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사우스] 두 개의 배낭과 자갈, 몸이라는 매체의 수행적 광기

신영주
2026-02-25
조회수 267

걷는다는 것은 단순히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때로 그것은 몸으로 생각하는 하나의 방식이 되기도 하고, 명상과 유사한 특성을 지니기도 한다. 글에서 다룰 걷기 수련 또한 유사한 맥락을 가진다. 머리로 이해하는 역사와 직접 발로 거닐어보는 역사는 다르고, ‘안다’는 개념에서 벗어나 400km나 되는 거리를 걷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개념이다. 작가 청신하오(Cheng Xinhao)는 윈난성의 역사와 문화, 지리를 장거리 보도 여정과 일종의 수행적 광기를 통해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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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신하오, 〈To the Ocean〉, 2019, 싱글 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49분 56초. 출처: 작가 및 Tabula Rasa Gallery (London&Beijing) 


《To the Ocean》(2019)은 걷기를 매개로 역사와 개인, 장소와 기억 사이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작업이다. 작가 청신하오 2019년 12월 1일부터 19일간, 20세기 초 프랑스에 의해 건설된 윈난–베트남 철도의 일부 구간을 따라 약 465km를 홀로 걸었다. 하루에 약 6시간 가량을 걸은 셈이다. 이 철도는 식민 근대의 산물이자 외부 세계가 윈난으로 진입하는 주요 통로였으며, 지난 110여 년간 이 지역의 시공간 인식과 신체적 경험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왔다.

지리적으로 그의 작업 대상은 중국 남서부에 위치한 윈난성 전체라 해도 과장이 아니다.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과 국경을 맞댄 이 내륙 지역은 그의 고향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의 비디오 작업을 보다 보면, 그가 산과 강, 고원이나 국경 같은 물리적 지형을 측량하는 데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닌, 다양한 방식을 통해 이 땅과 그 주민들 사이의 정신적, 신체적 관계를 탐색하는 데 더 주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걸어서세계속으로] 소수 민족이 가장 많아 다양한 문화를 한번에 느낄 수 있는 곳 '중국 윈난성' (KBS 2015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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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신하오, 〈To the Ocean〉, 2019, 싱글 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49분 56초. 출처: 작가 및 泡卡司 (Powcast)


영상 속에서 그는 두 개의 배낭과 챙 넓은 모자를 쓰고는 1km를 걸을 때마다 자갈을 하나씩 줍는다. 그 돌들은 아름다워서 고른 것이 아니다. 되려 여정에 점점 무게를 더하는, 그의 짐이 되는 돌들이다. 영상 초반, 그는 빠르게 걷거나 화면을 가로질러 뛰고, 때로는 발레리노처럼 철로 위를 균형 잡으며 걷는다. 그러나 449개의 돌이 약 20kg에 달하는 후반부에 이르면, 무릎 보호대를 착용한 채 지친 몸으로 걸음을 옮긴다. 이러한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퍼포먼스는 그와 관객을 물리적 목표 너머의 어떤 비물질적 지점으로 이동시킨다. 

여기서 걷기는 기록을 위한 목적으로만 인식되지 않는다. 작가에게 있어 카메라뿐 아니라 몸 또한 매체이다 몸은 특정한 지각과 사건, 풍경, 이미지, 역사 사이의 연결을 드러낸다. 400km가 넘는 거리를 직접 통과하는 행위는 단순한 정보의 습득을 넘어, 역사와 장소를 신체 내부에 각인시키는 과정이다. ‘안다’는 개념에서 벗어나, 신체가 세계와 마찰하며 획득하는 감각적 인식이 여기서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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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신하오, 〈To the Ocean〉, 2019, 싱글 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49분 56초. 출처: 작가 및 Tabula Rasa Gallery (London&Beijing)


그는 이 철도 옆에서 자랐다. 초등학교 시절, 작가의 아버지가 이 고원 철도의 끝에 바다가 있다고 말한 시점부터 그에게 바다와 철도의 이미지는 하나로 묶이게 된다. 두 동아시아 국가의 식민지 역사, 동남아시아 산악지대의 근대화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그 자신의 유년의 기억, 지리적 상상력, 그리고 고향과 이 땅과의 관계를 돌아본다. 이 작업은 윈난–베트남 철도에 관한 예술 프로젝트이자, 그에게 있어 ‘도로와 걷기’와 관련된 프로젝트의 출발점이다. 걷기, 글쓰기, 영상 작업으로 구성된 청신하오의 작업은 제15회 광주비엔날레(9월 7일–12월 1일)에서 소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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