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 미술시장은 자본주의적 교환 구조 속에서 작동한다. 작품은 감상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투자 자산으로 거래된다. 갤러리, 컬렉터, 경매회사, 금융기관이 얽히며 미술품은 금융화된 자산처럼 이동한다. 이 구조 속에서 작품의 가격은 시간이 지나며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흥미로운 지점이 하나 존재한다. 가격 상승의 중심에는 작품을 만든 작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상승 이익이 작가에게 다시 돌아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등장한 제도가 추급권(Resale Royalty Right , droit de suite)이다.
추급권은 미술작품이 재판매될 때 일정 비율의 금액을 작가에게 다시 지급하는 제도다. 프랑스에서 처음 제도화된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되었다. 이 제도는 미술시장의 구조적 불균형을 수정하려는 시도였다. 초기 판매 당시 경제적으로 취약한 작가가 낮은 가격에 작품을 판매했더라도, 이후 시장에서 작품 가치가 상승하면 그 상승의 일부를 창작자에게 환원하도록 설계되었다.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이 제도는 흥미로운 긴장을 만든다. 자본주의 시장은 소유권을 중심으로 작동한다. 작품을 구매한 순간 그 물건은 구매자의 자산이 된다. 이후 가격 상승 역시 소유자가 누리는 이익으로 이해된다. 이 논리에서 보면 추급권은 거래 이후에도 창작자의 권리를 일정 부분 남겨 두는 제도다. 작품이 시장에서 이동할 때마다 창작의 흔적이 계속 작동하는 구조다.
이 지점에서 미술은 다른 상품과 다른 특성을 드러낸다. 자동차나 가구는 재판매되더라도 제작자가 추가 수익을 받지 않는다. 미술품은 창작자의 이름과 서사가 작품 가치의 핵심 요소로 작동한다. 작품의 가격 상승은 물질적 대상의 희소성 때문만이 아니라, 작가의 경력과 미술사적 평가가 축적되며 만들어지는 문화적 가치 때문이다. 추급권은 이러한 문화적 생산 구조를 제도적으로 인정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현실의 시장에서는 또 다른 문제들이 등장한다.
첫째는 거래 추적의 문제다. 미술시장 상당 부분은 비공개 거래(private sale)로 이루어진다. 작품이 어디에서 얼마에 거래되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추급권을 실제로 집행하기 위해서는 거래 기록과 유통 데이터가 필요하다. 최근 블록체인 기반 아트 레지스트리나 디지털 아카이브 시스템이 논의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둘째는 시장 참여자들의 이해관계다. 경매회사와 딜러는 거래 비용이 늘어나는 것을 부담으로 느낄 수 있다. 일부 시장에서는 추급권이 거래를 다른 국가로 이동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등장한다. 실제로 영국이 추급권을 도입했을 때 일부 거래가 뉴욕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논의된 바 있다.
셋째는 문화정책의 관점이다. 추급권은 예술가의 경제적 권리를 보호하는 장치로 설계되었지만, 실제로는 이미 성공한 작가에게 더 큰 이익이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 작품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작가는 소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추급권이 예술가 전체의 생태계를 개선하는 장치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계속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급권이 중요한 이유는 상징적 의미에 있다. 이 제도는 미술작품을 순수한 투자 상품으로 환원하지 않는다. 작품 가치가 창작의 결과라는 사실을 제도적으로 기록한다. 시장의 교환 논리 속에서도 창작자의 권리가 계속 작동한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오늘날 디지털 기술은 이 논의를 새로운 단계로 이동시키고 있다. 작품의 거래 기록을 데이터로 관리하고, 재판매가 이루어질 때 자동으로 권리를 분배하는 시스템이 등장하고 있다. NFT와 같은 블록체인 기반 구조가 논의되는 이유도 동일한 맥락에 있다. 기술은 추급권을 행정 제도에서 플랫폼 인프라로 전환시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결국 추급권 논의는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예술은 누구의 가치로 성장하는가. 시장의 자본이 만들어내는 가치인가, 창작자가 생산한 문화적 의미인가. 미술시장은 이 두 힘이 교차하는 장소다. 추급권은 그 교차점에서 등장한 제도다. 완전한 해결책으로 작동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창작과 자본 사이의 관계를 다시 질문하게 만드는 장치로서 의미를 가진다.
미술작품 추급권(Resale Royalty Right, droit de suite)은 국가별로 보통 저작권 관리단체(collecting society)가 징수와 분배를 담당한다. 경매회사·갤러리·딜러가 거래 정보를 신고하면 관리단체가 수수료를 징수하고 작가에게 지급하는 구조다.
주요 사례는 다음과 같다.
1. 프랑스 – ADAGP 시스템



https://www.adagp.fr/en
프랑스는 1920년에 추급권을 도입한 국가다.
ADAGP(Association pour la Diffusion des Arts Graphiques et Plastiques)는 프랑스의 시각예술 저작권 관리 단체로, 화가·조각가·사진작가 등 시각예술가들의 저작권을 집단적으로 관리하고 보호한다. 1953년에 설립된 이후 프랑스 및 국제 저작권 시스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운영 방식
경매회사와 딜러가 작품 재판매 발생 시 거래 정보를 신고
판매 가격에 따라 0.25%~4% 누진 비율 적용
최대 지급액 약 12,500유로
ADAGP가 징수 후 작가 또는 유족에게 지급
실제 흐름
경매 낙찰 → 경매회사 거래 보고 → ADAGP 징수 → 작가 계좌 지급
특징
유럽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사례로 평가된다.
2. 영국 – DACS 운영
https://www.dacs.org.uk/
영국은 2006년 EU 지침에 따라 도입했다.
DACS(Design and Artists Copyright Society)는 영국의 비영리 저작권 관리 단체로, 시각 예술가들의 저작권과 이미지 사용료 징수·분배를 대행한다. 1984년에 설립된 이후 미술, 사진, 일러스트레이션 등 다양한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며, 영국 내 대표적인 저작권 관리 기관으로 평가받는다.
운영 구조
경매회사와 아트딜러가 거래 신고
적용 조건
판매가 1,000유로 이상
생존 작가 또는 사후 70년 이내
징수 과정
경매회사 → DACS 신고 → 수수료 징수 → 작가 지급
성과
DACS 통계에 따르면 매년 수백만 파운드 규모가 작가들에게 지급된다.
3. 독일 – VG Bild-Kunst
https://www.bildkunst.de/
독일은 추급권을 강하게 집행하는 국가 중 하나다.
VG Bild-Kunst는 독일의 시각 예술, 사진, 영화 및 디자인 분야 저작권 보호를 위한 저작권 관리 단체(Verwertungsgesellschaft)이다. 독일 본(Bonn)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작가와 시각 예술가들의 저작권 사용료를 징수·분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 단체는 공정한 보상과 저작물의 공익적 이용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운영 특징
경매·갤러리 거래 모두 신고 대상
관리단체가 시장 거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누락 거래 조사 기능 운영
분배
징수 후 작가에게 직접 지급
일부는 문화기금 형태로 재투자된다.
4. 호주 – Copyright Agency

https://www.copyright.com.au/

(되게 유명한 구분 테이블.. 멋짐)

(링크드인도 있음, 아주 젊은 회사라고 볼 수 있다.)
호주는 2010년 추급권 제도를 도입했다.
Copyright Agency는 호주 시드니에 본사를 둔 저작권 관리 단체로, 작가·예술가·출판사 등 권리자의 저작물을 복제하거나 공유할 때 로열티를 징수·배분한다. 1974년 설립된 이후 호주 내 주요 저작권 집행 및 보상 시스템의 핵심 기관으로 자리잡았다.
구조
재판매 가격의 5% 고정 비율
최소 거래가 약 1,000 호주달러
경매회사·딜러 신고 의무
특징
호주 제도는 원주민 예술가(Indigenous artists) 보호 정책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미술작품 재판매에 따른 추급권은 작품이 시장에서 다시 거래될 때 일정 비율의 금액을 창작자에게 지급하도록 설계된 제도다. 핵심은 재판매 가격이 상승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가치가 창작자에게 일부 환원되도록 하는 데 있다. 여러 국가에서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국가별로 비율 구조와 적용 기준에 차이가 존재한다. 이러한 수치 구조를 살펴보면 추급권 정책이 미술시장 안정성과 창작자 권리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설계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유럽 지역에서는 재판매 가격 구간에 따라 비율이 점차 낮아지는 누진 구조가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재판매 가격이 5만 유로 이하일 경우 4퍼센트가 적용된다. 5만 유로를 초과하고 20만 유로 이하 구간에는 3퍼센트가 적용된다. 20만 유로에서 35만 유로 사이 구간은 1퍼센트, 35만 유로에서 50만 유로 사이 구간은 0.5퍼센트, 50만 유로를 초과하는 금액에는 0.25퍼센트가 적용된다. 이 제도에서는 지급 총액의 상한이 약 1만2500유로로 설정되어 있다. 예를 들어 작품이 100만 유로에 재판매될 경우 전체 금액에 단일 비율을 적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가격 구간별로 나누어 계산된다. 이러한 구조는 고가 작품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장 부담을 줄이기 위한 장치다.
프랑스는 이 유럽 구조를 가장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국가 중 하나다. 재판매 가격이 약 750유로 이상일 경우 제도가 적용되며, 경매회사와 갤러리 거래 모두가 대상이 된다. 독일 역시 같은 비율 구조를 사용하며 거래 기록 보고 의무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운영한다. 독일에서는 경매뿐 아니라 상업 갤러리 거래도 제도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영국은 최소 거래 금액 기준을 두어 시장 충격을 완화했다. 재판매 가격이 약 1000유로 이상일 경우에만 추급권이 적용된다. 비율 구조는 유럽과 동일하게 최대 4퍼센트에서 시작하여 0.25퍼센트까지 단계적으로 낮아진다. 초기에는 생존 작가의 작품에만 적용되었으며 이후 사후 권리까지 확대되었다.
호주의 경우에는 조금 다른 구조를 채택했다. 재판매 가격이 약 1000호주달러 이상일 경우 제도가 적용되며, 재판매 금액의 5퍼센트를 고정 비율로 지급한다. 누진 구조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단일 비율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는 특히 원주민 작가 보호 정책과 연결되어 있으며 제도 도입 이후 상당수 권리금이 원주민 예술가에게 지급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역시 유럽과 동일한 누진 비율 구조를 사용한다. 두 국가 모두 재판매 가격이 약 3000유로 이상일 경우 제도가 적용되며 경매회사와 갤러리 거래가 모두 포함된다. 이러한 정책은 거래 기록 보고를 의무화하여 추급권 집행을 가능하게 만든다.
한국 미술시장 구조를 고려하면 이러한 국가 사례를 종합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먼저 최소 거래 금액 기준을 설정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예를 들어 약 1000만원 이상의 재판매 거래에 제도를 적용하면 소규모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행정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비율 구조는 유럽에서 사용하는 누진 방식이 적절하다. 초기 구간에는 약 4퍼센트를 적용하고 가격이 상승할수록 3퍼센트, 1퍼센트, 0.5퍼센트, 0.25퍼센트로 단계적으로 낮추는 구조가 가능하다. 동시에 지급 총액의 상한을 약 1500만원 수준으로 설정하면 고가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장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제도 도입 과정은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첫 단계에서는 경매 거래에만 적용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한국 미술시장에서 공개 가격이 확인되는 거래는 대부분 경매시장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후 제도 적용 범위를 갤러리 거래까지 확대하는 단계가 이어질 수 있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작품 거래 기록을 관리하는 디지털 기반 시스템을 구축하여 미술시장 전반의 거래 데이터를 관리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결국 추급권 제도는 세 가지 요소가 동시에 작동할 때 안정적으로 운영된다. 첫 번째 요소는 법률이다. 국가 차원의 저작권 제도 안에서 재판매 권리를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두 번째 요소는 권리 관리 기관이다. 재판매 거래에서 발생한 권리금을 징수하고 작가에게 분배하는 역할을 맡는다. 세 번째 요소는 거래 데이터 인프라다. 작품이 언제 어떤 가격으로 거래되었는지 기록하는 시스템이 존재해야 권리금 계산이 가능하다.
최근 미술시장에서는 거래 기록을 관리하는 디지털 인프라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많은 거래가 공개되지 않는 구조에서는 작품의 이동 경로와 거래 가격을 기록하는 시스템이 제도 운영의 핵심 조건이 된다. 이러한 거래 데이터 기반 플랫폼이 구축될 경우 추급권 제도는 정책적 논의를 넘어 실제 시장에서 작동하는 구조로 발전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하나 있다.
“미술 거래 데이터를 누가 관리할 것인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플랫폼이 등장하면 추급권 인프라의 핵심 기업이 될 가능성이 있다.
문화예술기획 : https://aither.imweb.me/Directing_service
전시용 가벽 렌탈 : https://aither.imweb.me/Home/?idx=168383314&bmod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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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ECTOR. GONG MYEONGSEONG.
ADDRESS. (48737) 21, BEOMIL-RO 65BEON-GIL, DONG-GU, BUSAN, REPUBLIC OF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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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THER :: introductory material https://drive.google.com/drive/folders/14fIaNXjzbEocA0Ah317-rv8Tikv3zCwQ?usp=drive_link

현대 미술시장은 자본주의적 교환 구조 속에서 작동한다. 작품은 감상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투자 자산으로 거래된다. 갤러리, 컬렉터, 경매회사, 금융기관이 얽히며 미술품은 금융화된 자산처럼 이동한다. 이 구조 속에서 작품의 가격은 시간이 지나며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흥미로운 지점이 하나 존재한다. 가격 상승의 중심에는 작품을 만든 작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상승 이익이 작가에게 다시 돌아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등장한 제도가 추급권(Resale Royalty Right , droit de suite)이다.
추급권은 미술작품이 재판매될 때 일정 비율의 금액을 작가에게 다시 지급하는 제도다. 프랑스에서 처음 제도화된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되었다. 이 제도는 미술시장의 구조적 불균형을 수정하려는 시도였다. 초기 판매 당시 경제적으로 취약한 작가가 낮은 가격에 작품을 판매했더라도, 이후 시장에서 작품 가치가 상승하면 그 상승의 일부를 창작자에게 환원하도록 설계되었다.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이 제도는 흥미로운 긴장을 만든다. 자본주의 시장은 소유권을 중심으로 작동한다. 작품을 구매한 순간 그 물건은 구매자의 자산이 된다. 이후 가격 상승 역시 소유자가 누리는 이익으로 이해된다. 이 논리에서 보면 추급권은 거래 이후에도 창작자의 권리를 일정 부분 남겨 두는 제도다. 작품이 시장에서 이동할 때마다 창작의 흔적이 계속 작동하는 구조다.
이 지점에서 미술은 다른 상품과 다른 특성을 드러낸다. 자동차나 가구는 재판매되더라도 제작자가 추가 수익을 받지 않는다. 미술품은 창작자의 이름과 서사가 작품 가치의 핵심 요소로 작동한다. 작품의 가격 상승은 물질적 대상의 희소성 때문만이 아니라, 작가의 경력과 미술사적 평가가 축적되며 만들어지는 문화적 가치 때문이다. 추급권은 이러한 문화적 생산 구조를 제도적으로 인정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현실의 시장에서는 또 다른 문제들이 등장한다.
첫째는 거래 추적의 문제다. 미술시장 상당 부분은 비공개 거래(private sale)로 이루어진다. 작품이 어디에서 얼마에 거래되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추급권을 실제로 집행하기 위해서는 거래 기록과 유통 데이터가 필요하다. 최근 블록체인 기반 아트 레지스트리나 디지털 아카이브 시스템이 논의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둘째는 시장 참여자들의 이해관계다. 경매회사와 딜러는 거래 비용이 늘어나는 것을 부담으로 느낄 수 있다. 일부 시장에서는 추급권이 거래를 다른 국가로 이동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등장한다. 실제로 영국이 추급권을 도입했을 때 일부 거래가 뉴욕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논의된 바 있다.
셋째는 문화정책의 관점이다. 추급권은 예술가의 경제적 권리를 보호하는 장치로 설계되었지만, 실제로는 이미 성공한 작가에게 더 큰 이익이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 작품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작가는 소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추급권이 예술가 전체의 생태계를 개선하는 장치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계속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급권이 중요한 이유는 상징적 의미에 있다. 이 제도는 미술작품을 순수한 투자 상품으로 환원하지 않는다. 작품 가치가 창작의 결과라는 사실을 제도적으로 기록한다. 시장의 교환 논리 속에서도 창작자의 권리가 계속 작동한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오늘날 디지털 기술은 이 논의를 새로운 단계로 이동시키고 있다. 작품의 거래 기록을 데이터로 관리하고, 재판매가 이루어질 때 자동으로 권리를 분배하는 시스템이 등장하고 있다. NFT와 같은 블록체인 기반 구조가 논의되는 이유도 동일한 맥락에 있다. 기술은 추급권을 행정 제도에서 플랫폼 인프라로 전환시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결국 추급권 논의는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예술은 누구의 가치로 성장하는가. 시장의 자본이 만들어내는 가치인가, 창작자가 생산한 문화적 의미인가. 미술시장은 이 두 힘이 교차하는 장소다. 추급권은 그 교차점에서 등장한 제도다. 완전한 해결책으로 작동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창작과 자본 사이의 관계를 다시 질문하게 만드는 장치로서 의미를 가진다.
미술작품 추급권(Resale Royalty Right, droit de suite)은 국가별로 보통 저작권 관리단체(collecting society)가 징수와 분배를 담당한다. 경매회사·갤러리·딜러가 거래 정보를 신고하면 관리단체가 수수료를 징수하고 작가에게 지급하는 구조다.
주요 사례는 다음과 같다.
1. 프랑스 – ADAGP 시스템



https://www.adagp.fr/en
프랑스는 1920년에 추급권을 도입한 국가다.
ADAGP(Association pour la Diffusion des Arts Graphiques et Plastiques)는 프랑스의 시각예술 저작권 관리 단체로, 화가·조각가·사진작가 등 시각예술가들의 저작권을 집단적으로 관리하고 보호한다. 1953년에 설립된 이후 프랑스 및 국제 저작권 시스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운영 방식
경매회사와 딜러가 작품 재판매 발생 시 거래 정보를 신고
판매 가격에 따라 0.25%~4% 누진 비율 적용
최대 지급액 약 12,500유로
ADAGP가 징수 후 작가 또는 유족에게 지급
실제 흐름
경매 낙찰 → 경매회사 거래 보고 → ADAGP 징수 → 작가 계좌 지급
특징
유럽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사례로 평가된다.
2. 영국 – DACS 운영
https://www.dacs.org.uk/
영국은 2006년 EU 지침에 따라 도입했다.
DACS(Design and Artists Copyright Society)는 영국의 비영리 저작권 관리 단체로, 시각 예술가들의 저작권과 이미지 사용료 징수·분배를 대행한다. 1984년에 설립된 이후 미술, 사진, 일러스트레이션 등 다양한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며, 영국 내 대표적인 저작권 관리 기관으로 평가받는다.
운영 구조
경매회사와 아트딜러가 거래 신고
적용 조건
판매가 1,000유로 이상
생존 작가 또는 사후 70년 이내
징수 과정
경매회사 → DACS 신고 → 수수료 징수 → 작가 지급
성과
DACS 통계에 따르면 매년 수백만 파운드 규모가 작가들에게 지급된다.
3. 독일 – VG Bild-Kunst
독일은 추급권을 강하게 집행하는 국가 중 하나다.
VG Bild-Kunst는 독일의 시각 예술, 사진, 영화 및 디자인 분야 저작권 보호를 위한 저작권 관리 단체(Verwertungsgesellschaft)이다. 독일 본(Bonn)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작가와 시각 예술가들의 저작권 사용료를 징수·분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 단체는 공정한 보상과 저작물의 공익적 이용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운영 특징
경매·갤러리 거래 모두 신고 대상
관리단체가 시장 거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누락 거래 조사 기능 운영
분배
징수 후 작가에게 직접 지급
일부는 문화기금 형태로 재투자된다.
4. 호주 – Copyright Agency
https://www.copyright.com.au/
(되게 유명한 구분 테이블.. 멋짐)
(링크드인도 있음, 아주 젊은 회사라고 볼 수 있다.)
호주는 2010년 추급권 제도를 도입했다.
Copyright Agency는 호주 시드니에 본사를 둔 저작권 관리 단체로, 작가·예술가·출판사 등 권리자의 저작물을 복제하거나 공유할 때 로열티를 징수·배분한다. 1974년 설립된 이후 호주 내 주요 저작권 집행 및 보상 시스템의 핵심 기관으로 자리잡았다.
구조
재판매 가격의 5% 고정 비율
최소 거래가 약 1,000 호주달러
경매회사·딜러 신고 의무
특징
호주 제도는 원주민 예술가(Indigenous artists) 보호 정책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미술작품 재판매에 따른 추급권은 작품이 시장에서 다시 거래될 때 일정 비율의 금액을 창작자에게 지급하도록 설계된 제도다. 핵심은 재판매 가격이 상승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가치가 창작자에게 일부 환원되도록 하는 데 있다. 여러 국가에서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국가별로 비율 구조와 적용 기준에 차이가 존재한다. 이러한 수치 구조를 살펴보면 추급권 정책이 미술시장 안정성과 창작자 권리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설계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유럽 지역에서는 재판매 가격 구간에 따라 비율이 점차 낮아지는 누진 구조가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재판매 가격이 5만 유로 이하일 경우 4퍼센트가 적용된다. 5만 유로를 초과하고 20만 유로 이하 구간에는 3퍼센트가 적용된다. 20만 유로에서 35만 유로 사이 구간은 1퍼센트, 35만 유로에서 50만 유로 사이 구간은 0.5퍼센트, 50만 유로를 초과하는 금액에는 0.25퍼센트가 적용된다. 이 제도에서는 지급 총액의 상한이 약 1만2500유로로 설정되어 있다. 예를 들어 작품이 100만 유로에 재판매될 경우 전체 금액에 단일 비율을 적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가격 구간별로 나누어 계산된다. 이러한 구조는 고가 작품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장 부담을 줄이기 위한 장치다.
프랑스는 이 유럽 구조를 가장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국가 중 하나다. 재판매 가격이 약 750유로 이상일 경우 제도가 적용되며, 경매회사와 갤러리 거래 모두가 대상이 된다. 독일 역시 같은 비율 구조를 사용하며 거래 기록 보고 의무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운영한다. 독일에서는 경매뿐 아니라 상업 갤러리 거래도 제도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영국은 최소 거래 금액 기준을 두어 시장 충격을 완화했다. 재판매 가격이 약 1000유로 이상일 경우에만 추급권이 적용된다. 비율 구조는 유럽과 동일하게 최대 4퍼센트에서 시작하여 0.25퍼센트까지 단계적으로 낮아진다. 초기에는 생존 작가의 작품에만 적용되었으며 이후 사후 권리까지 확대되었다.
호주의 경우에는 조금 다른 구조를 채택했다. 재판매 가격이 약 1000호주달러 이상일 경우 제도가 적용되며, 재판매 금액의 5퍼센트를 고정 비율로 지급한다. 누진 구조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단일 비율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는 특히 원주민 작가 보호 정책과 연결되어 있으며 제도 도입 이후 상당수 권리금이 원주민 예술가에게 지급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역시 유럽과 동일한 누진 비율 구조를 사용한다. 두 국가 모두 재판매 가격이 약 3000유로 이상일 경우 제도가 적용되며 경매회사와 갤러리 거래가 모두 포함된다. 이러한 정책은 거래 기록 보고를 의무화하여 추급권 집행을 가능하게 만든다.
한국 미술시장 구조를 고려하면 이러한 국가 사례를 종합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먼저 최소 거래 금액 기준을 설정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예를 들어 약 1000만원 이상의 재판매 거래에 제도를 적용하면 소규모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행정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비율 구조는 유럽에서 사용하는 누진 방식이 적절하다. 초기 구간에는 약 4퍼센트를 적용하고 가격이 상승할수록 3퍼센트, 1퍼센트, 0.5퍼센트, 0.25퍼센트로 단계적으로 낮추는 구조가 가능하다. 동시에 지급 총액의 상한을 약 1500만원 수준으로 설정하면 고가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장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제도 도입 과정은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첫 단계에서는 경매 거래에만 적용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한국 미술시장에서 공개 가격이 확인되는 거래는 대부분 경매시장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후 제도 적용 범위를 갤러리 거래까지 확대하는 단계가 이어질 수 있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작품 거래 기록을 관리하는 디지털 기반 시스템을 구축하여 미술시장 전반의 거래 데이터를 관리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결국 추급권 제도는 세 가지 요소가 동시에 작동할 때 안정적으로 운영된다. 첫 번째 요소는 법률이다. 국가 차원의 저작권 제도 안에서 재판매 권리를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두 번째 요소는 권리 관리 기관이다. 재판매 거래에서 발생한 권리금을 징수하고 작가에게 분배하는 역할을 맡는다. 세 번째 요소는 거래 데이터 인프라다. 작품이 언제 어떤 가격으로 거래되었는지 기록하는 시스템이 존재해야 권리금 계산이 가능하다.
최근 미술시장에서는 거래 기록을 관리하는 디지털 인프라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많은 거래가 공개되지 않는 구조에서는 작품의 이동 경로와 거래 가격을 기록하는 시스템이 제도 운영의 핵심 조건이 된다. 이러한 거래 데이터 기반 플랫폼이 구축될 경우 추급권 제도는 정책적 논의를 넘어 실제 시장에서 작동하는 구조로 발전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하나 있다.
“미술 거래 데이터를 누가 관리할 것인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플랫폼이 등장하면 추급권 인프라의 핵심 기업이 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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