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사우스] 트랜스 트랜스 변화하는 생명

박시연
2026-02-26
조회수 262


 인간은 끝없이 창조의 영역에 도전해왔다. 심미감을 부흥하려는 노력은 나아가 생명의 창조로도 이어지게 되었다. 그 안에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 불멸에 대한 욕구가 자리하고 있다. 1990년대 말 등장한 바이오 아트는 유전공학, 합성생물학 등 생명과학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브라질 출신 아티스트 에두아르도 카츠의 형광토끼(GFP BUNNY) 알바(Alba)는 바이오 아트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각인되었다. 체내 색소가 결핍 된 알비노 토끼에 발광 해파리에서 추출한 형광 유전자(GFP, green fluorescent protein)를 주입하여 특정 파장의 빛을 내도록 만든 것이다. 이는 생명을 정복하고 재설계할 수 있다는 ‘트랜스 휴먼’적 욕망과 인간의 신체적 생물학적 한계를 기술로 초월하려는 의지의 결합물이었다. 초기 바이오 아트는 살아있는 생명체(세균, 조직, 동물)를 실험실의 도구처럼 다루며 ‘생명 윤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

 트랜스 휴먼은 도나 해러웨이의 저서 <사이보그 선언>(1985)에서서 시작점을 찾을 수 있다. 태초에 작가가 제시한 사이보그는 불멸의 기계가 아니라 경계를 허무는 존재였다. 미국의 인문학자인 그녀는 페미니즘 이론가이자 생물학자로 남성/여성, 인간/동물, 유기체/기계 같은 이분법적 질서를 해체하고 종의 경계를 허무는 전복적 사유를 전개한다. 사이보그라는 미래의 산물을 여성에 대한 차별과 연결하여 종래의 문법을 철폐하고 수용할 것을 주장한다. 1999년, 영국의 진화생물학자인 줄리언 헉슬리는 트랜스휴머니즘이란 단어를 처음으로 사용하였다. “인류가 생물학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인간 종이 생물의 진화를 조절할 수 있다는 예측이었다. 여기서 도나 해러웨이의 사이보그는 트랜스 휴먼으로 오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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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앵커, <바니타스 (페트리 접시 안에서) 연작>, 2013-2018, 울산시립미술관 소장


 본디 이분법적 개념을 무력화하는 도나 해러웨이의 주장은 사이보그에게 죽음을 고한다. 인간의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고 함께 죽어가는 존재, 자연의 섭리 속으로 사이보그를 위치시킨다. 바이오아트의 대표 작가인 수잔 앵커의 <바니타스: 패트리 접시 안에서> 는 해러웨이의 사이보그의 맥락을 잃지 않은 작품이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유행하였던 바니타스 정물화 양식을 차용하였다. 흑사병과 30년 전쟁 등 혼란한 사회상이 반영된 회화는 ‘인생의 덧없음’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어원을 갖는다. 생명력이 가득한 꽃에 해골이나 죽은 대상을 병치한다. 수잔 앵커는 곰팡이나 세포를 담는 패트리 접시 안에 씨앗, 향신료, 금속, 플라스틱 등을 배치하여 생명/인공, 생성/소멸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새로운 관점이 급부상하게 된다. 자연물을 전면에 내세운 바이오 필릭 아트는 건축, 실내 디자인, 공공미술과 결합하여 일상을 하나의 자연 서식지로 만든다. 인간이 자연을 통제할 수 없음을 목격한 뒤, 자연과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기 시작한 것이다. 코로나는 인간의 생태계 파괴 결과가 현현한 것으로, 국가적 차원의 친환경 정책이 등장하게 된 배경이 되기도 하였다. 여기서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의 ‘바이오 필리아’ 가설이 대중적 공감을 얻기 시작하는데, 이는 Bio(바이오)와 Philia(사랑)의 합성어로 인간이 자연과 연결될 때 본능적으로 안정감을 느낀다는 이론이며, 현재까지 미술계의 주요 맥락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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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 <아가몬 대백과: 외부 유출본>, 2025, 국립현대미술관


 추수의 <아가몬>는 바이오 필릭의 가능성을 증명한다. 그녀는 ‘작가’와 ‘엄마’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자 디지털 출산과 육아를 통해 모성을 충족한다. 작가가 창조한 아가몬은 우뭇가사리를 조각의 몸체로 삼는다. 물, 온도, 조명 등 ‘돌봄’을 필요로 하는 이 생물은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존재가 된다. 인간의 피부와 유사한 연약한 대상은 트렌스 휴머니즘이 말하는 초월성과 다르다. 이끼가 자라기 적절한 환경을 구성하여 인큐베이터 속 생명체를 존속시키지만 시간이 지나며 부패한 아가몬의 몸체는 이끼 성장의 바탕이 된다. 생명의 재생과 순환을 통해 기술이 자연을 지배하는 것이 아닌 자연의 일부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바이오아트 작업이 실험실을 나와 미술관에 자리하게 되기까지를 살펴보았다. 이제 다음 방향을 고민해야 할 시간이 왔다. 작업이 놓여야 할 위치는 어디인가? 그 위치가 무엇을 극복하고 증명해낼 수 있는가? 추수의 아가몬이 썩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은 전시실 근무자이다. 미술관에 지불한 입장료는 근무자의 임금으로 지불되고 작품 보존에 기여한다. 관람객은 여기서 더 나아가 자연 보존이란 이름 하에 물질과 재화가 어느 방향으로  향하는지를 추적해야 한다. 작품 보존이 자연의 보존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방향에 대해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전에 등장한 대지 미술은 작가의 자연으로 회귀가 현실의 공간에 구현될 수 있음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그러나 시간/장소 특정적 예술로 상업적 과정조차 무력화하려고 했던 담론의 발단과 달리 사진과 영상 같이 미디어 매체로만 기록이 가능하고, 대중을 대상으로 시각적 동의와 확산의 과정이 엽서 판매로 진행되었단 점에서 한계를 갖는다. 다시 미술관으로 복귀한 자연이 공간을 박차고 나가는 방식을 재고해 봐야 한다. 우리는 인간과 생태계의 관계가 새롭게 쓰이는 문턱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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