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은 개인의 선택인가, 사회적 학습의 결과인가
Is Taste a Personal Choice or a Product of Social Learning?
저자: 공명성
소속: AITHER 예술감독, SPACE776 디렉터
초록
본 연구는 취향(Taste)이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의 산물인지, 아니면 사회적 학습과 구조적 조건의 산물인지를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의 아비투스(Habitus)와 구별짓기(Distinction) 이론을 중심축으로 삼되, 리처드 피터슨(Richard A. Peterson)의 문화적 옴니보어(Cultural Omnivore) 이론과 베르나르 라이어(Bernard Lahire)의 복수 아비투스(Plural Habitus) 개념을 교차 검토하여 취향 형성의 다층적 메커니즘을 규명하고자 한다. 특히 한국 사회의 급속한 계층 유동성과 디지털 플랫폼의 확산이라는 맥락에서, 취향이 어떻게 초기 사회화 경험으로 내면화되는 동시에 성인기 이후 새로운 사회적 접촉과 공간 체험을 통해 재구성되는지를 고찰한다. 연구 결과, 취향은 '개인의 선택'처럼 경험되지만 실제로는 계급적·세대적·문화적 조건이 신체에 각인된 사회적 학습의 누적 효과임을 확인한다. 동시에 그 구조는 고착된 것이 아니라 실천적 맞닥뜨림을 통해 지속적으로 재배치 가능하다는 점을 논한다.
키워드: 취향, 아비투스, 구별짓기, 사회적 학습, 옴니보어, 문화자본
1. 서론
"나는 원래 이런 게 좋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취향을 이렇게 표현한다. 특정 음악 장르에 끌리거나, 어떤 종류의 음식을 즐기거나, 특정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 마치 타고난 감각이나 순수한 개인적 기호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우리의 취향은 정말로 우리 자신에게서 비롯된 것인가?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이 물음에 단호하게 답한다. 취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며, 그 제조 과정에는 계급·가족·교육·공간이라는 사회적 조건이 깊이 개입되어 있다. 부르디외에 따르면, 우리가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것들은 사실 우리가 어떤 사회적 위치에서 어떤 문화적 경험을 축적했는지의 반영이다.
그러나 부르디외의 이론이 등장한 1970~80년대 이후 문화 소비의 지형은 크게 변화했다. 디지털 플랫폼의 보편화, 글로벌 콘텐츠의 유통, 그리고 한국과 같이 짧은 시간 안에 급격한 계층 유동성을 경험한 사회에서는, 취향이 계급의 단순한 반영이라는 도식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현상들이 나타난다.
본 연구는 다음 두 가지 핵심 질문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한다. 첫째, 취향은 어떤 경로를 통해 사회적으로 학습되고 신체에 내면화되는가? 둘째, 그 구조는 고착된 것인가, 아니면 특정 조건 하에서 변화 가능한 것인가? 이를 통해 취향의 이중성, 즉 구조적 산물이자 실천적 재구성의 장이라는 성격을 논증하고자 한다.
2. 이론적 배경
2-1. 부르디외의 아비투스와 구별짓기
부르디외는 『구별짓기(Distinction)』(1984)에서 취향이 계급의 표식(marker)으로 기능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이론에서 핵심적인 개념은 아비투스(Habitus)로, 이는 개인이 특정 사회적 환경 속에서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 신체와 무의식에 내면화한 지속적이고 전이 가능한 성향의 체계이다. 아비투스는 단순한 습관이나 취향의 목록이 아니다. 그것은 '무엇을 자연스럽게 좋아하고 불편하게 여기는가'를 선반사적으로 결정하는 실천적 감각(practical sense)이다.
부르디외에 따르면 취향은 계급적 위치에 따라 분화되며, 이 분화는 '구별짓기(Distinction)'의 기능을 수행한다. 상층 계급의 취향은 단순히 더 세련된 것이 아니라, 지배 계급이 자신의 위치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정당화하는 상징 폭력(symbolic violence)의 메커니즘이다. 노동 계급이 특정 예술 형식을 불편하게 느끼거나 미술관에서 소외감을 경험하는 것은 능력의 부족이 아니라, 그들의 아비투스가 그 공간의 암묵적 규칙과 어긋나기 때문이다.
특히 부르디외는 취향을 혐오(disgust)와 선호(preference)라는 이중 구조 속에서 파악한다. 취향이란 단순히 무언가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계급의 취향에 대한 반감과 거리두기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실천이기도 하다. 이처럼 취향은 사회적 경계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핵심 기제로 작동한다.
2-2. 피터슨의 옴니보어 이론과 그 한계
부르디외의 도식에 대한 중요한 수정 시도는 리처드 피터슨(Richard A. Peterson)의 문화적 옴니보어(Cultural Omnivore) 개념에서 나타난다. 피터슨은 1990년대 미국의 실증 자료를 분석하며, 고학력·고소득 계층이 고급 문화만을 배타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클래식과 힙합, 오페라와 컨트리 뮤직을 함께 향유하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했다. 그는 이를 새로운 엘리트 취향 코드, 즉 폐쇄적 배타성에서 포용적 개방성으로의 전환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이후 연구들은 옴니보어적 취향 자체가 또 다른 형태의 구별짓기임을 지적한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능력과 그 다양성을 적절히 맥락화하는 문화적 해독 능력은 여전히 높은 수준의 문화자본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옴니보어 이론은 부르디외의 이론을 반박하기보다는 구별짓기의 형식이 변화했음을 보여준다고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의 연구는 이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 2007년 한국종합사회조사 자료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에서 계급은 음악적 취향의 분화에 제한적인 영향만을 미치며, 오히려 연령, 세대 코호트, 종교적 소속 등의 변수가 더 중요한 분화 요인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3. 라이어의 복수 아비투스와 개인 내 불일치
베르나르 라이어(Bernard Lahire)는 부르디외의 이론이 지나치게 단일하고 일관된 아비투스를 전제한다고 비판한다. 라이어에 따르면, 현대의 개인은 다양하고 때로는 서로 모순되는 사회화 경험을 거치기 때문에, 하나의 통일된 아비투스가 아닌 복수의(plural) 성향 체계를 내면화한다. 한 개인이 클래식 음악을 즐기면서도 트로트에 깊이 감동할 수 있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편안하면서도 포장마차를 그리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점은 취향의 구조적 결정론을 완화하고, 개인이 서로 다른 맥락에서 서로 다른 취향 코드를 활성화할 수 있는 실천적 행위자임을 강조한다. 이는 취향이 완전히 고착된 구조의 산물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접촉과 맥락 속에서 지속적으로 협상되고 재구성되는 유동적 과정임을 시사한다.
3. 사례 분석: 취향 형성의 두 경로
3-1. 초기 사회화 경험과 신체적 각인
취향이 사회적 학습의 결과라는 주장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경로는 아동기의 초기 사회화 경험이다. 가정 내에서 어떤 음악이 배경으로 흘렀는지, 식탁에서 어떤 언어와 대화 방식이 사용되었는지, 어떤 공간이 주말에 방문되었는지는 명시적인 교육 없이도 개인의 미적 감각과 편안함의 범주를 결정한다.
[사례 A] 어린 시절부터 부모가 미술관을 자주 방문하고 식사 자리에서 전시 이야기를 나눈 가정에서 자란 B(28세)는, 처음 방문하는 갤러리에서도 작품을 보는 동선, 관람의 속도, 침묵의 맥락을 신체적으로 알고 있다. 그는 이것을 '배운 것'이라 인식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에게 자연스러운 것이다. 부르디외가 말하는 아비투스의 작동 방식이 바로 이것이다.
이처럼 초기 사회화는 취향을 명시적 지식이 아닌 신체적 감각으로 각인시킨다. 부르디외의 문화자본 연구가 보여주듯, 도서 보유량, 부모의 언어 습관, 일상적 미적 자극은 성인기까지 지속되는 문화적 기반을 형성하며, 이것은 이후의 교육이나 경제적 자원보다 훨씬 더 은밀하고 깊은 방식으로 취향의 지형을 결정한다.
3-2. 성인기의 공간 체험과 취향의 재구성
그러나 취향이 완전히 초기 사회화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는 것은 지나치게 결정론적이다. 성인기 이후의 경험 역시 취향의 지형을 상당 부분 재구성할 수 있다.
[사례 B] 문화예술에 노출된 가정환경이 아니었음에도, 대학 진학 이후 대안 예술 공간을 지속적으로 방문하기 시작한 C(25세)는, 처음에는 낯설고 어색했던 화이트큐브 미술관의 분위기를 점차 자신의 것으로 체화했다. 반복적인 방문과 동료 집단과의 대화, 작품 맥락에 대한 탐색은 그에게 새로운 미적 감각의 문법을 제공했다.
이 사례는 문화자본이 고착된 유산이 아니라 성인기의 실천적 참여를 통해 재구성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단, 이 과정에서도 사회적 네트워크, 물리적 공간에의 접근성, 그리고 그 공간에서 통용되는 문화적 코드를 해독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취향의 재구성은 결코 완전히 자유로운 개인적 선택의 결과가 아니다.
3-3. 디지털 플랫폼과 한국적 맥락
오늘날 한국의 MZ세대가 보여주는 취향의 특성은 부르디외적 도식으로도, 피터슨의 옴니보어 이론으로도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새로운 층위를 드러낸다. 이들은 스트리밍 플랫폼, SNS 알고리즘, 유튜브 큐레이션이라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취향을 형성하며, '힙(Hip)함'이라는 새로운 문화자본의 코드를 통해 상징적 경계를 구축한다.
주목할 것은 이 디지털 환경이 취향 형성에서 사회적 학습의 구조를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변형한다는 점이다. 알고리즘은 기존의 취향 패턴을 학습하고 강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며, 이는 새로운 형태의 취향 버블(taste bubble)을 생성한다. 동시에 글로벌 콘텐츠에의 노출은 계층적 경계를 부분적으로 우회할 수 있는 경로를 제공하기도 한다. 한국·중국·일본의 동아시아 3국을 대상으로 한 비교 연구에서는 글로벌 노출 수준이 수직적 문화 옴니보어 성향과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가짐이 확인되었다.
4. 결론
본 연구는 '취향은 개인의 선택인가, 사회적 학습의 결과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다음과 같은 복합적인 답을 제시한다.
첫째, 취향은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처럼 경험되지만, 그 선택의 범위와 방향성은 이미 초기 사회화 경험을 통해 신체에 각인된 아비투스에 의해 상당 부분 사전 구조화되어 있다. 우리가 '자연스럽게' 끌리는 것들은 우리가 어떤 계급적·문화적 환경에서 어떤 경험을 반복적으로 축적해 왔는지의 누적된 결과다.
둘째, 그러나 이 구조는 불변하는 것이 아니다. 성인기 이후의 새로운 공간 체험, 사회적 네트워크의 변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새로운 문화적 접촉은 기존의 아비투스를 재구성하거나 복수의 성향 체계를 동시에 활성화할 수 있다. 라이어의 복수 아비투스 개념이 시사하듯, 현대의 개인은 단일하고 일관된 취향 주체가 아니라, 다양한 맥락에서 서로 다른 취향 코드를 협상하는 실천적 행위자다.
셋째, 한국 사회라는 특수한 맥락에서 취향의 형성은 서구 중심의 계급-취향 도식을 단순 적용할 수 없는 복잡성을 지닌다. 세대 코호트 효과, 급격한 계층 유동성, 디지털 플랫폼의 조기 침투는 취향의 사회적 학습 경로를 다변화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취향은 개인의 선택도 사회적 결정론의 산물도 아닌, 구조와 실천이 끊임없이 교섭하는 역동적 과정이다. 취향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 선택의 자유로움 이면에 작동하는 사회적 학습의 두께를 인식하는 일이며, 동시에 그 구조가 어떤 조건 하에서 변화 가능한지를 묻는 일이다.
5. 참고문헌
국내 문헌
- 한준, 한신갑, 신동엽, 구자숙 (2014). "한국인의 문화적 경계와 위계 구조." 문화와 사회, 17, 89-124.
- 이호영, 장미혜, 배영, 최샛별 (2012). "한국사회의 취향: 계급과 취향의 상관관계에 대한 실증연구." 한국사회학, 46(4), 28-61.
- 최샛별 (2006). "한국사회에서의 문화자본: 적용 가능성의 검토." 문화와사회, 1, 123-158.
- 이상호 (2010). "문화적 취향의 분화와 계급: 음악 장르를 중심으로." 한국사회학, 44(4), 56-90.
- 심선복 (2017). "문화적 자본 이론을 활용한 지역문화향유의 함의에 관한 연구." 한국행정학회 학술발표논문집, 245-267.
- 김갑수 (2019). "문화예술 향유 의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관한 연구: 경제자본과 문화자본을 중심으로." 경희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 이승혁, 허식 (2023). "문화예술 관람 요인이 동행자 선택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문화예술경영학연구, 16(1), 45-68.
해외 문헌
- Bourdieu, P. (1984). Distinction: A Social Critique of the Judgement of Taste. Harvard University Press.
- Bourdieu, P. (1986). "The Forms of Capital." In J. Richardson (Ed.), Handbook of Theory and Research for the Sociology of Education (pp. 241-258). Greenwood.
- Peterson, R. A., & Simkus, A. (1992). How musical tastes mark occupation status groups. In M. Lamont & M. Fournier (Eds.), Cultivating differences (pp. 152-186). University of Chicago Press.
- Peterson, R. A., & Kern, R. M. (1996). Changing highbrow taste: From snob to omnivore. American Sociological Review, 61(5), 900-907.
- Lahire, B. (2008). The Individual and the Mixing of Genres: Cultural Dissonance and Self-Distinction. Poetics, 36(2-3), 166-188.
- Chan, T. W., & Goldthorpe, J. H. (2005). The Social Stratification of Cultural Consumption. Cultural Trends, 14(3), 163-188.
- Warde, A., Wright, D., & Gayo-Cal, M. (2007). Understanding Cultural Omnivorousness. Cultural Sociology, 1(2), 143-164.
- Zhao, W. (2022). Global exposure: an alternative pathway to understanding cultural omnivorousness in East Asian societies. Journal of Chinese Sociology, 9(1), 1-21.
문화예술기획 : https://aither.imweb.me/Directing_service
전시용 가벽 렌탈 : https://aither.imweb.me/Home/?idx=168383314&bmode=view
AITHER
DIRECTOR. GONG MYEONGSEONG.
ADDRESS. (48737) 21, BEOMIL-RO 65BEON-GIL, DONG-GU, BUSAN, REPUBLIC OF KOREA.
PARKING : Jin Market public parking lot
4F EXHIBITION.
5F LOUNGE.
6F WAREHOUSE.
ONLINE CS. MON TO SAT 10:00-18:00.
CONTACT. 051-977-5272 | SCK02145@NAVER.COM | https://aither.kr/
INSTA. @aither.kr | YOUTUBE. [www.youtube.com/@AITHERART](http://www.youtube.com/@AITHERART)
FAX. 0504-322-2379
AITHER :: introductory material https://drive.google.com/drive/folders/14fIaNXjzbEocA0Ah317-rv8Tikv3zCwQ?usp=drive_link

취향은 개인의 선택인가, 사회적 학습의 결과인가
Is Taste a Personal Choice or a Product of Social Learning?
저자: 공명성
소속: AITHER 예술감독, SPACE776 디렉터
초록
본 연구는 취향(Taste)이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의 산물인지, 아니면 사회적 학습과 구조적 조건의 산물인지를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의 아비투스(Habitus)와 구별짓기(Distinction) 이론을 중심축으로 삼되, 리처드 피터슨(Richard A. Peterson)의 문화적 옴니보어(Cultural Omnivore) 이론과 베르나르 라이어(Bernard Lahire)의 복수 아비투스(Plural Habitus) 개념을 교차 검토하여 취향 형성의 다층적 메커니즘을 규명하고자 한다. 특히 한국 사회의 급속한 계층 유동성과 디지털 플랫폼의 확산이라는 맥락에서, 취향이 어떻게 초기 사회화 경험으로 내면화되는 동시에 성인기 이후 새로운 사회적 접촉과 공간 체험을 통해 재구성되는지를 고찰한다. 연구 결과, 취향은 '개인의 선택'처럼 경험되지만 실제로는 계급적·세대적·문화적 조건이 신체에 각인된 사회적 학습의 누적 효과임을 확인한다. 동시에 그 구조는 고착된 것이 아니라 실천적 맞닥뜨림을 통해 지속적으로 재배치 가능하다는 점을 논한다.
키워드: 취향, 아비투스, 구별짓기, 사회적 학습, 옴니보어, 문화자본
1. 서론
"나는 원래 이런 게 좋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취향을 이렇게 표현한다. 특정 음악 장르에 끌리거나, 어떤 종류의 음식을 즐기거나, 특정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 마치 타고난 감각이나 순수한 개인적 기호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우리의 취향은 정말로 우리 자신에게서 비롯된 것인가?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이 물음에 단호하게 답한다. 취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며, 그 제조 과정에는 계급·가족·교육·공간이라는 사회적 조건이 깊이 개입되어 있다. 부르디외에 따르면, 우리가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것들은 사실 우리가 어떤 사회적 위치에서 어떤 문화적 경험을 축적했는지의 반영이다.
그러나 부르디외의 이론이 등장한 1970~80년대 이후 문화 소비의 지형은 크게 변화했다. 디지털 플랫폼의 보편화, 글로벌 콘텐츠의 유통, 그리고 한국과 같이 짧은 시간 안에 급격한 계층 유동성을 경험한 사회에서는, 취향이 계급의 단순한 반영이라는 도식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현상들이 나타난다.
본 연구는 다음 두 가지 핵심 질문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한다. 첫째, 취향은 어떤 경로를 통해 사회적으로 학습되고 신체에 내면화되는가? 둘째, 그 구조는 고착된 것인가, 아니면 특정 조건 하에서 변화 가능한 것인가? 이를 통해 취향의 이중성, 즉 구조적 산물이자 실천적 재구성의 장이라는 성격을 논증하고자 한다.
2. 이론적 배경
2-1. 부르디외의 아비투스와 구별짓기
부르디외는 『구별짓기(Distinction)』(1984)에서 취향이 계급의 표식(marker)으로 기능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이론에서 핵심적인 개념은 아비투스(Habitus)로, 이는 개인이 특정 사회적 환경 속에서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 신체와 무의식에 내면화한 지속적이고 전이 가능한 성향의 체계이다. 아비투스는 단순한 습관이나 취향의 목록이 아니다. 그것은 '무엇을 자연스럽게 좋아하고 불편하게 여기는가'를 선반사적으로 결정하는 실천적 감각(practical sense)이다.
부르디외에 따르면 취향은 계급적 위치에 따라 분화되며, 이 분화는 '구별짓기(Distinction)'의 기능을 수행한다. 상층 계급의 취향은 단순히 더 세련된 것이 아니라, 지배 계급이 자신의 위치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정당화하는 상징 폭력(symbolic violence)의 메커니즘이다. 노동 계급이 특정 예술 형식을 불편하게 느끼거나 미술관에서 소외감을 경험하는 것은 능력의 부족이 아니라, 그들의 아비투스가 그 공간의 암묵적 규칙과 어긋나기 때문이다.
특히 부르디외는 취향을 혐오(disgust)와 선호(preference)라는 이중 구조 속에서 파악한다. 취향이란 단순히 무언가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계급의 취향에 대한 반감과 거리두기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실천이기도 하다. 이처럼 취향은 사회적 경계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핵심 기제로 작동한다.
2-2. 피터슨의 옴니보어 이론과 그 한계
부르디외의 도식에 대한 중요한 수정 시도는 리처드 피터슨(Richard A. Peterson)의 문화적 옴니보어(Cultural Omnivore) 개념에서 나타난다. 피터슨은 1990년대 미국의 실증 자료를 분석하며, 고학력·고소득 계층이 고급 문화만을 배타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클래식과 힙합, 오페라와 컨트리 뮤직을 함께 향유하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했다. 그는 이를 새로운 엘리트 취향 코드, 즉 폐쇄적 배타성에서 포용적 개방성으로의 전환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이후 연구들은 옴니보어적 취향 자체가 또 다른 형태의 구별짓기임을 지적한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능력과 그 다양성을 적절히 맥락화하는 문화적 해독 능력은 여전히 높은 수준의 문화자본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옴니보어 이론은 부르디외의 이론을 반박하기보다는 구별짓기의 형식이 변화했음을 보여준다고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의 연구는 이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 2007년 한국종합사회조사 자료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에서 계급은 음악적 취향의 분화에 제한적인 영향만을 미치며, 오히려 연령, 세대 코호트, 종교적 소속 등의 변수가 더 중요한 분화 요인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3. 라이어의 복수 아비투스와 개인 내 불일치
베르나르 라이어(Bernard Lahire)는 부르디외의 이론이 지나치게 단일하고 일관된 아비투스를 전제한다고 비판한다. 라이어에 따르면, 현대의 개인은 다양하고 때로는 서로 모순되는 사회화 경험을 거치기 때문에, 하나의 통일된 아비투스가 아닌 복수의(plural) 성향 체계를 내면화한다. 한 개인이 클래식 음악을 즐기면서도 트로트에 깊이 감동할 수 있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편안하면서도 포장마차를 그리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점은 취향의 구조적 결정론을 완화하고, 개인이 서로 다른 맥락에서 서로 다른 취향 코드를 활성화할 수 있는 실천적 행위자임을 강조한다. 이는 취향이 완전히 고착된 구조의 산물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접촉과 맥락 속에서 지속적으로 협상되고 재구성되는 유동적 과정임을 시사한다.
3. 사례 분석: 취향 형성의 두 경로
3-1. 초기 사회화 경험과 신체적 각인
취향이 사회적 학습의 결과라는 주장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경로는 아동기의 초기 사회화 경험이다. 가정 내에서 어떤 음악이 배경으로 흘렀는지, 식탁에서 어떤 언어와 대화 방식이 사용되었는지, 어떤 공간이 주말에 방문되었는지는 명시적인 교육 없이도 개인의 미적 감각과 편안함의 범주를 결정한다.
[사례 A] 어린 시절부터 부모가 미술관을 자주 방문하고 식사 자리에서 전시 이야기를 나눈 가정에서 자란 B(28세)는, 처음 방문하는 갤러리에서도 작품을 보는 동선, 관람의 속도, 침묵의 맥락을 신체적으로 알고 있다. 그는 이것을 '배운 것'이라 인식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에게 자연스러운 것이다. 부르디외가 말하는 아비투스의 작동 방식이 바로 이것이다.
이처럼 초기 사회화는 취향을 명시적 지식이 아닌 신체적 감각으로 각인시킨다. 부르디외의 문화자본 연구가 보여주듯, 도서 보유량, 부모의 언어 습관, 일상적 미적 자극은 성인기까지 지속되는 문화적 기반을 형성하며, 이것은 이후의 교육이나 경제적 자원보다 훨씬 더 은밀하고 깊은 방식으로 취향의 지형을 결정한다.
3-2. 성인기의 공간 체험과 취향의 재구성
그러나 취향이 완전히 초기 사회화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는 것은 지나치게 결정론적이다. 성인기 이후의 경험 역시 취향의 지형을 상당 부분 재구성할 수 있다.
[사례 B] 문화예술에 노출된 가정환경이 아니었음에도, 대학 진학 이후 대안 예술 공간을 지속적으로 방문하기 시작한 C(25세)는, 처음에는 낯설고 어색했던 화이트큐브 미술관의 분위기를 점차 자신의 것으로 체화했다. 반복적인 방문과 동료 집단과의 대화, 작품 맥락에 대한 탐색은 그에게 새로운 미적 감각의 문법을 제공했다.
이 사례는 문화자본이 고착된 유산이 아니라 성인기의 실천적 참여를 통해 재구성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단, 이 과정에서도 사회적 네트워크, 물리적 공간에의 접근성, 그리고 그 공간에서 통용되는 문화적 코드를 해독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취향의 재구성은 결코 완전히 자유로운 개인적 선택의 결과가 아니다.
3-3. 디지털 플랫폼과 한국적 맥락
오늘날 한국의 MZ세대가 보여주는 취향의 특성은 부르디외적 도식으로도, 피터슨의 옴니보어 이론으로도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새로운 층위를 드러낸다. 이들은 스트리밍 플랫폼, SNS 알고리즘, 유튜브 큐레이션이라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취향을 형성하며, '힙(Hip)함'이라는 새로운 문화자본의 코드를 통해 상징적 경계를 구축한다.
주목할 것은 이 디지털 환경이 취향 형성에서 사회적 학습의 구조를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변형한다는 점이다. 알고리즘은 기존의 취향 패턴을 학습하고 강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며, 이는 새로운 형태의 취향 버블(taste bubble)을 생성한다. 동시에 글로벌 콘텐츠에의 노출은 계층적 경계를 부분적으로 우회할 수 있는 경로를 제공하기도 한다. 한국·중국·일본의 동아시아 3국을 대상으로 한 비교 연구에서는 글로벌 노출 수준이 수직적 문화 옴니보어 성향과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가짐이 확인되었다.
4. 결론
본 연구는 '취향은 개인의 선택인가, 사회적 학습의 결과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다음과 같은 복합적인 답을 제시한다.
첫째, 취향은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처럼 경험되지만, 그 선택의 범위와 방향성은 이미 초기 사회화 경험을 통해 신체에 각인된 아비투스에 의해 상당 부분 사전 구조화되어 있다. 우리가 '자연스럽게' 끌리는 것들은 우리가 어떤 계급적·문화적 환경에서 어떤 경험을 반복적으로 축적해 왔는지의 누적된 결과다.
둘째, 그러나 이 구조는 불변하는 것이 아니다. 성인기 이후의 새로운 공간 체험, 사회적 네트워크의 변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새로운 문화적 접촉은 기존의 아비투스를 재구성하거나 복수의 성향 체계를 동시에 활성화할 수 있다. 라이어의 복수 아비투스 개념이 시사하듯, 현대의 개인은 단일하고 일관된 취향 주체가 아니라, 다양한 맥락에서 서로 다른 취향 코드를 협상하는 실천적 행위자다.
셋째, 한국 사회라는 특수한 맥락에서 취향의 형성은 서구 중심의 계급-취향 도식을 단순 적용할 수 없는 복잡성을 지닌다. 세대 코호트 효과, 급격한 계층 유동성, 디지털 플랫폼의 조기 침투는 취향의 사회적 학습 경로를 다변화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취향은 개인의 선택도 사회적 결정론의 산물도 아닌, 구조와 실천이 끊임없이 교섭하는 역동적 과정이다. 취향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 선택의 자유로움 이면에 작동하는 사회적 학습의 두께를 인식하는 일이며, 동시에 그 구조가 어떤 조건 하에서 변화 가능한지를 묻는 일이다.
5. 참고문헌
국내 문헌
해외 문헌
문화예술기획 : https://aither.imweb.me/Directing_service
전시용 가벽 렌탈 : https://aither.imweb.me/Home/?idx=168383314&bmode=view
AITHER
DIRECTOR. GONG MYEONGSEONG.
ADDRESS. (48737) 21, BEOMIL-RO 65BEON-GIL, DONG-GU, BUSAN, REPUBLIC OF KOREA.
PARKING : Jin Market public parking lot
4F EXHIBITION.
5F LOUNGE.
6F WAREHOUSE.
ONLINE CS. MON TO SAT 10:00-18:00.
CONTACT. 051-977-5272 | SCK02145@NAVER.COM | https://aither.kr/
INSTA. @aither.kr | YOUTUBE. [www.youtube.com/@AITHERART](http://www.youtube.com/@AITHERART)
FAX. 0504-322-2379
AITHER :: introductory material https://drive.google.com/drive/folders/14fIaNXjzbEocA0Ah317-rv8Tikv3zCwQ?usp=drive_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