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w to Love a Tree (prologue), 2022. © Hira Nabi. Photo: Romy Finke. Courtesy the artist
《Hira Nabi: Wild Encounters》
아무 것도 연출하지 않고도 그 자체로 고유성을 지니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 중 하나는 자연이다.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 속으로 들어가본 적은 없지만, 풀과 흙과 나무로 뒤덮인 사진과 유사한 장면을 목격한 기억은 있다. 우리가 자연을 말할 때, 자연에 속한 채로 자연을 말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요즘, 내가 경험하는 자연은 모니터 속 이미지가 전부다. 현장에서 자연의 공기를 들이쉰 것이 언제인지 흐릿하다. 그런 의미에서, 내게 있어 작가 히라 나비(Hira Nabi)의 18분 가량 되는 3채널 비디오는 꽤나 확장적으로 와닿았다고 할 수 있다. 이것 역시 모니터에서 비롯한 자연이지만, 각 이미지는 자연 속 머무는 것 같은 착각으로 나를 유도했다.
Hira Nabi는 파키스탄 출신의 영화감독으로, 환경 문제와 일상 이야기를 중심으로 작업한다. 지난 2022년 부산 비엔날레를 통해 《All That Perishes at the Edge of Land,2019》로 국내에 소개된 바 있다.
글에서 이야기하게 될 그녀의 작품 《Wild Encounters,2023》는 2019년 시작된 더 큰 프로젝트 《How to Love a Tree》의 일부로, 프린트, 시아노타입, 퍼포먼스와 음악 콘서트, 오디오 등 다양한 매체로 확장되며 고국 사람들과 풍경의 관계를 탐구한다. 그녀의 관점은 남아시아의 역사, 문화적 맥락 중에서도 특히 영국 식민 통치의 잔재에 깊은 영감을 받는다. 남아시아 출신이 그녀는 인간과 자연의 역학적 관계에 대한 통찰력을 작품에 담아낸다.

Wild Encounters, 2023. © Hira Nabi.
인간과 숲 사이, 비가시적 시간
《Wild Encounters》는 이슬라마바드에서 북동쪽으로 약 30km 떨어진 무리에(Murree) 인근의 안개 낀 소나무 숲에서 촬영되었다. 무리에는 19세기 중반 영국 식민지 시절, 펀자브 평원의 혹서에서 벗어나기 위한 휴양지이자 요양지로 조성된 곳이다. 나비의 영상은 관객을 숲에 더 가까이 데려가, 숲과 함께 생각하고 사유하도록 유도한다. 영상 속 자막은 이렇게 시작한다.
“숲이 꿈꾸는 것을 느낄 수 있나요?”
우리는 숲을 통해 꿈을 실현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의 기반을 얻는 곳은 자연이다. 우리의 꿈이 나아감이라면 숲의 꿈은 무엇일까. 그녀가 '꿈'이라는 비언어적 요소를 영상에 도입한 것은 언어라는 인간의 산물을 바깥으로 이동시키고 싶었음을 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영상은 숲의 시간들을 나열하면서 그 호흡 속으로 동기화된다. 지의류의 시간, 재생의 시간, 그리고 또 하나의 비자연적 시간인 ‘관광의 시간’. 아이들이 데이지 꽃을 따고 화환을 엮으며 철조망 너머로 손을 뻗는다. 화면에는 데이지의 계정은 곧 뱀의 계절이기도 하다는 문구가 떠오른다. 비자연적 시간의 주기가 저 너머 자연의 주기를 꺾는다.
숲의 풍경에는 식민주의의 영향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영국인들이 체리와 딸기, 라즈베리를 식민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조성된 이곳에서 식민자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나무를 베어내고, 야생을 가로지르는 길을 파내는 것이다. 오늘날 그에 해당하는 것은 통신탑이다. 동시에 영상 속에는 도로와 함께 콘크리트 구조물이 스쳐 지나간다. 생계와 생존을 위해 삶의 바탕이 되는 나무를 벌목할 수밖에 없는 파키스탄의 사회경제적 현실을 영상을 통해 드러내며, 잊혀진 풍경과 들리지 않는 자연의 목소리, 인간과 숲 사이의 긴장과 필수 관계를 조명한다.

Wild Encounters, 2023. © Hira Nabi.
이식된 자본에서 벗어나기
자연의 황폐함이 인간 세계의 평화와 발전을 만든다는 것은 자연과 인간, 혹은 자본의 환경이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뜻한다. 나무, 숲, 인간. 이들의 삶은 얽혀 있다. 나비의 작품은 이로써 인간중심주의에 치우쳐 있던 남아시아 미술의 전통을 깊이 탐구하며, 보다 전체론적인 관점으로의 회귀를 촉구한다. 더불어 우리 세계의 상호 연결된 서사를 생생하게 그려냄과 동시에 파키스탄의 사회문화적, 물리적 풍경에 남아 있는 식민주의의 잔재를 비판적으로 다룬다.
그녀는 환경과 일상을 보다 연결성있게 풀어냄으로써 서구 예술과 철학에 깊이 뿌리내린 인간중심적 가치관에 주목한다. 인간 경험만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여전히 숲이 무엇을 꿈꾸고 무엇을 갈망하는지 알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의 행위와 자연 자체는 깊은 연관성을 지니지만, 그것 역시 오롯한 인간의 관점일 뿐이다. 식물, 동물, 생태계를 비롯한 주변의 자연 세계는 그들의 입장에서는 독립적인 주체이다.
이러한 점에서, 어쩌면 자연의 꿈은 인간이 이식한 자본의 잔재를 탈피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문화예술기획 : https://aither.imweb.me/Directing_service
전시용 가벽 렌탈 : https://aither.imweb.me/Home/?idx=168383314&bmode=view
AITHER
DIRECTOR. GONG MYEONGSEONG.
ADDRESS. (48737) 21, BEOMIL-RO 65BEON-GIL, DONG-GU, BUSAN, REPUBLIC OF KOREA.
PARKING : Jin Market public parking lot
4F EXHIBITION.
5F LOUNGE.
6F WAREHOUSE.
ONLINE CS. MON TO SAT 10:00-18:00.
CONTACT. 051-977-5272 | SCK02145@NAVER.COM | https://aith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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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X. 0504-322-2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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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Love a Tree (prologue), 2022. © Hira Nabi. Photo: Romy Finke. Courtesy the artist
《Hira Nabi: Wild Encounters》
아무 것도 연출하지 않고도 그 자체로 고유성을 지니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 중 하나는 자연이다.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 속으로 들어가본 적은 없지만, 풀과 흙과 나무로 뒤덮인 사진과 유사한 장면을 목격한 기억은 있다. 우리가 자연을 말할 때, 자연에 속한 채로 자연을 말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요즘, 내가 경험하는 자연은 모니터 속 이미지가 전부다. 현장에서 자연의 공기를 들이쉰 것이 언제인지 흐릿하다. 그런 의미에서, 내게 있어 작가 히라 나비(Hira Nabi)의 18분 가량 되는 3채널 비디오는 꽤나 확장적으로 와닿았다고 할 수 있다. 이것 역시 모니터에서 비롯한 자연이지만, 각 이미지는 자연 속 머무는 것 같은 착각으로 나를 유도했다.
Hira Nabi는 파키스탄 출신의 영화감독으로, 환경 문제와 일상 이야기를 중심으로 작업한다. 지난 2022년 부산 비엔날레를 통해 《All That Perishes at the Edge of Land,2019》로 국내에 소개된 바 있다.
글에서 이야기하게 될 그녀의 작품 《Wild Encounters,2023》는 2019년 시작된 더 큰 프로젝트 《How to Love a Tree》의 일부로, 프린트, 시아노타입, 퍼포먼스와 음악 콘서트, 오디오 등 다양한 매체로 확장되며 고국 사람들과 풍경의 관계를 탐구한다. 그녀의 관점은 남아시아의 역사, 문화적 맥락 중에서도 특히 영국 식민 통치의 잔재에 깊은 영감을 받는다. 남아시아 출신이 그녀는 인간과 자연의 역학적 관계에 대한 통찰력을 작품에 담아낸다.
Wild Encounters, 2023. © Hira Nabi.
인간과 숲 사이, 비가시적 시간
《Wild Encounters》는 이슬라마바드에서 북동쪽으로 약 30km 떨어진 무리에(Murree) 인근의 안개 낀 소나무 숲에서 촬영되었다. 무리에는 19세기 중반 영국 식민지 시절, 펀자브 평원의 혹서에서 벗어나기 위한 휴양지이자 요양지로 조성된 곳이다. 나비의 영상은 관객을 숲에 더 가까이 데려가, 숲과 함께 생각하고 사유하도록 유도한다. 영상 속 자막은 이렇게 시작한다.
“숲이 꿈꾸는 것을 느낄 수 있나요?”
우리는 숲을 통해 꿈을 실현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의 기반을 얻는 곳은 자연이다. 우리의 꿈이 나아감이라면 숲의 꿈은 무엇일까. 그녀가 '꿈'이라는 비언어적 요소를 영상에 도입한 것은 언어라는 인간의 산물을 바깥으로 이동시키고 싶었음을 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영상은 숲의 시간들을 나열하면서 그 호흡 속으로 동기화된다. 지의류의 시간, 재생의 시간, 그리고 또 하나의 비자연적 시간인 ‘관광의 시간’. 아이들이 데이지 꽃을 따고 화환을 엮으며 철조망 너머로 손을 뻗는다. 화면에는 데이지의 계정은 곧 뱀의 계절이기도 하다는 문구가 떠오른다. 비자연적 시간의 주기가 저 너머 자연의 주기를 꺾는다.
숲의 풍경에는 식민주의의 영향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영국인들이 체리와 딸기, 라즈베리를 식민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조성된 이곳에서 식민자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나무를 베어내고, 야생을 가로지르는 길을 파내는 것이다. 오늘날 그에 해당하는 것은 통신탑이다. 동시에 영상 속에는 도로와 함께 콘크리트 구조물이 스쳐 지나간다. 생계와 생존을 위해 삶의 바탕이 되는 나무를 벌목할 수밖에 없는 파키스탄의 사회경제적 현실을 영상을 통해 드러내며, 잊혀진 풍경과 들리지 않는 자연의 목소리, 인간과 숲 사이의 긴장과 필수 관계를 조명한다.
Wild Encounters, 2023. © Hira Nabi.
이식된 자본에서 벗어나기
자연의 황폐함이 인간 세계의 평화와 발전을 만든다는 것은 자연과 인간, 혹은 자본의 환경이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뜻한다. 나무, 숲, 인간. 이들의 삶은 얽혀 있다. 나비의 작품은 이로써 인간중심주의에 치우쳐 있던 남아시아 미술의 전통을 깊이 탐구하며, 보다 전체론적인 관점으로의 회귀를 촉구한다. 더불어 우리 세계의 상호 연결된 서사를 생생하게 그려냄과 동시에 파키스탄의 사회문화적, 물리적 풍경에 남아 있는 식민주의의 잔재를 비판적으로 다룬다.
그녀는 환경과 일상을 보다 연결성있게 풀어냄으로써 서구 예술과 철학에 깊이 뿌리내린 인간중심적 가치관에 주목한다. 인간 경험만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여전히 숲이 무엇을 꿈꾸고 무엇을 갈망하는지 알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의 행위와 자연 자체는 깊은 연관성을 지니지만, 그것 역시 오롯한 인간의 관점일 뿐이다. 식물, 동물, 생태계를 비롯한 주변의 자연 세계는 그들의 입장에서는 독립적인 주체이다.
이러한 점에서, 어쩌면 자연의 꿈은 인간이 이식한 자본의 잔재를 탈피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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