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그래픽은 어떻게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확장되는가
How Do Exhibition Graphics Expand into Brand Identity?
저자: 이지수
소속: 한국문화예술센터, 아트센터장
초록
본 연구는 전시 그래픽이 전시 정보를 보조적으로 전달하는 시각 장치에 그치지 않고, 문화예술 기관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형성하고 확장하는 핵심 구조임을 밝히고자 한다. 전시 아이덴티티 관련 연구는 그래픽 패턴과 시각 요소가 전시장 안팎에서 전시의 주제와 정보를 지속적으로 인지시키며 공간의 통일감을 형성한다고 설명하며, 미술관 브랜딩 연구는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컬렉션과 전시 같은 핵심 콘텐츠를 기반으로 상징, 조직, 디지털 영역까지 포함하는 다층 구조라고 본다. 본 고는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전시 그래픽이 개별 전시의 개념을 시각화하는 동시에 기관의 장기적 브랜드 언어를 축적하는 메커니즘을 검토하고, 그 전략적 의미를 논의한다.
키워드: 전시 그래픽, 브랜드 아이덴티티, 전시 아이덴티티, 뮤지엄 브랜딩, 시각 시스템, 아트디렉션
1. 서론
오늘날 문화예술 기관의 전시는 작품과 공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관람자는 전시장에 도착하기 이전에 포스터, 웹 배너, SNS 이미지, 초청장, 프로그램 페이지를 통해 이미 전시의 첫인상을 형성하며, 현장에서는 입구 사인, 벽면 텍스트, 동선 안내, 캡션 구조를 통해 전시를 읽는다. 이 과정에서 전시 그래픽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관람자가 전시에 이입하고 해석하는 방식을 조직하는 첫 번째 시각 언어로 작동한다.
이러한 점에서 전시 그래픽은 개별 전시의 부속물이 아니라, 전시를 사회적으로 인식 가능하게 만드는 구조적 장치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특히 문화예술 기관의 경우 전시 그래픽은 단순한 홍보 디자인이 아니라 기관이 어떤 태도로 전시를 제시하고 있는지, 어떤 신뢰와 정체성을 축적하고자 하는지를 보여주는 반복적 매개가 된다. 뮤지엄 브랜드 연구 역시 강한 기관 이미지는 개별 행사보다 일관된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전면에 놓일 때 형성된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전시 그래픽은 어떻게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확장되는가”라는 질문은 포스터 디자인의 완성도를 묻는 질문이 아니다. 그것은 전시라는 일회적 사건이 어떻게 기관의 장기적 시각 언어와 연결되는가, 그리고 아트디렉션이 이 둘을 어떤 구조로 매개하는가를 묻는 질문이다.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전시 그래픽을 기관 브랜드의 실천적 인터페이스로 해석하고자 한다.
2. 문제제기
전시 그래픽은 오랫동안 전시 주제에 맞는 시각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으로 이해되어 왔다. 물론 이는 전시의 성격을 명확히 전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이러한 이해만으로는 전시 그래픽이 기관 브랜드 형성에 어떤 방식으로 기여하는지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전시마다 서로 다른 포스터와 사인 시스템, 다른 타이포그래피와 색채를 사용할 경우 개별 전시의 독자성은 강화될 수 있으나, 기관 자체의 정체성은 누적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전시디자인 연구는 그래픽 패턴이 전시 주제와 정보를 지속적으로 인지시키고 공간을 통일된 뉘앙스로 조직하는 역할을 한다고 분석한다. 이는 전시 그래픽이 단발적 산출물이 아니라, 전시 전체를 하나의 경험으로 묶는 구조적 요소임을 의미한다. 동시에 해외 미술관 브랜딩 연구는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컬렉션과 전시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징, 조직, 인물성, 지역성, 디지털 영역까지 포함하는 다층 구조라고 설명한다. 이 두 관점을 연결하면, 전시 그래픽은 전시 개념을 시각화하는 기능과 기관 브랜드를 체계화하는 기능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문제는 실무 현장에서 이 두 기능이 자주 분리된다는 점이다. 전시 그래픽이 전시 개념에만 과도하게 밀착되면 기관의 시각 언어는 분산되고, 반대로 기관 아이덴티티만 지나치게 강조되면 전시의 개별성이 약화된다. 따라서 핵심 문제는 전시 그래픽을 통해 전시별 특성과 기관 전체의 일관성을 어떻게 함께 확보할 것인가에 있다. 본 연구는 이 지점을 중심으로 전시 그래픽의 브랜드 확장 구조를 살펴본다.
3. 사례: 전시 그래픽의 브랜드 확장 구조
3.1 국내 사례: 전시 아이덴티티에서 그래픽 패턴의 확장 가능성
김경주의 연구는 전시디자인에서 그래픽 패턴이 단순 장식이 아니라 아이덴티티 매개체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연구에 따르면 그래픽 패턴은 형과 색을 동시에 다룰 수 있고, 적용 범위의 제한이 적어 2차원과 3차원이 공존하는 전시 환경 전반으로 확장될 수 있다. 이는 전시 그래픽이 포스터 한 장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간 벽면, 사인 시스템, 캡션, 홍보물, 디지털 화면까지 이어질 수 있는 구조적 언어라는 점을 시사한다.
이 사례가 주는 함의는 명확하다. 전시 그래픽은 전시장의 시각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시를 하나의 일관된 체계로 경험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관람자는 반복되는 패턴과 색채, 서체, 구성 원리를 통해 전시의 주제와 정서를 감각적으로 학습하게 되며, 전시는 비로소 단순한 작품의 집합이 아니라 하나의 정체성을 지닌 경험으로 인식된다.
3.2 해외 사례: 미술관 브랜드 형성과 전시 중심 커뮤니케이션의 한계
Pusa와 Uusitalo는 핀란드의 세 현대미술관 사례를 통해 미술관 브랜드 아이덴티티 형성 과정을 분석하면서, 미술관 브랜드가 컬렉션과 전시를 기반으로 하되 상징적 의미와 조직적 성격, 접근성, 관계와 네트워크까지 포함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이들은 미술관이 전시 중심의 홍보를 넘어 브랜드 정체성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으로 나아가야 하며, 창의적 마케팅은 이러한 전환의 중요한 계기가 된다고 보았다.
이 논의는 전시 그래픽의 역할을 재정의한다. 전시 그래픽은 특정 전시를 알리는 도구이지만, 동시에 그 전시를 제시하는 기관이 어떤 존재인지까지 암시해야 한다. 만약 전시 그래픽이 오직 전시의 개별 콘셉트만을 강조한다면 관람자는 전시를 기억할 수는 있어도 기관의 정체성을 함께 기억하기는 어렵다. 반대로 전시 그래픽이 기관 브랜드와 결합될 때, 전시 경험은 기관의 인상과 함께 축적된다.
3.3 해외 사례: 시스템적 반복과 브랜드 인상의 축적
Jo Ann Moss의 뮤지엄 브랜드 사례 연구는 기관 브랜드가 강한 인상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색, 타이포그래피, 프레임워크, 로고 배치 중 최소 한 가지 이상의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또한 외부 커뮤니케이션에서 전시나 이벤트보다 기관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먼저 인식되어야 하며, 이러한 일관된 시스템이 없을 경우 브랜드의 힘은 약화된다고 분석한다.
이 사례는 전시 그래픽이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확장되는 과정이 단순히 동일한 로고를 반복하는 수준이 아니라, 정보의 위계와 배치 원리, 색채의 사용, 제목의 처리 방식까지 포함하는 구조적 질서라는 점을 보여준다. 관람자는 개별 전시를 보면서도 반복되는 그래픽 규칙을 통해 기관의 태도와 감각을 읽게 되며, 이 과정에서 브랜드는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실제 경험으로 축적된다.
3.4 해외 사례: 유연한 시스템으로서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Brukenthal National Museum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사례는 전통적 기관 이미지와 현대적 적용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한 유연한 시스템 구축의 예를 보여준다. 이 사례는 기존 로고가 디지털과 인쇄 환경에 비효율적이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건축적 특징과 역사적 상징을 반영하되 단순하고 확장 가능한 로고 및 그리드 체계를 새롭게 설계하였다. 또한 메인 로고와 하위 부서 로고를 하나의 상징 아래 묶어, 포스터, 브로슈어, 온라인 플랫폼 등 다양한 매체에 적용 가능한 브랜드 구조를 제시하였다.
이 사례는 문화예술 기관의 전시 그래픽이 브랜드 시스템과 연결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잘 보여준다. 전시마다 다른 콘텐츠를 담아내야 하는 기관은 고정된 양식을 반복하기보다, 변화하는 내용을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한 질서를 가져야 한다. 따라서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확장되는 전시 그래픽은 획일성보다 적용 가능성과 확장성을 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하며, 아트디렉터의 역할은 바로 이 유연한 문법을 구축하는 데 있다.
4. 결론
본 연구는 전시 그래픽이 단순한 홍보 디자인이나 정보 전달 수단이 아니라, 기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형성하고 확장하는 구조적 시각 시스템임을 논의하였다. 국내 연구는 그래픽 패턴이 전시를 하나의 통일된 경험으로 조직하는 아이덴티티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고, 해외 연구는 미술관 브랜드가 컬렉션과 전시를 넘어 상징, 조직, 디지털 영역, 지역성까지 포괄하는 다층 구조임을 제시하였다.
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전시 그래픽이 개별 전시의 개념을 시각화하는 동시에, 기관의 장기적 시각 언어를 반복적으로 학습시키는 이중적 기능을 가진다는 점이다. 전시 그래픽이 전시별 개성만을 강조할 경우 기관 브랜드는 분산되기 쉽고, 반대로 기관의 통일성만 강조할 경우 전시의 고유성이 약화된다. 따라서 문화예술 기관의 아트디렉션은 개별 전시의 성격을 수용하면서도 기관의 핵심 문법을 유지하는 유연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전시 그래픽은 전시와 기관을 연결하는 가장 실질적인 브랜딩 인터페이스이며, 기관의 정체성이 현실의 전시 경험 속에서 구체적으로 작동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향후 문화예술 기관의 브랜딩 전략은 전시 그래픽을 프로젝트별 산출물로 관리하는 수준을 넘어, 장기적 시각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방향에서 더욱 정교하게 논의될 필요가 있다.
5. 참고문헌
국내문헌
• 김경주. 「아이덴티티 매개체로서의 그래픽 패턴의 역할과 활용 - 전시디자인을 중심으로」, 『기초조형학연구』, 제14권 제3호, 2013.
• 「브랜드아이덴티티의 시각적 표현요소 분석 연구」, 한국디자인트렌드학회 자료.
• 「전통 미디어 아트를 활용한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 방향성 연구」, 관련 학위논문 및 연구자료.
해외문헌
• Pusa, Sofia, and Liisa Uusitalo. “Creating Brand Identity in Art Museums: A Case Study.” International Journal of Arts Management, Vol. 17, No. 1, 2014, pp. 18-30.
• Rosende, Erica Ferreiro. “Museum Brand Identity Model Approach: An Online Delphi Study.” Methaodos. Revista de Ciencias Sociales, 2022.
• Moss, Jo Ann. “Museum Case Study.” Museum branding case study.
• “How to Create a Great Museum Brand Identity?” MuseumNext, 2024.
• “National Museum Brand Identity – Full Case Study.” Brukenthal National Museum case study,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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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그래픽은 어떻게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확장되는가
How Do Exhibition Graphics Expand into Brand Identity?
저자: 이지수
소속: 한국문화예술센터, 아트센터장
초록
본 연구는 전시 그래픽이 전시 정보를 보조적으로 전달하는 시각 장치에 그치지 않고, 문화예술 기관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형성하고 확장하는 핵심 구조임을 밝히고자 한다. 전시 아이덴티티 관련 연구는 그래픽 패턴과 시각 요소가 전시장 안팎에서 전시의 주제와 정보를 지속적으로 인지시키며 공간의 통일감을 형성한다고 설명하며, 미술관 브랜딩 연구는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컬렉션과 전시 같은 핵심 콘텐츠를 기반으로 상징, 조직, 디지털 영역까지 포함하는 다층 구조라고 본다. 본 고는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전시 그래픽이 개별 전시의 개념을 시각화하는 동시에 기관의 장기적 브랜드 언어를 축적하는 메커니즘을 검토하고, 그 전략적 의미를 논의한다.
키워드: 전시 그래픽, 브랜드 아이덴티티, 전시 아이덴티티, 뮤지엄 브랜딩, 시각 시스템, 아트디렉션
1. 서론
오늘날 문화예술 기관의 전시는 작품과 공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관람자는 전시장에 도착하기 이전에 포스터, 웹 배너, SNS 이미지, 초청장, 프로그램 페이지를 통해 이미 전시의 첫인상을 형성하며, 현장에서는 입구 사인, 벽면 텍스트, 동선 안내, 캡션 구조를 통해 전시를 읽는다. 이 과정에서 전시 그래픽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관람자가 전시에 이입하고 해석하는 방식을 조직하는 첫 번째 시각 언어로 작동한다.
이러한 점에서 전시 그래픽은 개별 전시의 부속물이 아니라, 전시를 사회적으로 인식 가능하게 만드는 구조적 장치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특히 문화예술 기관의 경우 전시 그래픽은 단순한 홍보 디자인이 아니라 기관이 어떤 태도로 전시를 제시하고 있는지, 어떤 신뢰와 정체성을 축적하고자 하는지를 보여주는 반복적 매개가 된다. 뮤지엄 브랜드 연구 역시 강한 기관 이미지는 개별 행사보다 일관된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전면에 놓일 때 형성된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전시 그래픽은 어떻게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확장되는가”라는 질문은 포스터 디자인의 완성도를 묻는 질문이 아니다. 그것은 전시라는 일회적 사건이 어떻게 기관의 장기적 시각 언어와 연결되는가, 그리고 아트디렉션이 이 둘을 어떤 구조로 매개하는가를 묻는 질문이다.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전시 그래픽을 기관 브랜드의 실천적 인터페이스로 해석하고자 한다.
2. 문제제기
전시 그래픽은 오랫동안 전시 주제에 맞는 시각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으로 이해되어 왔다. 물론 이는 전시의 성격을 명확히 전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이러한 이해만으로는 전시 그래픽이 기관 브랜드 형성에 어떤 방식으로 기여하는지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전시마다 서로 다른 포스터와 사인 시스템, 다른 타이포그래피와 색채를 사용할 경우 개별 전시의 독자성은 강화될 수 있으나, 기관 자체의 정체성은 누적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전시디자인 연구는 그래픽 패턴이 전시 주제와 정보를 지속적으로 인지시키고 공간을 통일된 뉘앙스로 조직하는 역할을 한다고 분석한다. 이는 전시 그래픽이 단발적 산출물이 아니라, 전시 전체를 하나의 경험으로 묶는 구조적 요소임을 의미한다. 동시에 해외 미술관 브랜딩 연구는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컬렉션과 전시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징, 조직, 인물성, 지역성, 디지털 영역까지 포함하는 다층 구조라고 설명한다. 이 두 관점을 연결하면, 전시 그래픽은 전시 개념을 시각화하는 기능과 기관 브랜드를 체계화하는 기능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문제는 실무 현장에서 이 두 기능이 자주 분리된다는 점이다. 전시 그래픽이 전시 개념에만 과도하게 밀착되면 기관의 시각 언어는 분산되고, 반대로 기관 아이덴티티만 지나치게 강조되면 전시의 개별성이 약화된다. 따라서 핵심 문제는 전시 그래픽을 통해 전시별 특성과 기관 전체의 일관성을 어떻게 함께 확보할 것인가에 있다. 본 연구는 이 지점을 중심으로 전시 그래픽의 브랜드 확장 구조를 살펴본다.
3. 사례: 전시 그래픽의 브랜드 확장 구조
3.1 국내 사례: 전시 아이덴티티에서 그래픽 패턴의 확장 가능성
김경주의 연구는 전시디자인에서 그래픽 패턴이 단순 장식이 아니라 아이덴티티 매개체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연구에 따르면 그래픽 패턴은 형과 색을 동시에 다룰 수 있고, 적용 범위의 제한이 적어 2차원과 3차원이 공존하는 전시 환경 전반으로 확장될 수 있다. 이는 전시 그래픽이 포스터 한 장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간 벽면, 사인 시스템, 캡션, 홍보물, 디지털 화면까지 이어질 수 있는 구조적 언어라는 점을 시사한다.
이 사례가 주는 함의는 명확하다. 전시 그래픽은 전시장의 시각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시를 하나의 일관된 체계로 경험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관람자는 반복되는 패턴과 색채, 서체, 구성 원리를 통해 전시의 주제와 정서를 감각적으로 학습하게 되며, 전시는 비로소 단순한 작품의 집합이 아니라 하나의 정체성을 지닌 경험으로 인식된다.
3.2 해외 사례: 미술관 브랜드 형성과 전시 중심 커뮤니케이션의 한계
Pusa와 Uusitalo는 핀란드의 세 현대미술관 사례를 통해 미술관 브랜드 아이덴티티 형성 과정을 분석하면서, 미술관 브랜드가 컬렉션과 전시를 기반으로 하되 상징적 의미와 조직적 성격, 접근성, 관계와 네트워크까지 포함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이들은 미술관이 전시 중심의 홍보를 넘어 브랜드 정체성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으로 나아가야 하며, 창의적 마케팅은 이러한 전환의 중요한 계기가 된다고 보았다.
이 논의는 전시 그래픽의 역할을 재정의한다. 전시 그래픽은 특정 전시를 알리는 도구이지만, 동시에 그 전시를 제시하는 기관이 어떤 존재인지까지 암시해야 한다. 만약 전시 그래픽이 오직 전시의 개별 콘셉트만을 강조한다면 관람자는 전시를 기억할 수는 있어도 기관의 정체성을 함께 기억하기는 어렵다. 반대로 전시 그래픽이 기관 브랜드와 결합될 때, 전시 경험은 기관의 인상과 함께 축적된다.
3.3 해외 사례: 시스템적 반복과 브랜드 인상의 축적
Jo Ann Moss의 뮤지엄 브랜드 사례 연구는 기관 브랜드가 강한 인상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색, 타이포그래피, 프레임워크, 로고 배치 중 최소 한 가지 이상의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또한 외부 커뮤니케이션에서 전시나 이벤트보다 기관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먼저 인식되어야 하며, 이러한 일관된 시스템이 없을 경우 브랜드의 힘은 약화된다고 분석한다.
이 사례는 전시 그래픽이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확장되는 과정이 단순히 동일한 로고를 반복하는 수준이 아니라, 정보의 위계와 배치 원리, 색채의 사용, 제목의 처리 방식까지 포함하는 구조적 질서라는 점을 보여준다. 관람자는 개별 전시를 보면서도 반복되는 그래픽 규칙을 통해 기관의 태도와 감각을 읽게 되며, 이 과정에서 브랜드는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실제 경험으로 축적된다.
3.4 해외 사례: 유연한 시스템으로서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Brukenthal National Museum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사례는 전통적 기관 이미지와 현대적 적용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한 유연한 시스템 구축의 예를 보여준다. 이 사례는 기존 로고가 디지털과 인쇄 환경에 비효율적이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건축적 특징과 역사적 상징을 반영하되 단순하고 확장 가능한 로고 및 그리드 체계를 새롭게 설계하였다. 또한 메인 로고와 하위 부서 로고를 하나의 상징 아래 묶어, 포스터, 브로슈어, 온라인 플랫폼 등 다양한 매체에 적용 가능한 브랜드 구조를 제시하였다.
이 사례는 문화예술 기관의 전시 그래픽이 브랜드 시스템과 연결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잘 보여준다. 전시마다 다른 콘텐츠를 담아내야 하는 기관은 고정된 양식을 반복하기보다, 변화하는 내용을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한 질서를 가져야 한다. 따라서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확장되는 전시 그래픽은 획일성보다 적용 가능성과 확장성을 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하며, 아트디렉터의 역할은 바로 이 유연한 문법을 구축하는 데 있다.
4. 결론
본 연구는 전시 그래픽이 단순한 홍보 디자인이나 정보 전달 수단이 아니라, 기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형성하고 확장하는 구조적 시각 시스템임을 논의하였다. 국내 연구는 그래픽 패턴이 전시를 하나의 통일된 경험으로 조직하는 아이덴티티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고, 해외 연구는 미술관 브랜드가 컬렉션과 전시를 넘어 상징, 조직, 디지털 영역, 지역성까지 포괄하는 다층 구조임을 제시하였다.
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전시 그래픽이 개별 전시의 개념을 시각화하는 동시에, 기관의 장기적 시각 언어를 반복적으로 학습시키는 이중적 기능을 가진다는 점이다. 전시 그래픽이 전시별 개성만을 강조할 경우 기관 브랜드는 분산되기 쉽고, 반대로 기관의 통일성만 강조할 경우 전시의 고유성이 약화된다. 따라서 문화예술 기관의 아트디렉션은 개별 전시의 성격을 수용하면서도 기관의 핵심 문법을 유지하는 유연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전시 그래픽은 전시와 기관을 연결하는 가장 실질적인 브랜딩 인터페이스이며, 기관의 정체성이 현실의 전시 경험 속에서 구체적으로 작동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향후 문화예술 기관의 브랜딩 전략은 전시 그래픽을 프로젝트별 산출물로 관리하는 수준을 넘어, 장기적 시각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방향에서 더욱 정교하게 논의될 필요가 있다.
5. 참고문헌
국내문헌
• 김경주. 「아이덴티티 매개체로서의 그래픽 패턴의 역할과 활용 - 전시디자인을 중심으로」, 『기초조형학연구』, 제14권 제3호, 2013.
• 「브랜드아이덴티티의 시각적 표현요소 분석 연구」, 한국디자인트렌드학회 자료.
• 「전통 미디어 아트를 활용한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 방향성 연구」, 관련 학위논문 및 연구자료.
해외문헌
• Pusa, Sofia, and Liisa Uusitalo. “Creating Brand Identity in Art Museums: A Case Study.” International Journal of Arts Management, Vol. 17, No. 1, 2014, pp. 18-30.
• Rosende, Erica Ferreiro. “Museum Brand Identity Model Approach: An Online Delphi Study.” Methaodos. Revista de Ciencias Sociales, 2022.
• Moss, Jo Ann. “Museum Case Study.” Museum branding case study.
• “How to Create a Great Museum Brand Identity?” MuseumNext, 2024.
• “National Museum Brand Identity – Full Case Study.” Brukenthal National Museum case study, 2024.
문화예술기획 : https://aither.imweb.me/Directing_service
전시용 가벽 렌탈 : https://aither.imweb.me/Home/?idx=168383314&bmod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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