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사우스] 일상의 기록을 예술로 사유할 수 있는가

이하진
2026-02-20
조회수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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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nadette Mayer, 〈Memory〉 Siglio Press, 2020. 사진 제공: e-flux

e-flux 예술비평을 살펴보다가, 그리드 형식으로 나열된 이미지들이 익숙해 보여 글을 읽기 시작했다. 그 글은 Bernadette Mayer의 《Memory》에 대한 글이었다. 26세였던 Bernadette Mayer라는 시인이자 예술가는 1971년 7월 한 달 동안 의식의 흐름 방식으로 저널을 쓰면서 매일 35mm 코다크롬으로 슬라이드 필름을 한 롤씩 촬영했다. 한 달 후 슬라이드를 연사하며 회상과 관찰, 자신의 추가 설명사항을 덧붙인다. 대부분 일상의 장면들 혹은 그녀가 목격한 역사적 사건도 촬영되어있다. 그리고 그녀의 1116장의 아카이브와 텍스트, 6시간 분량의 그녀의 음성녹음이 전시되었다.

오늘날 SNS 피드와 닮아 보인다. 그리드 배열, 일상의 기록, 텍스트와 이미지의 나열. 우리는 이미 그러한 시각 구조에 익숙하다. 얼핏 보면 오늘날 우리의 소비적 문화인 SNS와 비슷한 양상을 띄는것처럼 보인다. 오늘날에는 누구나 사진을 찍을 수 있고 간단한 생각과 함께 게시하기 쉬운 환경이다. 일상은 기록되고, 기록은 배열되며, 배열은 하나의 서사처럼 소비된다. 2000년대 초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개발되고 중후반 대중화되면서 개인의 일상은 플랫폼 위에 축적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일상과 생각, 기록은 나열되는 방식에 따라 대중들에게 서사의 장으로 기능하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Mayer는 이미 1971년에 개인 아카이브가 어떻게 전시적 구조를 가질 수 있는지를 실험하고 있었던 셈이다.

형식적으로 보면 둘은 닮아 있다. 일상의 단편을 수집하고, 이미지와 텍스트를 병치하며, 개인의 시간을 외부에 공개한다. 그러나 결정적 차이는 ‘형식’이 아니라 ‘구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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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nadette Mayer, 〈Memory〉 Siglio Press, 2020. 사진 제공: e-flux

오늘날의 SNS 기록은 실시간 업로드와 즉각적 반응을 전제로 한다. 좋아요, 댓글, 알고리즘은 기록을 타인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재구성한다. 기록은 곧 소비되고, 새로운 기록에 의해 빠르게 밀려난다. 시간은 축적되기보다 갱신된다. 반면 Mayer의 작업은 즉시 공개되지 않았다. 한 달 동안 기록한 뒤, 다시 슬라이드를 연사하며 과거를 재해석했다. 여기에는 두 번의 시간이 존재한다. 기록의 시간과 회상의 시간. 그녀의 작업은 즉각적 반응이 아니라 지연된 사유를 전제로 한다. 코다크롬 1000장이 넘는 필름을 12단계의 현상을 거쳐 결과물을 정리하고, 관찰 및 추가설명을 덧붙이는 과정은 단순한 게시가 아니라 물질적 노동과 시간의 압축이었다. SNS가 ‘순간의 공유’라면, Mayer의 작업은 ‘시간의 재구성과 체류’에 가깝다. 또한 그녀는 자신의 일상기록 안에 개인의 감정과 역사에 대한 표현을 절제하고 있다. 이는 노출과 과잉표현이 일반화된 현재의 디지털 문화와 대비된다. SNS의 자아는 종종 타인의 시선을 전제로 구성되지만, Mayer의 기록은 타인의 반응을 전제하지 않는다. 그것은 보여주기 위한 자아라기보다 시간 속에서 관찰되는 자아에 가깝다.

Mayer의 전시는 시간을 소셜미디어의 셀 수 없는 기록들처럼 직선적으로 소비하게 하지 않는다. 1116장의 이미지와 6시간의 음성은 관객에게 압도적인 체류 시간을 요구한다. 이 작업은 ‘얼마나 빨리 보았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가’를 묻는다. SNS의 시간은 스크롤의 리듬을 따른다. 그러나 Mayer의 시간은 반복과 회상을 통해 두텁게 겹쳐진다. 과거는 단순히 지나간 것이 아니라 현재에서 다시 호출된다. 그녀의 아카이브는 기억을 데이터로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다시 수행하게 만든다. 따라서 이 전시는 단순히 SNS의 선구적 형태라기보다, 디지털 시대 이전에 이미 ‘시간의 구조’를 예술로 실험한 사례로 볼 수 있다.

2026년의 한국인 대중들의 관점에서 이 전시는 어떤 사유의 기회를 줄 수 있을까? 그녀의 전시는 얼핏보면 소셜미디어와 비슷한 형식이지만 다른 특성들을 가지고 있다. 소셜미디어의 글과 사진처럼 휘발성 있고 대량생산되지 않으면서 그 전시를 보는 대중들이 그녀의 결과물에 깊게 초대되지 않으면 그 의미를 제대로 알 수 없다. 아마 깊게 집중하고 6시간의 음성을 다 듣고 모든 아카이브를 보고 읽어도 그 의미에 대해서는 바로 결론지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전시는 오늘날의 관객들에게도 물음을 던질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기록을 소비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기록속의 시간을 경험하는 사람인가. 혹은 이미 경험 대신 소비에 익숙해진 존재는 아닌가. 


<References>

1. “Bernadette Mayer’s Memory,” e-flux Criticism, https://www.e-flux.com/criticism/337427/bernadette-mayer-s-memory























문화예술기획 : https://aither.imweb.me/Directing_service

전시용 가벽 렌탈 : https://aither.imweb.me/Home/?idx=168383314&bmod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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