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인스타그램 게시물@suhuiyu1976
대만의 이름을 지운 광주
공명성 예술감독
제16회 광주비엔날레 공식 포스터에서 ‘Taiwan Pavilion’이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대만 국립타이완미술관의 영문 약칭 ‘NTMOFA’가 들어갔다. 중국은 ‘CHINA’로, 프랑스와 이탈리아·캐나다는 국가명으로 표시됐다. 대만만 기관의 약칭으로 축소됐다. 이 작은 활자 변경은 동아시아 국제정치가 문화예술의 언어를 통제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대만 국립타이완미술관에 따르면 전시 제안과 계약, 사전 준비는 ‘Taiwan Pavilion’이라는 명칭으로 진행됐다. 참여 작가 수후이위는 이를 파빌리온 명칭에 대한 검열이자 예술가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대만 문화부도 공식 항의에 나섰다. 광주비엔날레는 아직 명칭 변경의 주체와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 중국 정부의 직접적인 압력이 있었다는 증거도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광주비엔날레가 대만 측과 사용해온 이름을 홍보 단계에서 다르게 표기했다는 사실이다.
이 사건은 광주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욱 뼈아프다. 광주비엔날레는 5·18민주화운동의 기억과 저항의 정신을 문화적 기반으로 성장했다. 국가권력이 시민의 목소리와 이름을 지웠던 역사를 기억하는 도시에서, 한 참여 주체의 이름이 외교적 편의 속에 삭제됐다. 민주주의의 기억을 세계에 전시하면서 현실의 문화외교 앞에서는 그 원칙을 유보한다면, 광주의 정신은 전시 주제로만 소비될 위험에 놓인다.
이 지점에서 진보 진영의 선택적 반제국주의도 질문받아야 한다. 미국의 패권에는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중국의 국가주의와 대만을 향한 압박에는 침묵하는 태도는 해방의 정치가 될 수 없다. 중국을 서구 패권에 맞서는 세력으로만 해석하면 대만 시민의 자기결정권은 강대국 간 대결의 부속물로 밀려난다. 대만을 지지한다는 것은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을 무조건 수용한다는 뜻도 아니다. 미국과 중국 모두가 대만의 이름과 미래를 대신 결정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더 일관된 반제국주의다.
‘NTMOFA’는 행정적으로 틀린 표기가 아니다. 그러나 계약 과정에서 합의한 ‘Taiwan Pavilion’을 특정한 순간에 지웠다면 그 약칭은 중립적인 기관명이 될 수 없다.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 행위도 정치적 발언이다. 검열은 작품을 철거하는 방식으로만 작동하지 않는다. 이름을 약칭으로 바꾸고, 국가를 기관으로 축소하며, 책임자를 드러내지 않는 방식으로도 이루어진다.
광주비엔날레가 답해야 할 질문은 대만이 국가인지에 대한 외교적 판정이 아니다. 누가 명칭 변경을 결정했는지, 대만 측과 협의했는지, 동일한 표기 원칙이 모든 파빌리온에 적용됐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광주가 기억해야 할 민주주의는 거대한 선언보다 타인이 자신의 이름으로 등장할 권리에서 시작된다. 대만의 이름이 지워진 자리에 남은 것은 외교적 신중함일까. 예술기관이 권력 앞에서 얼마나 쉽게 자신의 언어를 포기할 수 있는가라는 불편한 기록이다.
발행인 공명성
기획·편집 아이테르
발행처 아이테르 범일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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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이름을 지운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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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광주비엔날레 공식 포스터에서 ‘Taiwan Pavilion’이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대만 국립타이완미술관의 영문 약칭 ‘NTMOFA’가 들어갔다. 중국은 ‘CHINA’로, 프랑스와 이탈리아·캐나다는 국가명으로 표시됐다. 대만만 기관의 약칭으로 축소됐다. 이 작은 활자 변경은 동아시아 국제정치가 문화예술의 언어를 통제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대만 국립타이완미술관에 따르면 전시 제안과 계약, 사전 준비는 ‘Taiwan Pavilion’이라는 명칭으로 진행됐다. 참여 작가 수후이위는 이를 파빌리온 명칭에 대한 검열이자 예술가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대만 문화부도 공식 항의에 나섰다. 광주비엔날레는 아직 명칭 변경의 주체와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 중국 정부의 직접적인 압력이 있었다는 증거도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광주비엔날레가 대만 측과 사용해온 이름을 홍보 단계에서 다르게 표기했다는 사실이다.
이 사건은 광주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욱 뼈아프다. 광주비엔날레는 5·18민주화운동의 기억과 저항의 정신을 문화적 기반으로 성장했다. 국가권력이 시민의 목소리와 이름을 지웠던 역사를 기억하는 도시에서, 한 참여 주체의 이름이 외교적 편의 속에 삭제됐다. 민주주의의 기억을 세계에 전시하면서 현실의 문화외교 앞에서는 그 원칙을 유보한다면, 광주의 정신은 전시 주제로만 소비될 위험에 놓인다.
이 지점에서 진보 진영의 선택적 반제국주의도 질문받아야 한다. 미국의 패권에는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중국의 국가주의와 대만을 향한 압박에는 침묵하는 태도는 해방의 정치가 될 수 없다. 중국을 서구 패권에 맞서는 세력으로만 해석하면 대만 시민의 자기결정권은 강대국 간 대결의 부속물로 밀려난다. 대만을 지지한다는 것은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을 무조건 수용한다는 뜻도 아니다. 미국과 중국 모두가 대만의 이름과 미래를 대신 결정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더 일관된 반제국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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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엔날레가 답해야 할 질문은 대만이 국가인지에 대한 외교적 판정이 아니다. 누가 명칭 변경을 결정했는지, 대만 측과 협의했는지, 동일한 표기 원칙이 모든 파빌리온에 적용됐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광주가 기억해야 할 민주주의는 거대한 선언보다 타인이 자신의 이름으로 등장할 권리에서 시작된다. 대만의 이름이 지워진 자리에 남은 것은 외교적 신중함일까. 예술기관이 권력 앞에서 얼마나 쉽게 자신의 언어를 포기할 수 있는가라는 불편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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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성(작성자), 「큐레토리얼 피라미드의 하류에서」(글제목), 아이테르 범일가옥,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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