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출신으로, 현재 암스테르담과 서울을 오가며 작업 중인 이미래 (Mire Lee, b.1988)는 테이트 모던 터빈홀 커미션 역사상 최연소 작가로 Open Wound를 선보였다. 2024년에 열린 이 전시는 한국 기업 현대자동차의 후원으로 이루어졌다. 비서구 작가가 서구 미술 제도의 가장 권위 있는 공간에 진입했다는 이 상황은 표면적으로 글로벌 사우스 담론이 요청해온 변화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그러나 본 연구는 이 장면의 이면을 들여다본다. 자본과 신체는 이미 서구 제도 안에 진입한 이후에도, 작업이 읽히는 언어는 달라지지 않았다. Guardian의 전시 후기 텍스트를 중심으로, 본 연구는 가시성의 확대가 비평 권력의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는 점을 살피며, 이 사례가 글로벌 사우스 담론에 요청하는 생신의 방향을 모색한다
키워드
이미래, 글로벌 사우스, 테이트 모던, 비평 권력, 가시성
1.서론
물질은 흘러내린다. 산업용 호스에서 분비된 액체가 바닥에 고이고, 굳어가는 막들이 체인에 걸려 공중에 매달린다. 이미래의 Open Wound는 완성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존재한다. 작업은 전시가 진행되는 동안 계속 변형되며, 어떤 단일한 형태로도 포착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적업을 둘러싼 조건들은, 작업 자체와는 달리, 꽤 고정된 윤곽을 가지고 있다. 2024년10월, 이미래는 터빈홀 커미션 역사상 최연소 작가가 되었다. 그 공간은 한국 기업 현대자동차가 후원했고, 작가는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뒤 유럽에 거주하며 작업한다. 비서구 작가가 서구 제도의 중심에 진입하는 장면으로 읽기에 충분한 조건들이다.
그러나 이 장면은 동시에 다른 질문을 열어둔다. 이 가시화는 무엇이 변했다는 신호인가. 아니면, 변하지 않은 것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방식으로 작동하는가.
2.문헌고찰
글로벌 사우스 담론은 오랫동안 중심/주변, 서구/비서구라는 위계적 구조 속애서 주변화된 지역과 주체들이 어떻게 세계 미술 제도 안에서 위치 지어지는가를 질문해왔다. Enwezor(2023)는 동시대 미술의 장이 더 이상 단일한 서구 중심의 시간성과 공간성으로 설명될 수 없으며, 탈식민 이후의 복수적 근대들이 서로 충돌하는 장이라고 보았다. 이 관점에서 비서구 작가의 국제 제도 진입은 단순한 대표성의 확대가 아니라, 기존 미술사의 기준 자체를 재구성할 가능성을 가진 사건으로 읽힌다.
그러나 실제 제도 안에서의 이동은 종종 상징적 가시성에 머무른다. 글로벌 미술 기관은 다영한 지역의 작가를 초대하면서도, 그 작업을 해석하고 가치화하는 언어는 여전히 서구 비평 전통에 기대는 경우가 많다. 즉, 전시장의 구성은 세게화되었으나 판단의 문법은 덜 이동했다. 이러한 비동시성은 오늘날 글로벌 사우스 논의가 반복적으로 마주하는 한계다.
3.연구방법
본 연구는 세 층위를 교차하여 읽는다. 이미래의 위치성이 글로벌 사우스 담론의 위치적 차원과 어떻게 마찰을 일으키는지, 현대자동차의 스폰서십 구조가 자본과 담론 권력의 관계를 어떻게 재편하는지, 그리고 Guardian(2024) 리뷰가 가시성 이후에도 비평 언어의 구조가 어떻게 유지되는지를 드러내는 텍스트로서 어떻게 읽힐 수 있는지를 살핀다.
4.분석
4.1 현대자동차의 스폰서십 구조
현대자동차와 테이트의 파트너십은 2014년에 시작되어 현대 2036년까지 연장되었으며, 테이트 역사상 기업 파트너의 가장 긴 초기 약정이다. 전시는 현대자동차 외에도 한국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해외한국미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한국의 국가 자본과 기업 자본이 함께 이 전시를 가능하게 했다. 이미래의 작업이 한국 산업 구조와 연결된 물질적 맥락을 담고 있다면, 비판의 재료와 그 비판을 가능하게 하는 자본이 같은 회로 안에서 만나는 셈이다.
4.2 비평 언어는 움직이지 않았다
자본이 이동하고 신체가 유럽에 있어도, 비평의 언어는 다른 속도로 움직인다. 영국 현지 신문사 Guardian 리뷰어는 이미래를 Eva Hesse, Alberto Burri, Joseph Beuys의 계보 안에 놓은 뒤 이렇게 썼다: “Lee의 과잉된 아브젝트(abject)는 충분히 아브젝트하지 않다. 요즘은 이미래의 작업이 키치 이상으로 보이기 어렵다.”
이 문장이 흥미로운 것은 그 판단 기준이 어디에 있는가 하는 점이다. Beuys의 지방 덩어리는 2차 세계대전의 트라우마를 담는 것으로 읽힌다. 이미래의 산업 재료가 다른 역사와 사회의 흔적을 담을 수 있다는 가능성은, 이 리뷰 안에서 질문되지 않는다. 리뷰어가 “우리는 이걸 너무 잘 안다”고 쓸 때, 그 “우리”는 어떤 공동체의 시선인가. 그 시선이 보편적 판단의 자리를 자치할 때, 다른 시선은 조용히 배경이 된다.
5.논의
이미래의 사례는 글로벌 사우스 담론 안에서 아직 충분히 언어화되지 않은 두 가지 마찰을 드러낸다.
첫번째는 자본과 담론 권력의 비동시성이다. 현대자동차의 스폰서심은 경제적 진입이다. 그러나 그 공간에서 한국 작가의 작업이 서구 비평 언어로 판단되는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경제적 위치와 담론적 위치가 일치하지 않을 때, 기준의 글로벌 사우스 분석 언어는 이 간극을 설명하는 데 충분하지 않다.
두 번째는 삭제의 방식이 다양하다는 것이다. 과거의 배제는 입장 불가의 형태를 띠었다면, 현재의 배게는 초대 이후의 해석 과정에서 발생한다. 비서구 작가는 제도 안으로 들어오지만, 그 작업은 익숙한 계보 속 사례로 재배치되거나 지역적 맥락이 제거된 채 보편 미학의 한 변주로 소비된다. 이는 부재가 아니라 과잉 번역의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삭제다.
6.결론
이미래의 Open Wound는 비서구 작가가 서구 미술 제도의 중심 공간에 진입한 상징적 사건이었다. 최연소 터빈홀 커미션 작가라는 기록, 한국 기업의 후원, 서울과 유럽을 오가는 작가의 이동성은 오늘날 미술계 권력 지형의 변화를 보여주는 듯하다. 그러나 본 연구는 그 변화가 얼마나 제한적인가를 함께 살폈다. 자본과 인력의 흐름은 다극화되었지만, 작업의 의미를 결정하는 비평 언어는 여전히 특정 중심을 기준으로 작동했다.
Guardian 리뷰 사례에서 보이듯, 이미래의 작업은 서구 전위 미술의 계보 속에서 이해되거나 그 기준에 따라 부족함을 판정받았다. 이는 가시성의 확대가 곧 해석 권력의 이동을 뜻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오늘날 글로벌 사우스의 과제는 더 많은 대표성을 확보하는 데만 있지 않다. 누가 비교의 기준을 세우는가, 누가 보편의 언어를 점유하는가라는 질문까지 포함해야 한다.
따라서 이미래의 사례는 성공 서사라기보다 진단의 장면에 가깝다. 세계 미술 제도는 더 개방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부의 판단 구조는 느리게 움직인다. Open Wound가 보여준 것은 하나의 설치 작업만이 아니라, 아직 봉합되지 않은 제도적 상처 자체일지도 모른다.
참고문헌
Enwezor, Okwui. "The Postcolonial Constellation: Contemporary Art in a State of Permanent Transition." Research in African Literatures 34, no. 4 (2003): 57–82.
Foster, Hal. The Return of the Real. Cambridge: MIT Press, 1996.
Jones, Jonathan. "Mire Lee's Turbine Hall Review – as Kitsch as Tatty Halloween Decorations." The Guardian, October 8, 2024.
McDermott, Emily. "The Uncontainable Mire Lee." ArtReview, September 27, 2024.
Tate Modern. "Hyundai Commission: Mire Lee." Press Release, 2024.
Bolter, Jay David. "Posthumanism." In The International Encyclopedia of Communication Theory and Philosophy, edited by Klaus Bruhn Jensen and Robert T. Craig. Wiley, 2016.
문화예술기획 : https://aither.imweb.me/Directing_service
전시용 가벽 렌탈 : https://aither.imweb.me/Home/?idx=168383314&bmod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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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출신으로, 현재 암스테르담과 서울을 오가며 작업 중인 이미래 (Mire Lee, b.1988)는 테이트 모던 터빈홀 커미션 역사상 최연소 작가로 Open Wound를 선보였다. 2024년에 열린 이 전시는 한국 기업 현대자동차의 후원으로 이루어졌다. 비서구 작가가 서구 미술 제도의 가장 권위 있는 공간에 진입했다는 이 상황은 표면적으로 글로벌 사우스 담론이 요청해온 변화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그러나 본 연구는 이 장면의 이면을 들여다본다. 자본과 신체는 이미 서구 제도 안에 진입한 이후에도, 작업이 읽히는 언어는 달라지지 않았다. Guardian의 전시 후기 텍스트를 중심으로, 본 연구는 가시성의 확대가 비평 권력의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는 점을 살피며, 이 사례가 글로벌 사우스 담론에 요청하는 생신의 방향을 모색한다
키워드
이미래, 글로벌 사우스, 테이트 모던, 비평 권력, 가시성
1.서론
물질은 흘러내린다. 산업용 호스에서 분비된 액체가 바닥에 고이고, 굳어가는 막들이 체인에 걸려 공중에 매달린다. 이미래의 Open Wound는 완성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존재한다. 작업은 전시가 진행되는 동안 계속 변형되며, 어떤 단일한 형태로도 포착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적업을 둘러싼 조건들은, 작업 자체와는 달리, 꽤 고정된 윤곽을 가지고 있다. 2024년10월, 이미래는 터빈홀 커미션 역사상 최연소 작가가 되었다. 그 공간은 한국 기업 현대자동차가 후원했고, 작가는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뒤 유럽에 거주하며 작업한다. 비서구 작가가 서구 제도의 중심에 진입하는 장면으로 읽기에 충분한 조건들이다.
그러나 이 장면은 동시에 다른 질문을 열어둔다. 이 가시화는 무엇이 변했다는 신호인가. 아니면, 변하지 않은 것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방식으로 작동하는가.
2.문헌고찰
글로벌 사우스 담론은 오랫동안 중심/주변, 서구/비서구라는 위계적 구조 속애서 주변화된 지역과 주체들이 어떻게 세계 미술 제도 안에서 위치 지어지는가를 질문해왔다. Enwezor(2023)는 동시대 미술의 장이 더 이상 단일한 서구 중심의 시간성과 공간성으로 설명될 수 없으며, 탈식민 이후의 복수적 근대들이 서로 충돌하는 장이라고 보았다. 이 관점에서 비서구 작가의 국제 제도 진입은 단순한 대표성의 확대가 아니라, 기존 미술사의 기준 자체를 재구성할 가능성을 가진 사건으로 읽힌다.
그러나 실제 제도 안에서의 이동은 종종 상징적 가시성에 머무른다. 글로벌 미술 기관은 다영한 지역의 작가를 초대하면서도, 그 작업을 해석하고 가치화하는 언어는 여전히 서구 비평 전통에 기대는 경우가 많다. 즉, 전시장의 구성은 세게화되었으나 판단의 문법은 덜 이동했다. 이러한 비동시성은 오늘날 글로벌 사우스 논의가 반복적으로 마주하는 한계다.
3.연구방법
본 연구는 세 층위를 교차하여 읽는다. 이미래의 위치성이 글로벌 사우스 담론의 위치적 차원과 어떻게 마찰을 일으키는지, 현대자동차의 스폰서십 구조가 자본과 담론 권력의 관계를 어떻게 재편하는지, 그리고 Guardian(2024) 리뷰가 가시성 이후에도 비평 언어의 구조가 어떻게 유지되는지를 드러내는 텍스트로서 어떻게 읽힐 수 있는지를 살핀다.
4.분석
4.1 현대자동차의 스폰서십 구조
현대자동차와 테이트의 파트너십은 2014년에 시작되어 현대 2036년까지 연장되었으며, 테이트 역사상 기업 파트너의 가장 긴 초기 약정이다. 전시는 현대자동차 외에도 한국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해외한국미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한국의 국가 자본과 기업 자본이 함께 이 전시를 가능하게 했다. 이미래의 작업이 한국 산업 구조와 연결된 물질적 맥락을 담고 있다면, 비판의 재료와 그 비판을 가능하게 하는 자본이 같은 회로 안에서 만나는 셈이다.
4.2 비평 언어는 움직이지 않았다
자본이 이동하고 신체가 유럽에 있어도, 비평의 언어는 다른 속도로 움직인다. 영국 현지 신문사 Guardian 리뷰어는 이미래를 Eva Hesse, Alberto Burri, Joseph Beuys의 계보 안에 놓은 뒤 이렇게 썼다: “Lee의 과잉된 아브젝트(abject)는 충분히 아브젝트하지 않다. 요즘은 이미래의 작업이 키치 이상으로 보이기 어렵다.”
이 문장이 흥미로운 것은 그 판단 기준이 어디에 있는가 하는 점이다. Beuys의 지방 덩어리는 2차 세계대전의 트라우마를 담는 것으로 읽힌다. 이미래의 산업 재료가 다른 역사와 사회의 흔적을 담을 수 있다는 가능성은, 이 리뷰 안에서 질문되지 않는다. 리뷰어가 “우리는 이걸 너무 잘 안다”고 쓸 때, 그 “우리”는 어떤 공동체의 시선인가. 그 시선이 보편적 판단의 자리를 자치할 때, 다른 시선은 조용히 배경이 된다.
5.논의
이미래의 사례는 글로벌 사우스 담론 안에서 아직 충분히 언어화되지 않은 두 가지 마찰을 드러낸다.
첫번째는 자본과 담론 권력의 비동시성이다. 현대자동차의 스폰서심은 경제적 진입이다. 그러나 그 공간에서 한국 작가의 작업이 서구 비평 언어로 판단되는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경제적 위치와 담론적 위치가 일치하지 않을 때, 기준의 글로벌 사우스 분석 언어는 이 간극을 설명하는 데 충분하지 않다.
두 번째는 삭제의 방식이 다양하다는 것이다. 과거의 배제는 입장 불가의 형태를 띠었다면, 현재의 배게는 초대 이후의 해석 과정에서 발생한다. 비서구 작가는 제도 안으로 들어오지만, 그 작업은 익숙한 계보 속 사례로 재배치되거나 지역적 맥락이 제거된 채 보편 미학의 한 변주로 소비된다. 이는 부재가 아니라 과잉 번역의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삭제다.
6.결론
이미래의 Open Wound는 비서구 작가가 서구 미술 제도의 중심 공간에 진입한 상징적 사건이었다. 최연소 터빈홀 커미션 작가라는 기록, 한국 기업의 후원, 서울과 유럽을 오가는 작가의 이동성은 오늘날 미술계 권력 지형의 변화를 보여주는 듯하다. 그러나 본 연구는 그 변화가 얼마나 제한적인가를 함께 살폈다. 자본과 인력의 흐름은 다극화되었지만, 작업의 의미를 결정하는 비평 언어는 여전히 특정 중심을 기준으로 작동했다.
Guardian 리뷰 사례에서 보이듯, 이미래의 작업은 서구 전위 미술의 계보 속에서 이해되거나 그 기준에 따라 부족함을 판정받았다. 이는 가시성의 확대가 곧 해석 권력의 이동을 뜻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오늘날 글로벌 사우스의 과제는 더 많은 대표성을 확보하는 데만 있지 않다. 누가 비교의 기준을 세우는가, 누가 보편의 언어를 점유하는가라는 질문까지 포함해야 한다.
따라서 이미래의 사례는 성공 서사라기보다 진단의 장면에 가깝다. 세계 미술 제도는 더 개방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부의 판단 구조는 느리게 움직인다. Open Wound가 보여준 것은 하나의 설치 작업만이 아니라, 아직 봉합되지 않은 제도적 상처 자체일지도 모른다.
참고문헌
Enwezor, Okwui. "The Postcolonial Constellation: Contemporary Art in a State of Permanent Transition." Research in African Literatures 34, no. 4 (2003): 57–82.
Foster, Hal. The Return of the Real. Cambridge: MIT Press, 1996.
Jones, Jonathan. "Mire Lee's Turbine Hall Review – as Kitsch as Tatty Halloween Decorations." The Guardian, October 8, 2024.
McDermott, Emily. "The Uncontainable Mire Lee." ArtReview, September 27, 2024.
Tate Modern. "Hyundai Commission: Mire Lee." Press Release, 2024.
Bolter, Jay David. "Posthumanism." In The International Encyclopedia of Communication Theory and Philosophy, edited by Klaus Bruhn Jensen and Robert T. Craig. Wiley, 2016.
문화예술기획 : https://aither.imweb.me/Directing_service
전시용 가벽 렌탈 : https://aither.imweb.me/Home/?idx=168383314&bmod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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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INE CS. MON TO SAT 10:00-18:00.
CONTACT. 051-977-5272 | SCK02145@NAVER.COM | https://aith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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