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사우스] 식민 폭력 이후의 관계 형성과 공동체의 재구성: 레위니옹 말로야의 음악적 수행성을 중심으로_3

최지우
2026-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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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 폭력 이후의 관계 형성과 공동체의 재구성: 레위니옹 말로야의 음악적 수행성을 중심으로 

Relational Formation and Community Recomposition after Colonial Violence: Musical Performativity in Maloya from Réunion


저자: 최지우 

소속: 아이테르, 객원 연구자 



초록

본 논문은 레위니옹(La Réunion)의 음악, '말로야(Maloya)'를 식민 폭력 이후의 사회에서 관계와 공동체를 지속적으로 생성하는 수행적 실천으로 분석한다. 말로야는 노예제와 강제 이주의 역사와 연결되어 있지만, 본 연구는 이를 단순한 문화유산이나 과거 트라우마의 재현으로 분석하지 않고, 리듬과 신체적 참여, 그리고 호명-응답(appel-réponse) 구조를 통해 관계성을 생산하는 음악적 실천으로 접근한다.

본 연구는 에두아르 글리상(Édouard Glissant)의 관계 개념(La Relation )과 크레올화(La Créolisation ) 개념을 이론적 틀로 활용한다. 이를 통해 말로야는 이미 존재하는 공동체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적 수행의 과정 속에서 관계를 생성하고 재구성하는 장이라는 점을 밝힌다. 

특히 말로야의 리듬과 응답 구조는 서로 다른 역사적 경험을 가진 개인들을 하나의 감각적·시간적 흐름 속에 위치시키며, 개인의 목소리를 고정된 표현이 아니라 집단적 울림 속에서 지속적으로 구성되는 관계적 요소로 전환시킨다. 이 과정에서 기억은 고정된 과거의 재현이 아니라, 음악적 수행을 통해 현재의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재배치되는 사회적 구성물로 이해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레위니옹의 크레올 사회에서 공동체는 안정된 실체가 아니라, 음악적 수행을 통해 지속적으로 생성되고 재구성되는 관계적 과정으로 나타난다. 본 논문은 이를 통해 식민 폭력 이후의 사회에서 음악이 단순한 문화적 표현을 넘어 관계와 공동체를 생산하는 사회적 실천임을 밝히고자 한다.


서론

레위니옹(La Réunion)은 인도양에 위치한 프랑스 해외 영토로, 노예제와 식민주의, 그리고 다양한 강제 이주의 역사를 통해 형성된 사회이다. 이 섬은 아프리카와 마다가스카르 출신 노예, 이후 인도와 중국에서 유입된 계약노동자, 그리고 프랑스 식민 권력이 결합하며 구성되었다. 따라서 레위니옹 사회는 단일한 민족적 기원이나 문화적 연속성에 기반한 공동체라기보다, 역사적 단절과 이동 속에서 형성된 사회라고 볼 수 있다.

본 연구는 레위니옹의 대표적 음악 형식인 말로야(Maloya)를 분석 대상으로 삼는다. 말로야는 종종 노예제의 기억을 담은 음악으로 설명되지만, 본 논문은 이를 단순한 과거의 재현이나 트라우마의 표현으로 한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말로야는 서로 다른 역사적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수행적 실천을 통해 관계를 형성하고 공동체를 재구성하는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다음 질문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식민 폭력과 강제 이주로 인해 형성된 사회에서 음악은 어떻게 단순한 문화적 표현을 넘어 공동체적 관계를 생산하는가? 그리고 이러한 과정은 크레올 사회의 형성과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는가?

이 질문을 분석하기 위해 에두아르 글리상의 관계 개념(Relation)과 크레올화(créolisation), 모리스 알브박스의 집단 기억 이론, 그리고 빅터 터너의 수행성 개념을 이론적 틀로 사용한다.


1. 크레올 사회의 형성과 역사적 단절

레위니옹 사회의 형성은 식민 경제 구조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사탕수수 플랜테이션 경제는 노동력을 필요로 했고, 이는 아프리카와 마다가스카르로부터의 노예 이주로 이어졌다. 이후 노예제 폐지 이후에도 인도, 중국 등지에서 계약 노동자가 유입되면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집단들이 하나의 공간 안에 공존하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은 자발적 문화 교류가 아니라 폭력적 이동과 강제된 단절의 결과였다. 그러나 이러한 단절은 단순한 소실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적 관계 형성의 조건이 되었다. 에두아르 글리상에 따르면 크레올화는 서로 다른 문화가 단순히 혼합되는 상태가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관계를 생성하며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크레올 사회란 고정된 문화적 정체성을 가진 공동체가 아니라, 역사적 폭력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관계를 생성하며 구성되는 사회적 장이다. 즉 레위니옹은 “혼합된 사회”가 아니라 “관계가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사회”다.


2. 말로야(Maloya)의 수행성과 공동체의 생성

말로야는 노래, 타악기, 춤이 결합된 집단적 음악 형식이다. 그러나 말로야의 핵심은 단순한 음악적 결합이 아니라, 관계가 생성되는 수행 구조 자체에 있다. 말로야는 공연 이전에 이미 완결된 작품이 아니라, 수행이 진행되는 순간에만 성립하는 사건이다.

가장 중요한 구조는 appel-réponse 형식이다. 선창자가 발화를 시작하면 집단이 즉각적으로 응답하는 이 구조에서, 선창은 의미를 완결하지 못하며 반드시 집단의 응답을 통해서만 완성된다. 이때 응답은 단순한 반응이 아니라 음악적·사회적 의미를 생성하는 핵심 요소이다. 즉 말로야에서는 개인의 발화가 아니라 응답의 관계 구조 자체가 의미를 생산한다.

이 구조는 음악적 형식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관계의 형식이다. 선창과 합창의 구분은 위계적 질서가 아니라 상호 생성적 관계로 작동하며, 개인과 집단은 고정된 위치가 아니라 수행 속에서 지속적으로 재구성된다.

또한 말로야의 리듬은 선형적 시간보다 반복적·순환적 시간 구조를 가진다. 타악기 중심의 반복은 단순한 음악적 장식이 아니라 참여자들의 신체를 동기화하는 장치이며, 서로 다른 역사적 경험을 가진 개인들을 하나의 감각적 시간 속에 위치시킨다. 이 과정에서 형성되는 것은 과거의 재현이 아니라 공유된 현재의 생성이다.

특히 말로야의 중요한 특징은 관객과 연주자의 구분이 약화된다는 점이다. 참여자는 외부의 관찰자가 아니라 수행의 내부 구성 요소이며, 박수·춤·응답 등 신체적 참여를 통해 음악 자체를 성립시킨다. 따라서 말로야는 재현적 공연이 아니라 집단적 사건으로서의 수행이며, 공동체는 이 사건 속에서 매번 다시 생성된다.


3. 기억의 사회적 구성과 관계의 전환

모리스 알브박스(Maurice Halbwachs)에 따르면 기억은 개인 내부에 저장된 것이 아니라 사회적 틀(cadres sociaux) 속에서 구성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말로야는 단순한 문화적 유산이 아니라 집단 기억이 생성되는 수행적 장치이다.

그러나 말로야의 핵심은 기억의 보존이 아니라 기억의 전환이다. 노예제의 경험은 서사적으로 재현되기보다 리듬과 반복, 신체적 수행을 통해 현재의 관계 구조 속으로 편입된다. 즉 기억은 과거의 표상이 아니라 현재의 관계 생성 과정으로 변환된다.

이 점에서 최근 크레올 연구가 강조하는 것처럼, 크레올화는 단순한 혼합이 아니라 식민주의와 강제 이주가 만들어낸 관계의 지속적 생성 과정이다. 말로야는 이러한 역사적 단절을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단절을 관계 형성의 조건으로 전환하는 수행이다.


4. 식민 폭력 이후의 관계 형성과 공동체 재구성

오늘날 말로야는 레위니옹 사회의 다양한 문화적·정치적 장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말로야는 무대 예술로 제한되지 않고, 공동체 의례, 사회적 집회, 문화 행사 속에서 지속적으로 수행된다.

UNESCO는 말로야를 단순한 음악 유산이 아니라 사회적 요구와 정체성을 표현하는 문화적 실천으로 설명한다. 이는 말로야가 과거의 기억을 보존하는 기능을 넘어 현재의 사회적 관계를 구성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맥락에서 말로야는 식민 폭력의 흔적을 재현하는 음악이 아니라, 그 폭력 이후에도 사람들이 어떻게 관계를 형성하고 공동체를 구성하는지를 보여주는 수행적 장치이다. 공동체는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이러한 수행의 반복 속에서 지속적으로 생성되는 관계적 구조로 나타난다.


결론

레위니옹의 말로야는 식민주의와 노예제, 강제 이주의 역사 속에서 형성된 문화적 실천이다. 그러나 그것은 과거의 상처를 단순히 보존하는 음악이 아니라, 리듬과 신체적 수행 구조를 통해 역사적 단절 이후에도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지속적으로 생성하는 수행적 음악 실천이다.

글리상의 관계 개념과 크레올화 이론, 알브박스의 집단 기억 이론, 터너의 수행성 개념을 통해 볼 때, 말로야는 과거의 기억을 언어적 재현이 아니라 음악적 수행을 통해 현재의 사회적 관계로 전환하는 실천이다. 이 과정에서 음악은 단순한 표현 매체가 아니라, 관계를 조직하고 공동체를 형성하는 감각적·사회적 장치로 기능한다. 즉 말로야는 단순한 문화유산이 아니라, 식민 폭력 이후에도 공동체가 어떻게 관계를 형성하고 자신을 재구성하는지를 음악적 수행을 통해 드러내는 사회적 과정이다.

결국 말로야가 드러내는 것은 상처의 재현이 아니라, 음악적 상호작용 속에서 관계를 생성하고 공동체를 지속적으로 구성해 나가는 인간의 사회적 능력이다. 이 점에서 레위니옹의 크레올 사회는 고정된 정체성이 아니라, 음악적 수행을 통해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관계적 공간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참고자료

Édouard Glissant, Poétique de la Relation, Paris: Gallimard, 1990.

심재중, 「에두아르 글리상: 카리브 탈식민의 과제와 그 너머 – 레자르드 강을 중심으로」, 『불어문화권연구』 20호, 서울대학교 불어문화권연구소, 2010, pp. 39–61.

Victor Turner, From Ritual to Theatre: The Human Seriousness of Play, New York: PAJ Publications, 1982.

Maurice Halbwachs, La Mémoire collective, Paris: PUF, 1950.

UNESCO, Maloya, Representative List of the 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Humanity, 2009.


*라디오, 영상 링크

Le Maloya, des racines créoles au rythme du monde (Ile de la Réunion) | France Musique  

UNESCO: Liste représentative du patrimoine culturel immatériel de l'humanité - 2009






















문화예술기획 : https://aither.imweb.me/Directing_service

전시용 가벽 렌탈 : https://aither.imweb.me/Home/?idx=168383314&bmod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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