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사우스] 에메카 오그보(Emeka Ogboh) 의 사운드 설치

남윤지
2026-03-05
조회수 299




우리는 도시를 말할 때 건물의 높이, 거리의 풍경, 교통망, 스카이라인과 같은 시각적 이미지들을 떠올린다. 그러나 도시는 동시에 끊임없이 울리고 있는 거대한 음향 환경이기도 하다. 자동차 경적, 시장 상인의 외침, 지하철 안내 방송, 종교 의식의 소리, 거리 음악과 같은 일상의 소리들은 도시의 삶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우리는 종종 이러한 소리들을 배경 소음으로만 인식하며 지나친다.



Emeka Ogboh (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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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emekaogboh.bandcamp.com/album/6-30-33372-n-3-22-066-e



나이지리아 출신의 사운드 설치 작가 에메카 오그보 (Emeka Ogboh)는 이런 사운드스케이프를 단순히 소음이 아니라 겹겹이 쌓인 목소리로 이루어진 오케스트라 교향곡에 비유했고, 또한 사운드스케이프가 "청취자를 다른 곳으로 데려가는" 능력을 높이 평가했으며 이러한 점에서 사운드 매체에 대한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그의 작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그는 도시를 바라보는 대신 도시를 듣는 것을 제안한다. 특히 그의 작업은 아프리카 최대 도시 중 하나인 라고스의 소리와 유럽 도시 베를린의 소리를 한 공간 안에 병치하거나 교차시키며, 서로 다른 도시 경험이 청각적으로 어떻게 겹쳐질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그의 설치 작업 속에서 관객은 한 장소에 서 있으면서도 두 도시의 리듬과 언어, 이동의 감각을 동시에 듣게 된다.

이러한 청각적 만남은 단순한 사운드의 혼합을 넘어, 글로벌 사우스와 글로벌 노스 사이의 관계를 새로운 방식으로 사유하게 만든다. 라고스의 거리 소리와 베를린의 도시 음향이 같은 공간에서 공존할 때, 도시는 더 이상 서로 분리된 지리적 장소가 아니라 이주와 기억, 경험 속에서 서로 겹쳐지는 감각적 공간으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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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kaput-mag.com/stories_en/emeka-ogboh-it-is-pretty-much-cacophonous-out-there-but-at-the-same-time-it-feels-like-music-being-composed-by-the-city/

 

에메카 오그보의 작업은 도시의 일상적인 소리를 채집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는 거리, 시장, 대중교통, 종교 의식과 같은 도시의 다양한 공간에서 들리는 소리를 현장에서 직접 녹음하고, 이를 전시장 공간 안에서 다시 구성한다. 이러한 방식은 단순한 음향 기록을 넘어, 도시의 기억과 사회적 경험을 드러내는 하나의 청각적 아카이브를 형성한다. 특히 오그보는 자신이 태어난 도시인 라고스의 소리를 중심으로 작업하면서, 이를 베를린과 같은 다른 도시의 소리와 함께 배치하여 서로 다른 도시 경험이 하나의 공간 안에서 겹쳐지는 상황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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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moma.org/collection/works/427853?


Lagos State of Mind III (2017), MoMA

Lagos State of Mind III는 대표적인 작업 중 하나로, 성장한 도시인 라고스와 현재 활동하고 있는 도시인 베를린의 사운드스케이프를 한 공간 안에 결합하여, 서로 다른 도시 경험이 어떻게 하나의 청각적 환경 속에서 겹쳐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작품은 여러 개의 스피커가 설치된 전시장 공간에서 구현되며, 관객은 그 사이를 걸으며 다양한 도시의 소리를 동시에 듣게 된다. 작품 속에는 라고스의 교통 소음, 시장의 소리, danfo 버스 차장의 외침과 같은 일상적인 거리 소리들이 등장하는 한편, 베를린 지하철 안내 방송이나 독일어 대화와 같은 유럽 도시의 사운드도 함께 들린다. 이러한 소리들은 단순히 혼합되는 것이 아니라 전시 공간 속에서 서로 다른 방향에서 흘러나오며, 관객이 움직일 때마다 새로운 음향적 관계를 만들어낸다.




▲ 도시의 소리를 어떻게 수집하는지, 그 소리가 어떻게 사운드 아트로 재구성되는지를 알 수 있는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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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studiointernational.com/emeka-ogboh-interview-i-want-listeners-to-be-transported-to-lagos-gropius-bau-berlin?utm_source=chatgpt.com


The Way Earthly Things Are Going (2017), Documenta 14 

2017년에 발표한 사운드 설치 작품으로, 글로벌 경제 시스템과 인간의 경험 사이의 관계를 청각적으로 탐구하는 작업이다. 이 작품은 독일 카셀과 아테네에서 열린 국제 현대미술 전시인 documenta 14에서 처음 선보였다. 

전시장에 들어가면 관객은 먼저 벽을 따라 흐르는 LED 전광판의 텍스트를 보게 된다. 이 전광판에는 세계 금융 시장과 관련된 경제 지표와 주식 시장 데이터가 끊임없이 흘러가며, 글로벌 자본주의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동시에 공간에는 합창 형식의 음악이 울려 퍼지는데, 이는 고대 그리스의 애가(lamentation) 전통에서 영감을 받은 다성(polyphonic) 합창이다. 애도와 상실의 정서를 담은 이 음악은 차가운 숫자로 표현되는 경제 데이터와 강한 대비를 이루며 공간을 채운다.

이 작품에서 오그보는 금융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추상적인 숫자와 실제 인간의 삶 사이의 간극을 드러낸다. 글로벌 경제 위기와 금융 변동은 종종 데이터와 그래프의 형태로만 인식되지만, 그 변화는 실제로는 노동, 이주, 실업, 불평등과 같은 구체적인 인간 경험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LED 전광판의 데이터 흐름과 애가 형식의 합창이 동시에 존재하는 전시 공간은, 글로벌 자본주의가 만들어내는 경제적 구조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감정적·사회적 현실이 충돌하는 장면을 청각적으로 경험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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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nsdoku.de/en/exhibitions/archive/tell-me-about-yesterday-tomorrow/emeka-ogboh?utm_source=chatgpt.com


Sufferhead Original (2016–)

오그보가 2016년부터 진행해 온 프로젝트로, 사운드 작업에서 출발한 그의 예술이 미각과 문화적 기억의 영역으로 확장된 사례이다. 이 작업은 전통적인 사운드 설치와 달리 실제로 마실 수 있는 맥주를 매개로 하여 이주와 디아스포라 경험을 감각적으로 탐구한다.

이 프로젝트에서 오그보는 독일에 거주하는 아프리카 출신 이주민들을 인터뷰하며 그들이 경험하는 음식과 맛의 기억을 조사했다. 이러한 대화를 바탕으로 그는 독일의 크래프트 맥주 양조 방식과 나이지리아에서 영감을 받은 재료와 풍미를 결합한 새로운 맥주 레시피를 개발했다. 이렇게 탄생한 맥주가 바로 Sufferhead Original이다. 작품의 제목은 나이지리아의 음악가 Fela Kuti의 곡 “Sufferhead”에서 가져온 것으로, 식민주의와 사회적 불평등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실을 풍자적으로 표현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시 공간에서 이 맥주는 병과 라벨, 브루잉 과정, 그리고 이를 둘러싼 이야기들과 함께 소개된다. 관객은 단순히 작품을 보는 것이 아니라 맥주를 시음하면서 작품에 참여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음식과 맛이 어떻게 문화적 정체성과 기억을 형성하는지 경험하게 된다. 특히 아프리카와 유럽 사이를 오가는 이주 경험 속에서, 익숙한 음식과 새로운 음식이 만나 만들어내는 감각적 변화는 개인의 정체성과 문화적 소속감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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