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Glocalization)은 1980년대 일본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서 파생된 용어로, "세계적인 것을 지역화하고, 지역적인 것을 세계화한다"는 방법론적 전략이다. 이는 주로 서구의 세련된 전시 형식이라는 그릇에 지역이라는 내용물을 담아 전 세계 미술 시장에 효과적으로 유통하려는 실용적 목적을 띠는 기술적 접근이다.
반면,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는 제국주의와 식민 지배,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에서 소외되었던 국가들이 공유하는 인식론적 가치관이다. 이는 지리적 남반구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중심부의 헤게모니에 저항하는 '변방의 연대'를 뜻한다. 글로컬이 서구 중심의 시스템에 잘 편입되기 위한 기술이라면, 글로벌 사우스는 "왜 우리가 서구의 기준에 맞춰야 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며 주변부의 시각으로 세계 질서를 다시 쓰는 혁명적 태도에 가깝다.
이 맥락에서 한국에서 광주비엔날레의 역사는 단순한 미술 전시의 기록이 아니라, 한 도시의 트라우마를 보편적 예술 언어로 치환해온 투쟁기다. 초기 1회 전시는 163만 명이라는 전무후무한 관객을 동원했지만, 내부적으로는 "광주의 맛이 안 난다"는 비판과 "국제 수준에 못 미친다"는 외부의 냉소 사이에서 평가가 나오기도 했었다.
당시 쿠바 작가 크초의 대상 수상작 <잊어버리기 위하여 (Para Olvidar)>는 이러한 갈등 속에서 탄생한 상징적 장면을 보여준다. 작가는 한국 맥주병 2,500개를 바닥에 깔고 그 위에 담양 호수에서 가져온 낡은 목선을 올렸다. 이는 쿠바 난민의 '보트 피플' 생활을 시각화한 것인데, 관객들은 한국의 일상적 소품인 맥주병이 타자의 고통을 증언하는 도구가 되는 모습에 주목했다. 광주라는 로컬이 제3세계의 아픔과 만난 이 사건은 비엔날레가 나아갈 방향을 암시했다.
이후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는 2010년 제8회 《만인보(10,000 Lives)》에서 일어났다. 마시밀리아노 지오니 (Massimiliano Gioni)감독은 5·18을 직접 재현하는 대신, 캄보디아 폴포트 정권 하에서 학살당한 이들의 사진 400여 점을 전시장에 가득 채웠다. 관객들은 이름 모를 외국인들의 영정 사진 앞에서 광주의 망월동 묘역을 떠올리며 오열했다. 광주의 슬픔을 강요하지 않고도 지구 반대편의 고통과 광주를 수평적으로 연결한 이 전시는, 개인의 서사와 글로벌 이슈를 예술로 풀어내는 중요한 시도로 평가되었다. 광주비엔날레가 '글로컬 전략'을 넘어 '글로벌 사우스의 연대적 가치'를 획득한 결정적 순간이라 볼 수 있다.
제 15회 광주 비엔날레 포스터 https://www.gwangjubiennale.org/gb/exhibition/past/15.do
최근 2024년 제15회 《판소리, 모두의 울림》은 광주의 전통 자산인 '판소리'를 현대 과학과 생태학의 관점에서 풀어낸 시도였다. 니콜라 부리오(Nicolas Bourriaud) 감독은 판소리의 '판'을 소리가 울려 퍼지는 공간(Space)으로 해석하고, 전시의 무대를 비엔날레관을 넘어 광주의 오래된 골목과 한옥으로 확장했다.
감독 니콜라 부리오 는 1965년 프랑스 출신의 큐레이터이자 이론가로, 동시대 미술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는 1999년부터 2006년까지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를 공동 설립하고 공동 디렉터로 활동하며, 동시대미술의 새로운 전시 형식을 개발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관계적 미학(Relational Aesthetics) 개념을 발전시켜 1990년대 이후 현대 미술 담론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이 이론은 현대 미술이 관객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새로운 형식을 제안하며, 미술이 사회적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전개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당시 파빌리온 프로젝트는 도시의 일상적 장소에 담론을 심는 '진화된 글로컬리즘'을 보여주었다. 비엔날레관이라는 한정된 전시 공간을 넘어, 광주 시내 전역의 문화예술 기관, 역사적 장소, 일상적 공간을 세계 각국의 국립 미술관 및 문화 기구와 연결하는 도시 규모의 네트워크 전시다.
글로컬(Glocalization)은 1980년대 일본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서 파생된 용어로, "세계적인 것을 지역화하고, 지역적인 것을 세계화한다"는 방법론적 전략이다. 이는 주로 서구의 세련된 전시 형식이라는 그릇에 지역이라는 내용물을 담아 전 세계 미술 시장에 효과적으로 유통하려는 실용적 목적을 띠는 기술적 접근이다.
반면,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는 제국주의와 식민 지배,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에서 소외되었던 국가들이 공유하는 인식론적 가치관이다. 이는 지리적 남반구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중심부의 헤게모니에 저항하는 '변방의 연대'를 뜻한다. 글로컬이 서구 중심의 시스템에 잘 편입되기 위한 기술이라면, 글로벌 사우스는 "왜 우리가 서구의 기준에 맞춰야 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며 주변부의 시각으로 세계 질서를 다시 쓰는 혁명적 태도에 가깝다.
https://www.gwangjubiennale.org/gb/exhibition/past/1.do
이 맥락에서 한국에서 광주비엔날레의 역사는 단순한 미술 전시의 기록이 아니라, 한 도시의 트라우마를 보편적 예술 언어로 치환해온 투쟁기다. 초기 1회 전시는 163만 명이라는 전무후무한 관객을 동원했지만, 내부적으로는 "광주의 맛이 안 난다"는 비판과 "국제 수준에 못 미친다"는 외부의 냉소 사이에서 평가가 나오기도 했었다.
제 1회 광주 비엔날레 포스터
https://www.gwangjubiennale.org/gb/exhibition/past/1.do
1995년 제1회 광주비엔날레 대상 수상 작품. 크초(쿠바)의 '잊어버리기 위하여' ⓒ e영상역사관. https://kartnow.com/ko/posts.php?
당시 쿠바 작가 크초의 대상 수상작 <잊어버리기 위하여 (Para Olvidar)>는 이러한 갈등 속에서 탄생한 상징적 장면을 보여준다. 작가는 한국 맥주병 2,500개를 바닥에 깔고 그 위에 담양 호수에서 가져온 낡은 목선을 올렸다. 이는 쿠바 난민의 '보트 피플' 생활을 시각화한 것인데, 관객들은 한국의 일상적 소품인 맥주병이 타자의 고통을 증언하는 도구가 되는 모습에 주목했다. 광주라는 로컬이 제3세계의 아픔과 만난 이 사건은 비엔날레가 나아갈 방향을 암시했다.
제 8회 광주 비엔날레 포스터
https://www.gwangjubiennale.org/gb/exhibition/past/8.do
https://www.gjdream.com/news/articleView.html?idxno=425076,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0004108900
이후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는 2010년 제8회 《만인보(10,000 Lives)》에서 일어났다. 마시밀리아노 지오니 (Massimiliano Gioni)감독은 5·18을 직접 재현하는 대신, 캄보디아 폴포트 정권 하에서 학살당한 이들의 사진 400여 점을 전시장에 가득 채웠다. 관객들은 이름 모를 외국인들의 영정 사진 앞에서 광주의 망월동 묘역을 떠올리며 오열했다. 광주의 슬픔을 강요하지 않고도 지구 반대편의 고통과 광주를 수평적으로 연결한 이 전시는, 개인의 서사와 글로벌 이슈를 예술로 풀어내는 중요한 시도로 평가되었다. 광주비엔날레가 '글로컬 전략'을 넘어 '글로벌 사우스의 연대적 가치'를 획득한 결정적 순간이라 볼 수 있다.
https://www.gwangjubiennale.org/gb/exhibition/past/15.do
최근 2024년 제15회 《판소리, 모두의 울림》은 광주의 전통 자산인 '판소리'를 현대 과학과 생태학의 관점에서 풀어낸 시도였다. 니콜라 부리오(Nicolas Bourriaud) 감독은 판소리의 '판'을 소리가 울려 퍼지는 공간(Space)으로 해석하고, 전시의 무대를 비엔날레관을 넘어 광주의 오래된 골목과 한옥으로 확장했다.
감독 니콜라 부리오 는 1965년 프랑스 출신의 큐레이터이자 이론가로, 동시대 미술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는 1999년부터 2006년까지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를 공동 설립하고 공동 디렉터로 활동하며, 동시대미술의 새로운 전시 형식을 개발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관계적 미학(Relational Aesthetics) 개념을 발전시켜 1990년대 이후 현대 미술 담론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이 이론은 현대 미술이 관객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새로운 형식을 제안하며, 미술이 사회적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전개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당시 파빌리온 프로젝트는 도시의 일상적 장소에 담론을 심는 '진화된 글로컬리즘'을 보여주었다. 비엔날레관이라는 한정된 전시 공간을 넘어, 광주 시내 전역의 문화예술 기관, 역사적 장소, 일상적 공간을 세계 각국의 국립 미술관 및 문화 기구와 연결하는 도시 규모의 네트워크 전시다.
(생각보다 광주 비엔날레 아카이브를 원활하게 찾을 수 없었다. 아쉬울 따름.)
광주비엔날레는 지난 30여 년간의 시행착오를 통해 지역성을 고집하는 폐쇄성이나 세계 표준에 매몰되는 현상을 극복하고자 했다. 광주는 주변부의 목소리가 세계의 중심 담론이 되는 글로벌 사우스의 대표적인 장이라는 결론을 지으며..
참고: 권근영. (2017). 광주비엔날레 연구 : 글로벌리즘 담론의 측면에서 [박사학위논문, 서울대학교].
문화예술기획 : https://aither.imweb.me/Directing_service
전시용 가벽 렌탈 : https://aither.imweb.me/Home/?idx=168383314&bmod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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