로 정리할 수 있다.
1) 시간과 적응
건축에서부터 시작한 버내큘러는 한 명의 천재 설계자가 단기간에 완성한 결과물이 아니라, 수 세기에 걸쳐 기후와 인간의 생활 패턴에 맞춰 수정·누적된 지혜의 결과물이다. 이를 미학적으로 보면, ‘완결된 형태’보다는 생존을 위한 적응 ‘과정’ 자체가 아름다움의 근원이 된다. 다수의 예술가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물질이 부식되고 형태가 무너지는 필연적인 무질서의 과정을 거부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쇠퇴의 흔적을 수용하며, '완성된 결과물'이 아닌 '변화해 가는 물질의 생애'로서 버내큘러의 개념을 빌린다.
티에스터 게이츠는 ‘삶을 변화시키는 예술가’로 정의할 수 있다. 장식품으로 치부되기도 하는 미술에 대한 인식을 180도 뒤바꾸며, 예술을 통해 이웃에게 도움을, 폐허가 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실천하는 예술가이다.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도예가, 뮤지션, 디자이너, 도시계획가, 지역사회 조직가, 문화 기업인이 모두 그에게 붙는 호칭이다. 작가는 이 많은 수식어 중 ‘도예가’라는 단어를 즐겨 쓴다고 한다.
2024년, 《블랙 미스틱》, 가고시안 갤러리 르 부르제 파리, https://www.emergentmag.com/exhibitions/theaster-gates-at-le-bourget
가고시안 갤러리에서 2024년 티에스터 게이츠의 신작 전시 《블랙 미스틱》을 발표했다. 게이츠는 산업용 지붕재를 사용하여 타르 페인팅, 즉 "토치 작품"을 르 부르제 갤러리의 넓은 공간에 설치되는 기념비적인 태피스트리로 발전시켰다. 그의 타르 작업 전반을 아우르는 이번 작품들은 지붕 크기의 드로잉에 대한 그의 야심 찬 실험을 더 발전시킨 모습을 보여준다. 폴리에스터 매트 지붕재로 만들어진 이 작품들은 겹겹이 쌓이고 병치 된 색채의 복잡하고 콜라주 같은 구성을 보여주며, 재료를 접착하는 데 사용된 불꽃과 타르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이러한 변형 과정은 일반적으로 눈에 띄지 않는 중요한 기반 시설로서의 의미와 작가의 가문적 유산으로서의 의미를 동시에 담고 있다. 이 전시에는 작가가 전문 지붕 시공업자였던 돌아가신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타르 가마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게이츠에게 타르를 다루는 작업은 모더니즘 추상 미술과 공예 및 노동의 방식을 결합한 예술을 창조하는 수단인 동시에 아버지를 기리는 행위이기도 하다.
2) 장소의 고유성
세계화된 현대 건축이 점점 더 비슷한 모습인 것과 달리, 버내큘러는 '그곳의 재료'와 '그곳의 기술'만을 고집한다. 이는 특정 장소가 가진 지질학적, 사회적 맥락을 시각적으로 증명한다. 이는 1960년대 이후 등장한 '장소 특정적 미술'의 논리적 토대가 된다.
이승택(1932-) 전위미술가 이승택의 예술 세계 by W
이승택은 한국의 옹기, 밧줄, 돌과 같은 민속적인 사물을 현대 조각의 언어로 재해석하여, 한국의 토속적 문맥을 세계 현대 미술의 문법과 충돌시킨다. 1960년대 그는 새로운 재료 실험과 파격적인 설치 방식을 통해 당시 미술 제도가 요구한 조각 개념에 도전하였다. 당시 조각의 재료로 인지되지 못했던 전통 옹기에서부터 산업화 신소재였던 유리와 비닐, 일상 오브제인 연탄과 양철, 각목, 시멘트 등을 새로운 재료로 사용하였다.
1960년대 당시 미술계에서는 어떻게 왜색을 걷어내고, 한국 미술만의 정체성을 만들어 갈 것인지가 미술가들의 생각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재료로 만들어진 작품들을 좌대 없이 바닥에 놓거나, 비정형의 오브제로 천장에 매달거나, 탑 형태로 한 줄로 쌓아 올리는 등의 자유로운 설치 방식을 통해 기성 조각의 문법에서 탈피하기 시작하였다. 이승택이 몇십 년간 이어온 작업이 2023년 《Only the Young: Experimental Art in Korea, 1960s–1970s》(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에서 소개되면서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3) 가변적 공간
버내큘러 건축은 거주자의 필요에 따라 방을 덧붙이거나 용도를 바꾸는 등 '비결정적' 특성을 가진다. 확정된 기능에 갇히지 않고 사용자의 개입에 열려 있는 미학이다. 예술에서도 관객이 작품에 들어오거나 변형시킬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관계 미학'이나 '설치 미술'과 연결된다. (이전 글에서 등장했던 리크리트 티라바니자, 양혜규, 아티스트 콜렉티브들의 예시를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이 작품들은 공통적으로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이 녹아 있다.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성북동 전통 한옥에서 살았고, 미국과 영국 등에서 거주했다. 서구 도시의 고층 빌딩 사이에 한옥을 배치하여 이민자가 겪는 문화적 충돌과 위태로운 심리를 공간적 끼임으로 형상화한다.
"저에게 건물은 단순한 공간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물리적인 공간일 뿐만 아니라 은유적이고 심리적인 의미도 갖습니다."라고 그는 설명했다.
"저는 제 작품을 통해 에너지, 역사, 삶, 기억과 같은 무형의 요소들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브리징 홈, 런던'은 저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되었지만,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 되기를 바랍니다."
또 다른 시리즈로 반투명한 천으로 만들어진 벽은 안과 밖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관객은 작품 내부를 걸어 다니며 공간을 점유하고, 시선에 따라 공간의 형태는 끊임없이 재구성된다. 이는 공간이 작가에 의해 완성된 것이 아니라, 관객의 경험과 개입을 통해 완성된다.
4) 무심함과 미덕
한국적 맥락에서 강조되는 버내큘러 개념으로, '금방, 거칠게, 자연스러운'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는 낙천적이고 꾸밈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작품을 제작할 때 재료의 물성을 가공하지 않고 날것 그대로 드러내는 물질성 담론으로 이어진다.
윤형근(1928-2007)
윤형근과 도널드 저드
윤형근은 일제강점기와 유신체제 등 한국 현대사의 참혹한 고통과 울분을 예술로 승화시킨 작가이다. 마흔다섯이라는 늦은 나이에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한 그는 면포나 마포라는 가공되지 않은 바탕 위에 하늘의 색(Blue)과 땅의 색(Umber)을 섞어 만든 오묘한 검은색을 큰 붓으로 내려긋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세계, 즉 ‘천지문(天地門)’을 구축했다.
윤형근은 한국 전통의 소박하고 듬직한 미학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현대 회화 언어로 풀어내며 물질과 정신의 합일을 추구했다. 그의 작품은, 물감과 오일의 비율 및 천의 흡수력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보여준다. 층층이 쌓인 옅은 물성은 화면 속에 무한한 공간적 깊이감을 창출하며, 보는 사람에게 거대한 존재와 시간 속에서 명상에 잠기게 하는 숭고한 아우라를 선사한다.
버내큘러와 순수 예술은 전통적인 관점에서 대척점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대 미술에서는 그 경계가 점차 희미해지며 서로를 보완하고 확장하는 관계에 가깝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순수 예술은 엘리트적이고 고전적인 규범을 따르며, 미적 쾌락과 정신적 고결함을 추구하는 '고급문화'를 상징한다. 반면, 버내큘러는 특정 지역의 풍토, 일상적 삶, 비전문가에 의해 만들어진 '토속적'이고 '비주류적'인 양식을 의미한다. 따라서 과거에는 세련된 전문 예술과 투박한 민속 양식이라는 이분법적 구조 속에서 대척점으로 인식되곤 했다.
현대 미술에 들어서면서 이 관계는 역전되거나 융합된다. 현대 작가들은 오히려 가장 버내큘러한 소재에서 예술적 영감을 찾는다. 결국 탈식민주의적 맥락과도 유사하게 예술을 더 이상 높은 제단 위에 머물게 하지 않고,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일상의 토양으로 끌어내려 그 생명력을 회복시키는 접근방식으로 볼 수 있다.
1. 버내큘러의 정의와 어원
'버내큘러(vernacular)'는 '태생의, 타고난, 현지의'를 뜻하는 native 혹은 '원산의, 토착의, 지역 고유의'라는 의미를 갖는 indigenous와 맥을 같이 한다. 이 용어는 라틴어 '베르나쿨루스(vernaculas)'에서 유래했는데, 이는 본래 토착어, 방언, 혹은 민간으로 전해 내려오는 일상의 양식을 뜻한다.
케임브리지 영어사전은 이 용어를 더욱 구체적으로 정의한다. 명사적으로는 특정 지역이나 사람들의 일상 언어, 특정 지역의 일상적인 건축 양식, 그리고 보통의 사람들에 의해 행해지거나 그들이 선호하는 예술, 음악, 춤 등을 의미한다. 형용사로서는 '지역의, 토착의, 토속의'라는 의미를 지닌다. 즉, 버내큘러는 외부에서 유입된 권위적인 양식이 아니라, 그 땅에서 자생적으로 피어난 '보통 사람들(ordinary people)'의 모든 생활 양식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2. 건축적 버내큘러와 지속가능성
이러한 어원적 배경을 바탕으로 한 건축적 버내큘러는 기후, 자원 가용성, 사회적 필요와 같은 지역 조건에 대한 지속적인 적응을 반영하고 대응하며 유기적으로 발전해 왔다. 이는 오늘날의 지속가능성 맥락 내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대표적으로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 전통 건축 기법, 문화적 표현을 설계와 건설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버내큘러는 표준화된 세계적 양식에서 벗어나 '장소 기반의 해결책'을 우선시하며,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고 지역 경제를 지원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지역 관행에 내재한 지혜를 인정하며, 인공적인 건축 환경과 주변 생태계 사이의 깊은 연결을 회복시킨다.
https://lifestyle.sustainability-directory.com/area/vernacular-aesthetic/resource/3/
이러한 버내큘러의 원리는 현대에 이르러 단순한 '양식'을 넘어 동시대 미술의 핵심적인 방법론으로 확장된다. 미술가들은 산업화가 낳은, 매끈하고 표준화된 미학에 저항하기 위해 버내큘러적 태도를 보이며, 이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실천으로 이어진다.
- 물질의 복원: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재료 대신, 특정 지역의 흙이나 폐기된 목재 등 '장소의 서사'가 담긴 재료를 선택한다.
- 방법론의 전환: 작가 개인의 재능에 의존한 창작보다, 지역 공동체의 기술이나 오랜 시간 축적된 관습적 양식을 작업의 토대로 삼는다.
- 정체성의 탐구: 글로벌이라는 이름 아래 지워진 지역 고유의 목소리를 시각화하여, '그곳이 아니면 안 되는' 예술의 장소성을 회복한다.
구체적으로 이 맥락 속에서 버내큘러가 동시대 미술에 투영되는 양상과 예시를 4가지 축으로 정리할 수 있다.
1) 시간과 적응
건축에서부터 시작한 버내큘러는 한 명의 천재 설계자가 단기간에 완성한 결과물이 아니라, 수 세기에 걸쳐 기후와 인간의 생활 패턴에 맞춰 수정·누적된 지혜의 결과물이다. 이를 미학적으로 보면, ‘완결된 형태’보다는 생존을 위한 적응 ‘과정’ 자체가 아름다움의 근원이 된다. 다수의 예술가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물질이 부식되고 형태가 무너지는 필연적인 무질서의 과정을 거부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쇠퇴의 흔적을 수용하며, '완성된 결과물'이 아닌 '변화해 가는 물질의 생애'로서 버내큘러의 개념을 빌린다.
티에스터 게이츠(Theaster Gates, 1973-), https://www.theastergates.com/
Photo: Lyndon French
티에스터 게이츠는 ‘삶을 변화시키는 예술가’로 정의할 수 있다. 장식품으로 치부되기도 하는 미술에 대한 인식을 180도 뒤바꾸며, 예술을 통해 이웃에게 도움을, 폐허가 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실천하는 예술가이다.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도예가, 뮤지션, 디자이너, 도시계획가, 지역사회 조직가, 문화 기업인이 모두 그에게 붙는 호칭이다. 작가는 이 많은 수식어 중 ‘도예가’라는 단어를 즐겨 쓴다고 한다.
2024년, 《블랙 미스틱》, 가고시안 갤러리 르 부르제 파리,
https://www.emergentmag.com/exhibitions/theaster-gates-at-le-bourget
가고시안 갤러리에서 2024년 티에스터 게이츠의 신작 전시 《블랙 미스틱》을 발표했다. 게이츠는 산업용 지붕재를 사용하여 타르 페인팅, 즉 "토치 작품"을 르 부르제 갤러리의 넓은 공간에 설치되는 기념비적인 태피스트리로 발전시켰다. 그의 타르 작업 전반을 아우르는 이번 작품들은 지붕 크기의 드로잉에 대한 그의 야심 찬 실험을 더 발전시킨 모습을 보여준다.
폴리에스터 매트 지붕재로 만들어진 이 작품들은 겹겹이 쌓이고 병치 된 색채의 복잡하고 콜라주 같은 구성을 보여주며, 재료를 접착하는 데 사용된 불꽃과 타르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이러한 변형 과정은 일반적으로 눈에 띄지 않는 중요한 기반 시설로서의 의미와 작가의 가문적 유산으로서의 의미를 동시에 담고 있다. 이 전시에는 작가가 전문 지붕 시공업자였던 돌아가신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타르 가마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게이츠에게 타르를 다루는 작업은 모더니즘 추상 미술과 공예 및 노동의 방식을 결합한 예술을 창조하는 수단인 동시에 아버지를 기리는 행위이기도 하다.
2) 장소의 고유성
세계화된 현대 건축이 점점 더 비슷한 모습인 것과 달리, 버내큘러는 '그곳의 재료'와 '그곳의 기술'만을 고집한다. 이는 특정 장소가 가진 지질학적, 사회적 맥락을 시각적으로 증명한다. 이는 1960년대 이후 등장한 '장소 특정적 미술'의 논리적 토대가 된다.
이승택(1932-)

전위미술가 이승택의 예술 세계 by W
이승택은 한국의 옹기, 밧줄, 돌과 같은 민속적인 사물을 현대 조각의 언어로 재해석하여, 한국의 토속적 문맥을 세계 현대 미술의 문법과 충돌시킨다. 1960년대 그는 새로운 재료 실험과 파격적인 설치 방식을 통해 당시 미술 제도가 요구한 조각 개념에 도전하였다. 당시 조각의 재료로 인지되지 못했던 전통 옹기에서부터 산업화 신소재였던 유리와 비닐, 일상 오브제인 연탄과 양철, 각목, 시멘트 등을 새로운 재료로 사용하였다.
<무제>, 1986, 광목천에 채색, 한지와 노끈으로 감싼 나무 막대, 가변 크기, 작가소장
<북경 관광하는 지구>, 1994, 사진에 채색, 114×92.5cm, 작가소장
https://www.mmca.go.kr/exhibitions/exhibitionsDetail.do?exhId=202001090001230
<Tied Book> 1976, <Tied Stone> 1980, <Tied Porcelain> 2017, <Godret Stone> 1987, 출처: 갤러리현대
https://www.harpersbazaar.co.kr/artwalk/1minute/detail/1882982
1960년대 당시 미술계에서는 어떻게 왜색을 걷어내고, 한국 미술만의 정체성을 만들어 갈 것인지가 미술가들의 생각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재료로 만들어진 작품들을 좌대 없이 바닥에 놓거나, 비정형의 오브제로 천장에 매달거나, 탑 형태로 한 줄로 쌓아 올리는 등의 자유로운 설치 방식을 통해 기성 조각의 문법에서 탈피하기 시작하였다. 이승택이 몇십 년간 이어온 작업이 2023년 《Only the Young: Experimental Art in Korea, 1960s–1970s》(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에서 소개되면서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3) 가변적 공간
버내큘러 건축은 거주자의 필요에 따라 방을 덧붙이거나 용도를 바꾸는 등 '비결정적' 특성을 가진다. 확정된 기능에 갇히지 않고 사용자의 개입에 열려 있는 미학이다. 예술에서도 관객이 작품에 들어오거나 변형시킬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관계 미학'이나 '설치 미술'과 연결된다. (이전 글에서 등장했던 리크리트 티라바니자, 양혜규, 아티스트 콜렉티브들의 예시를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서도호(1962-), https://www.lehmannmaupin.com/ko/jagga/seodoho/jeonsi-jagpum
서도호의 작업은 고정된 건축의 권위를 해체하고,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투과되고 변형되는 가변적 공간을 제시함으로써 버내큘러 건축이 지닌 '삶의 유연성'을 극대화한다.
<집속의 집>, 2010년,영국 리버풀 비엔날레,
https://www.gukj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2660
이 작품들은 공통적으로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이 녹아 있다.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성북동 전통 한옥에서 살았고, 미국과 영국 등에서 거주했다. 서구 도시의 고층 빌딩 사이에 한옥을 배치하여 이민자가 겪는 문화적 충돌과 위태로운 심리를 공간적 끼임으로 형상화한다.
<집 속의 집>, 2019, Polyester fabric, stainless steel, 292.91 x 325.59 x 316.93 inches, 744 x 827 x 805 cm, © Do Ho Suh,
인천공항, In collaboration with Hyundai LIVART, Photo by Jeon Taeg Su
<Nests>, 2024, Polyester, stainless steel, 410.1 x 375.4 x 2148.7 cm, © Do Ho Suh, Photo by Jeon Taeg Su
또 다른 시리즈로 반투명한 천으로 만들어진 벽은 안과 밖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관객은 작품 내부를 걸어 다니며 공간을 점유하고, 시선에 따라 공간의 형태는 끊임없이 재구성된다. 이는 공간이 작가에 의해 완성된 것이 아니라, 관객의 경험과 개입을 통해 완성된다.
4) 무심함과 미덕
한국적 맥락에서 강조되는 버내큘러 개념으로, '금방, 거칠게, 자연스러운'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는 낙천적이고 꾸밈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작품을 제작할 때 재료의 물성을 가공하지 않고 날것 그대로 드러내는 물질성 담론으로 이어진다.
윤형근(1928-2007)
윤형근과 도널드 저드
윤형근은 일제강점기와 유신체제 등 한국 현대사의 참혹한 고통과 울분을 예술로 승화시킨 작가이다. 마흔다섯이라는 늦은 나이에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한 그는 면포나 마포라는 가공되지 않은 바탕 위에 하늘의 색(Blue)과 땅의 색(Umber)을 섞어 만든 오묘한 검은색을 큰 붓으로 내려긋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세계, 즉 ‘천지문(天地門)’을 구축했다.
(좌)드로잉과 (우)<청다색>, https://www.artart.today/artletter0217
윤형근은 한국 전통의 소박하고 듬직한 미학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현대 회화 언어로 풀어내며 물질과 정신의 합일을 추구했다. 그의 작품은, 물감과 오일의 비율 및 천의 흡수력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보여준다. 층층이 쌓인 옅은 물성은 화면 속에 무한한 공간적 깊이감을 창출하며, 보는 사람에게 거대한 존재와 시간 속에서 명상에 잠기게 하는 숭고한 아우라를 선사한다.
버내큘러와 순수 예술은 전통적인 관점에서 대척점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대 미술에서는 그 경계가 점차 희미해지며 서로를 보완하고 확장하는 관계에 가깝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순수 예술은 엘리트적이고 고전적인 규범을 따르며, 미적 쾌락과 정신적 고결함을 추구하는 '고급문화'를 상징한다. 반면, 버내큘러는 특정 지역의 풍토, 일상적 삶, 비전문가에 의해 만들어진 '토속적'이고 '비주류적'인 양식을 의미한다. 따라서 과거에는 세련된 전문 예술과 투박한 민속 양식이라는 이분법적 구조 속에서 대척점으로 인식되곤 했다.
현대 미술에 들어서면서 이 관계는 역전되거나 융합된다. 현대 작가들은 오히려 가장 버내큘러한 소재에서 예술적 영감을 찾는다. 결국 탈식민주의적 맥락과도 유사하게 예술을 더 이상 높은 제단 위에 머물게 하지 않고,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일상의 토양으로 끌어내려 그 생명력을 회복시키는 접근방식으로 볼 수 있다.
-
-
예술협회 아이테르 [ AITHER ] 부산전시관
문화예술기획
아이테르 AITHER
부산 갤러리/전시관
- 문화예술기획업
주소: (48737) 부산광역시 동구 범일로 65번길 21
주차: 진시장 공영주차장
서비스 운영시간: 월-토 10:00~18:00
연락처: 051-977-5272 | sck02145@naver.com | https://aither.kr/
팩스: 0504-322-2379
인스타그램: @aither.kr
유튜브: https://www.youtube.com/@AITHERART
[시설 안내]
4층, 전시 공간
5층, 라운지
6층, 창고
#신진 #작가 #art #artist #artwork #daily #미술 #painting #drawing #작품 #예술 #전시 #아트 #exhibition #일러스트 #서울 #전시회 #contemporaryart #현대미술 #그림 #아티스트 #seoul #조각 #oilpainting #예술가 #설치미술 #gallery #드로잉 #작가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