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사우스] 베니스 비엔날레 2026 심사위원단 집단 사퇴 사건

리자공
202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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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비엔날레 2026 심사위원단 집단 사퇴 사건

국제 전시 시스템의 윤리·정치·미학적 좌표 재설정에 관한 큐레토리얼 분석

보고서 작성일: 2026년 5월 2일

분석 대상: 제61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미술전 〈In Minor Keys〉 (Koyo Kouoh, 2026.5.9–11.22)




1. 사건 개요 — 무엇이 일어났는가

2026년 4월 30일, 제61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미술전 〈In Minor Keys〉의 국제심사위원단 5명 전원이 사퇴했다. 개막을 단 9일 앞둔 시점이었다. 위원장 솔랑쥬 올리베이라 파르카스(Solange Oliveira Farkas, 브라질)를 비롯해 조 버트(Zoe Butt), 엘비라 디안가니 오세(Elvira Dyangani Ose), 마르타 쿠즈마(Marta Kuzma), 지오반나 자페리(Giovanna Zapperi)가 e-flux를 통해 짧은 사퇴 성명을 발표했다.

사퇴 성명서는 단 두 문장에 가까웠다. 위원들은 사퇴의 이유로 8일 전인 4월 22일에 발표한 〈의향 성명(Statement of Intention)〉을 인용했을 뿐, 추가적 설명은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압축된 형식 자체가 하나의 큐레토리얼 행위였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말한다'는 것이 〈In Minor Keys〉의 미학적 전제였다는 점을 상기하면, 이번 사퇴는 단순한 항의가 아니라 전시 자체의 문법을 따르는 수행적 제스처였다.

1-1. 핵심 사실관계

  • 2026년 4월 22일: 심사위원단, ICC(국제형사재판소)에 인도에 반한 죄로 기소된 국가의 지도자가 있는 국가의 국가관(national pavilion)을 황금사자상·은사자상 후보에서 제외하겠다는 〈의향 성명〉 발표

  • 사실상 러시아·이스라엘을 겨냥한 결정으로 해석됨

  • 이스라엘 외무부, 즉각 '예술의 정치화'·'반이스라엘 정치 선전'이라며 강하게 반발

  • 이탈리아 문화부 장관 알레산드로 줄리(Alessandro Giuli), 비엔날레 프리뷰 및 개막식 보이콧 선언, 베니스에 조사관 파견

  • EU, 러시아 참여를 이유로 2028년 비엔날레에 배정된 약 200만 유로 보조금 철회 결정

  • 4월 30일: 심사위원 5명 전원 사퇴

  • 같은 날, 비엔날레 재단은 황금사자상 시상 자체를 폐지하고 관람객 투표 기반의 '비지터스 라이언(Visitors' Lions)'으로 대체, 시상식을 11월 22일 폐막일로 연기한다고 발표



2. 사퇴의 구조 — 정치인가, 큐레이션인가

이 사건을 단순히 '심사위원단의 정치적 항의'로 환원하면 핵심을 놓치게 된다. 사퇴는 4중 구조의 충돌 위에서 발생했다.

2-1. 첫 번째 층위 — 윤리적 큐레이션의 선언

4월 22일자 〈의향 성명〉의 핵심 문장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심사위원단은 자신들에게 '비엔날레가 그 시대의 긴급성과 예술을 연결시키는 플랫폼이라는 역사적 역할에 대한 책임'이 있음을 명시했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인도에 반한 죄로 ICC에 기소된 지도자를 가진 국가'를 시상에서 제외하겠다고 선언했다.

주목할 점은 위원들이 직접 '러시아'·'이스라엘'을 호명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대신 그들은 ICC라는 국제법 기구를 매개로 자신들의 결정을 외부화·객관화했다. 이는 위원단이 정치적 판단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이미 국제 사법체계가 내린 판단을 큐레토리얼 기준으로 채택했다는 논리 구조다.

2-2. 두 번째 층위 — 큐레이터 사후의 충성

이 의향 성명은 또한 2025년 5월 10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카메룬 출신 큐레이터 코요 쿠오(Koyo Kouoh, 1967–2025)의 큐레토리얼 비전에 대한 사후적 충성 선언이기도 했다. 위원들은 성명에서 쿠오의 큐레토리얼 텍스트를 인용했다. '공포의 스펙터클을 거부하면서, 마이너 키에 귀 기울일 시간이 왔다.'

쿠오는 다카르 RAW Material Company의 창립 디렉터, 케이프타운 자이츠 MOCAA의 디렉터를 역임한 범아프리카적·탈식민적 큐레이션의 핵심 인물이었다. 그는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미술전을 큐레이팅하는 첫 아프리카 여성이었다. 위원들의 사퇴는 단순한 정치적 행위가 아니라, 사망한 큐레이터의 비전을 제도가 흡수·중성화하는 것을 거부하는 행위로 읽힌다.

2-3. 세 번째 층위 — 제도적 압박

심사위원단의 결정은 외부의 거대한 압력장 위에서 이루어졌다. 활동가 그룹 ANGA(Art Not Genocide Alliance)는 2024년 약 24,000명, 2026년 약 200명의 비엔날레 참여 작가·큐레이터의 서명을 받은 공개서한을 통해 이스라엘 배제를 요구해 왔다. 이는 In Minor Keys 본전시 참여 작가의 다수를 포함하는 규모였다.

동시에 EU의 200만 유로 보조금 철회, 이탈리아 문화부의 조사관 파견, 핀란드의 정부 차원 보이콧 등 국가·초국가 차원의 압박이 동시에 가해졌다. 비엔날레 재단은 '예술과 문화의 어떠한 형태의 배제나 검열도 거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모든 참가 신청 국가를 받아들였다. 심사위원단의 결정은 사실상 비엔날레 경영진과 직접 충돌하는 위치에 있었다.

2-4. 네 번째 층위 — 원칙의 수행적 유지

4월 30일의 사퇴 성명이 가진 형식적 미니멀리즘은 의미심장하다. 위원들은 의향 성명을 '철회'하지 않고 '확인(acknowledgment)'한다는 표현을 썼다. 즉 자신들의 입장을 거두는 대신, 그 입장과 함께 제도에서 빠지기를 선택했다. 이는 큐레이션의 자율성과 제도의 권위 사이에서 타협하지 않는 위치를 택한 것이다.



3. 제도의 응답 — '비지터스 라이언'이라는 정치적 발명

비엔날레 재단의 대응은 외형상 중립적이지만, 그 정치적 함의는 분명하다. 재단은 황금사자상 자체를 폐지하고 관람객 투표 기반의 '비지터스 라이언'으로 대체했다. 시상은 개막일이 아닌 폐막일에 이루어지며, 모든 100개 국가관이 동등한 자격으로 후보가 된다.

"이는 개방성, 대화, 그리고 어떠한 형태의 폐쇄나 검열도 거부하는 비엔날레의 창설 정신과 부합합니다." — La Biennale di Venezia 공식 성명, 2026.4.30

이 결정은 '포용'의 언어를 빌렸지만, 실질적으로는 심사위원단의 윤리적 기준을 무력화하는 효과를 가진다. '모든 참여자에 대한 동등한 대우'라는 원칙은 ICC 기소 여부와 무관하게 러시아·이스라엘을 동일한 자격의 후보로 복원시킨다. 이는 형식적 평등을 통한 정치적 입장이다 — '판단하지 않음'이 곧 하나의 판단이 되는 구조다.

3-1. 시상 메커니즘 자체의 변환

심사위원단이라는 '전문가의 권위'에서 관람객 투표라는 '대중의 정량적 선택'으로 이행한 것은 단순한 운영 변경이 아니다. 큐레토리얼 비평이라는 행위 자체가 이번 시상에서 사라졌다. 황금사자상은 1907년 이래 비엔날레 시상의 핵심이자, 동시에 큐레토리얼 권위의 상징이었다. 이를 폐지함으로써 비엔날레 재단은 '평가의 정치성' 자체를 기술적으로 회피했다.

그러나 관람객 투표라는 메커니즘은 결코 중립이 아니다. 어떤 국가관이 더 많은 자원을 동원해 홍보하고, 어떤 국가관이 더 많은 관람객을 동원할 수 있는가는 이미 정치·경제적 불평등을 반영한다. 글로벌 사우스의 작은 신생 국가관은 이 메커니즘에서 구조적으로 불리해진다. 즉 '비지터스 라이언'은 '심사위원단의 정치성'을 제거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시장과 인구의 정치성'으로 치환한 것이다.



4. 〈In Minor Keys〉의 큐레토리얼 맥락

이번 사건은 〈In Minor Keys〉라는 전시의 미학적 전제와 떼어놓고 이해할 수 없다. 쿠오는 큐레토리얼 텍스트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현재의 혼돈이 만들어내는 불안한 불협화음 속에서 종종 길을 잃지만, 음악은 계속된다. 우리는 더 느린 기어로 전환하여 마이너 키의 주파수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 Koyo Kouoh, 큐레토리얼 텍스트, 2025.4.8

'마이너 키'는 단순히 음악적 비유가 아니다. 그것은 메이저 키 — 즉 지정학적·미학적 권력의 큰 목소리 — 가 지배하는 세계에서 들리지 않는 주파수, 미세한 진동, 다른 시간성에 대한 큐레토리얼 명제다. 쿠오의 비전은 '시대 사건에 대한 호명의 연속이 되지 않으면서도', '교차하고 누적되는 위기들로부터의 도피도 되지 않는' 제3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었다.

4-1. 사퇴는 〈In Minor Keys〉의 일부인가

심사위원단은 모두 쿠오가 직접 선택한 인물들이었다. 그들의 사퇴는 쿠오의 사망 이후 그의 큐레토리얼 비전이 제도에 의해 '관리 가능한 것'으로 흡수되는 것에 대한 거부라고 해석할 수 있다. 즉 사퇴 자체가 〈In Minor Keys〉의 큐레토리얼 명제 — '들리지 않게 함으로써 말하기' — 의 수행적 실천이었다.

이 해석은 다음과 같은 사실들에 의해 보강된다. 첫째, 쿠오의 큐레토리얼 자문 5명 중 2명은 ANGA의 이스라엘 배제 청원에 서명했다. 둘째, In Minor Keys 본전시 참여 작가의 상당수도 같은 청원에 서명했다. 셋째, 사퇴 성명은 e-flux라는 비평·이론 플랫폼을 통해서만 발표되었으며, 이는 쿠오의 RAW Material Company가 위치한 비평적 인프라와 같은 생태계 내에서 작동한다.



5. 큐레토리얼 관점의 심층 분석

5-1. '국가관 모델'의 위기 — 잠재되어 있던 모순의 폭발

베니스 비엔날레의 국가관(national pavilion) 시스템은 1895년 창설 이래 19세기 말의 지정학적 질서를 그대로 보존해 왔다. 자르디니 공원의 영구 국가관은 대부분 식민 제국 시대의 강대국에 할당되어 있다. 1990년대 이후 글로벌 사우스의 비평가들은 이 모델 자체를 '현대 세계를 진단하는 지진계로서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고 비판해 왔다.

쿠오의 임명, 그리고 2026년 비엔날레가 아프리카 신규 국가관의 대거 등장으로 채워졌다는 사실은 이 모델 안에서의 변화를 시도한 것이었다. 그러나 ICC 기소 기준을 둘러싼 이번 충돌은 결국 국가관 모델이라는 형식 자체가 가진 모순 — '예술가의 작업'과 '국가의 행위'를 어떻게 분리할 것인가 — 을 폭발시켰다.

5-2. 윤리적 큐레이션 vs 예술 자율성 — 거짓 이항대립

이번 사건은 흔히 '예술적 자유'와 '정치적 책임' 사이의 충돌로 서술된다. 그러나 이 이항대립은 거짓이다. 비엔날레 재단의 '예술의 자율성' 옹호는 그 자체가 정치적 입장이며, 심사위원단의 '윤리적 큐레이션' 역시 미학적 명제와 분리되지 않는다.

실제로 비엔날레는 1974년 칠레 군사정권 사태에 대해 '반파시즘 비엔날레'를 선언하고 칠레 망명 예술가들에게 헌정된 적이 있다. 또한 1970~90년대 아파르트헤이트 시기 남아공을 비엔날레에서 배제했다. 즉 '예술의 자율성'이라는 원칙은 역사적으로 일관되게 적용된 적이 없으며, 언제 누가 어떤 정치를 호출하는가의 문제일 뿐이다.

5-3. 사퇴의 큐레토리얼 의미 — 부재라는 전시 기법

이번 사퇴는 '부재(absence)' 또는 '비어있음(emptiness)'이라는 동시대 큐레이션의 한 양식과 연결된다. 2024년 비엔날레에서 이스라엘관 작가 루스 파티르(Ruth Patir)가 인질 석방과 휴전이 이루어질 때까지 전시장을 열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 2022년 러시아관이 자발적으로 비워진 것, 2026년 남아공관이 정부의 검열로 비워진 것 — 이 모든 사례들은 '전시하지 않음으로써 전시한다'는 큐레이션의 한 계보를 형성한다.

심사위원단의 사퇴 또한 이 계보의 연장선상에 있다. '심사하지 않음'은 곧 가장 강력한 심사 행위가 된다. 이는 가야트리 차크라보르티 스피박이 말한 '서발턴은 말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큐레토리얼 응답이기도 하다 — 제도 안에서 말할 수 없을 때, 제도에서 빠지는 것이 말하는 방식이 된다.



6. 글로벌 사우스 담론과의 연결

이번 사건을 더 큰 담론적 맥락에 위치시키면, 다음과 같은 좌표가 드러난다.

6-1. 큐레이터의 지정학

사퇴한 5명의 위원장 솔랑쥬 올리베이라 파르카스는 브라질 비데오브라질의 창립 디렉터로, 라틴 아메리카의 비주류 영상문화에 대한 30년에 걸친 큐레이션 작업으로 알려져 있다. 조 버트는 베트남·동남아시아 동시대 미술의 핵심 큐레이터다. 엘비라 디안가니 오세는 적도 기니 출신으로 아부다비 공공미술 비엔날레의 디렉터다. 마르타 쿠즈마는 폴란드 출신으로 동유럽 비평적 미술 담론의 인물이다. 지오반나 자페리만이 유럽(이탈리아·제네바)에 기반을 두지만, 그 역시 페미니즘 미술사 연구자다.

즉 이 위원단은 그 구성 자체가 서구 중심 큐레이션 체제에 대한 도전이었다. 그들의 사퇴는 단지 정치적 입장 표명이 아니라, '누가 큐레이션의 권위를 가지는가'라는 글로벌 사우스적 질문이 제도 내부에서 제기되었을 때 발생하는 충돌의 가시화다.

6-2. 2024–2026의 큐레토리얼 연속성

아드리아노 페드로사(Adriano Pedrosa)의 2024년 〈Foreigners Everywhere〉(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와 쿠오의 2026년 〈In Minor Keys〉는 베니스 비엔날레 역사상 처음으로 연속된 두 회차에서 글로벌 사우스 큐레이터가 본전시를 책임진 사례다. 페드로사가 이주자·원주민·퀴어·아웃사이더라는 '주변'을 중심으로 끌어왔다면, 쿠오는 '주변의 주파수' 자체를 듣는 양식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가려 했다.

이 연속성은 비엔날레라는 제도가 글로벌 사우스 담론을 흡수하면서도, 그 담론이 가진 정치적 첨예함은 중성화하려는 모순을 점점 더 명백하게 드러내고 있다. 2026년 사퇴 사태는 이 모순이 더 이상 봉합될 수 없는 단계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6-3. 탈식민 큐레이션의 한계 지점

쿠오의 큐레이션은 '제도 내부에서의 탈식민화'라는 전략을 택해 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그 전략의 한계 지점을 드러낸다. 베니스 비엔날레라는 19세기 말의 제도적 형식 — 국가관, 황금사자상, 자르디니의 영구 건축 — 안에서 글로벌 사우스의 큐레토리얼 비전이 작동할 수 있는 공간은 구조적으로 제한적이다.

이 사건이 던지는 질문은 따라서 다음과 같다. 탈식민 큐레이션은 베니스 같은 제도를 '내부에서' 변혁할 수 있는가, 아니면 다른 형식의 국제 전시 플랫폼을 발명해야 하는가? 다카르 비엔날레, 샤르자 비엔날레, 카루셀 등 글로벌 사우스의 자체적 비엔날레 인프라가 점차 강화되고 있는 흐름은 후자의 방향을 가리킨다.



7. 선행 사례와의 비교

7-1. 1968년 베니스 비엔날레 — 학생·노동자 봉기

1968년 베니스 비엔날레는 학생 시위와 예술가들의 보이콧으로 전시가 사실상 마비되었다. 이때 다수의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벽 쪽으로 돌려놓거나 전시를 거부했다. 이 사건은 비엔날레의 운영 구조 개혁(1973년 재단 형태로 전환)의 직접적 계기가 되었다. 2026년 사퇴 사태도 유사한 제도적 재편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

7-2. 1974년 비엔날레 — 칠레 연대

1973년 피노체트 쿠데타에 대한 대응으로, 1974년 비엔날레는 '반파시즘 비엔날레'로 명명되었다. 칠레 망명 예술가에게 헌정된 이 회차는 비엔날레가 명시적 정치적 입장을 표명한 가장 분명한 선례다. 2026년 비엔날레 재단이 이러한 선례에도 불구하고 '예술의 자율성'을 호명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7-3. 2002년 도큐멘타 11 — Okwui Enwezor

나이지리아 출신 큐레이터 오쿠이 엔웨조르가 2002년 도큐멘타 11을 큐레이팅하면서 도입한 '플랫폼' 개념 — 카셀의 전시는 5개 플랫폼 중 하나일 뿐이며, 다른 4개는 다른 도시에서 진행된다 — 은 큐레토리얼 권위의 탈중심화에 대한 가장 영향력 있는 시도였다. 쿠오는 엔웨조르의 직접적 계승자로 평가되며, 이번 사퇴 사태는 그가 도큐멘타 12·13에 참여하면서 형성한 비평적 네트워크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7-4. 2022–2024 비엔날레 — 러시아관 비우기

2022년 러시아 침공 직후 러시아관의 큐레이터와 작가가 자발적으로 사퇴하여 러시아관은 비어 있었다. 2024년에는 볼리비아가 그 공간을 사용했다. 2026년에 러시아가 다시 돌아온 것은 비엔날레 측의 결정으로,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속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진 결정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퇴의 가장 직접적 도화선이 되었다.


8. 결론 — 전시 시스템 자체의 정치성

2026년 베니스 비엔날레 심사위원단 사퇴 사태는 단일 사건이 아니라, 여러 층위의 위기가 동시에 표면화된 결절점이다. 이 사건은 다음의 세 가지를 명확히 드러냈다.

첫째, 국제 전시 시스템에 정치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은 존재하지 않는다. '예술의 자율성'을 옹호하는 것도, 윤리적 기준을 도입하는 것도, 시상 메커니즘을 변경하는 것도, 모두 정치적 행위다. 차이는 어떤 정치를 선택하는가에 있을 뿐이다.

둘째, 큐레이터의 권위와 제도의 권위는 분리될 수 없는 동시에 분리되어야만 한다. 심사위원단의 사퇴는 이 모순을 가장 첨예한 형식으로 표현했다. 그들은 큐레이터의 권위를 행사하면서 동시에 제도에서 빠짐으로써, '큐레이션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동시대적 답변을 제출했다.

셋째, 베니스 비엔날레의 19세기 말 형식 — 특히 국가관 모델 — 은 21세기의 지정학적·미학적 조건과 점점 더 양립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이 형식의 임계점을 보여주는 신호다. 향후 비엔날레가 이 형식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할 것인가, 아니면 형식을 유지하면서 점진적 조정을 시도할 것인가는 동시대 국제 전시 시스템 전체의 향배를 결정할 것이다.

〈In Minor Keys〉는 5월 9일 예정대로 개막한다. 그러나 이번 회차의 비엔날레는 이미 그 어떤 작품보다도 강한 큐레토리얼 진술을 하나 이상 만들어냈다. 그것은 전시장 안에 있지 않다. 사퇴라는 형식, 빈 의자라는 부재, 폐막일로 미뤄진 시상이라는 시간적 조작 — 이 모든 비물질적 제스처들이 2026년 베니스 비엔날레의 진짜 작품이다. 들리지 않게 함으로써 말하는 마이너 키의 음악으로서.


부록 — 주요 1차 자료

  • La Biennale di Venezia 공식 보도자료 (labiennale.org), 2026.4.30

  • Statement of Intention by the International Jury (e-flux), 2026.4.22

  • Statement of Resignation (e-flux), 2026.4.30

  • Koyo Kouoh, Curatorial Text for In Minor Keys (labiennale.org), 2025.4.8

  • Art Not Genocide Alliance, Open Letter to Venice Biennale (anga.live), 2025.10–2026.3

주요 보도

  • NPR, ArtReview, Artforum, Artnet, ArtNews, The Art Newspaper, Hyperallergic, RFE/RL — 사퇴 보도 전반 (2026.4.30 – 5.1)

  • Eric Otieno Sumba, 〈Why the Venice Biennale Model Is Obsolete〉 (Contemporary And, ifa.de) — 국가관 모델 비판

  • 60th Venice Biennale National Pavilions 비평 (e-flux Criticism, 2024) — 페드로사 비엔날레의 한계

관련 큐레토리얼·이론 참조

  • Okwui Enwezor, Documenta 11 Platforms (2002) — 큐레토리얼 탈중심화의 선례

  • Carlos Basualdo, 〈The Unstable Institution〉 — 비엔날레 형식론

  • Koyo Kouoh, RAW Material Company / Zeitz MOCAA의 출판물 — 범아프리카·탈식민 큐레이션

  • Gayatri C. Spivak, 〈Can the Subaltern Speak?〉 — 부재로서의 발화 이론적 배경


— 이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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