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니즘(Spinism): SNS 플랫폼 시대의 캔버스 회전 제스처와 예술가의 집단적 모방에 관한 연구

리자공
202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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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니즘(Spinism): SNS 플랫폼 시대의 캔버스 회전 제스처와 예술가의 집단적 모방에 관한 연구


공명성 예술감독



초록


본 연구는 Instagram Reels, TikTok, YouTube Shorts 등 숏폼 영상 플랫폼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되는 하나의 예술가 행동에 주목한다. 작가가 완성된 캔버스의 뒷면을 먼저 카메라에 제시하고, 잠시 뒤 캔버스를 회전시켜 앞면의 작품을 공개하는 영상 형식이다. 본 연구는 이 행동과 그것의 집단적 복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잠정적 개념으로 ‘스피니즘(Spinism)’을 제안한다. 스피니즘에서 ‘Spin’은 작품 자체가 회전하는 키네틱 운동을 의미하지 않는다. 작가가 작품을 물리적으로 돌려 관객에게 공개하는 행위, 그리고 이 행위가 SNS에서 하나의 반복 가능한 영상 문법으로 정형화되는 현상을 뜻한다.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작품을 제작하는 작가들이 유사한 공개 행동을 반복한다는 사실이다. 특정 영상 형식이 높은 조회수와 반응을 얻으면 다른 작가가 이를 관찰하고, 다시 동일하거나 유사한 형식을 제작한다. 작품의 양식이 아니라 작품을 보여주는 제스처가 복제되는 것이다. 본 연구는 이를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플랫폼의 가시성 배분, 이용자의 반응, 작가의 모방과 자기최적화가 연결된 생산구조의 변화로 분석한다. Zulli와 Zulli가 TikTok에서 제시한 ‘imitation publics’, Abidin의 ‘visibility labour’, Berman의 ‘optimization’, Lee와 Umback의 ‘virality ecology’ 논의를 미술 생산에 적용하여, 스피니즘을 플랫폼 환경에서 발생하는 예술가의 집단적 행동 양식으로 규정한다. 동시에 아직 캔버스 회전 영상과 조회수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대규모 실증자료가 없다는 점을 밝히고, 스피니즘을 경험적 검증이 필요한 관찰적·비평적 개념으로 제안한다.


주제어: 스피니즘, SNS, 캔버스, 모방, 숏폼, 플랫폼, 바이럴리티, 동시대미술



  1. 서론: 왜 작가들은 캔버스를 돌리는가

최근 SNS에서 미술작품을 소개하는 영상들을 살펴보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행동이 있다. 작가가 카메라를 향해 캔버스를 들고 있지만 작품은 보이지 않는다. 화면에 보이는 것은 캔버스의 뒷면이다. 작가는 잠시 기다린 뒤 캔버스를 돌린다. 회전이 끝나는 순간 작품의 앞면이 화면 전체에 나타난다. 영상은 여기에서 끝나거나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이 행동은 작품의 제작기법과 관계가 없다. 추상회화를 그리는 작가도 할 수 있고, 구상회화를 그리는 작가도 할 수 있다. 작품의 크기와 재료, 국적, 미술사적 입장이 서로 달라도 가능하다. 공통점은 작품이 아니라 작품을 공개하는 방법에 있다. 다수의 작가가 자신의 완성된 작품을 SNS에서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행동으로 캔버스 회전을 선택한다.


본 연구는 이 현상을 ‘스피니즘(Spinism)’이라고 명명하고자 한다. 스피니즘은 회전을 이용하는 미술사조가 아니다. 작품 자체가 운동하는 키네틱 아트의 하위 개념도 아니다. SNS 화면에서 캔버스의 뒷면을 먼저 제시하고, 이를 회전시켜 앞면을 공개하는 행위가 관심을 획득하고 다른 작가들에게 반복적으로 복제되는 동시대 미술의 플랫폼 행동을 지칭한다.

따라서 스피니즘에서 연구해야 할 대상은 작품의 회전이 아니라 작가의 회전 행위다. 더 정확히 말하면 ‘뒤집힌 캔버스-회전-작품 공개’로 이어지는 일련의 시퀀스와 그것을 모방하는 작가들의 집단적 행동이다.


이 행동은 매우 사소해 보인다. 캔버스를 한번 돌리는 데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바로 그 단순성 때문에 빠르게 복제될 수 있다. 한 작가의 영상이 많은 조회를 기록하면 다른 작가가 비슷한 영상을 만든다. 다시 그 영상이 추천된다. 또 다른 작가가 그것을 본다. 같은 방식으로 작품을 돌린다. 개별 작가들 사이에 직접적인 조직이나 선언이 없어도 비슷한 행동이 확산된다.

Zulli와 Zulli는 TikTok의 플랫폼 구조가 모방과 복제를 장려한다고 분석하며 이를 ‘imitation publics’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이들에게 TikTok의 공중은 반드시 의견이나 정체성을 공유해서 연결되는 것이 아니다. 동일한 콘텐츠 형식과 행동을 반복하는 행위 자체가 새로운 연결방식을 만든다. 스피니즘 역시 이 관점에서 보면 서로 관계없는 예술가들이 하나의 행동을 반복함으로써 만들어내는 느슨한 모방 공중으로 읽을 수 있다.


본 연구의 질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왜 캔버스의 뒷면을 먼저 보여준 뒤 작품을 돌려 공개하는 방식이 숏폼 영상에서 반복되는가. 둘째, 특정 작품 공개 방식의 성공은 어떻게 다른 작가들의 행동을 유도하는가. 셋째, 이러한 집단적 모방은 작가의 창작과 작품 유통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넷째, 조회·좋아요·공유와 같은 플랫폼의 수치가 미술의 새로운 생산조건으로 작동하기 시작했을 때 기존 미술제도와 작가의 관계는 어떻게 변하는가.



  1. 국가, 시장, 그리고 플랫폼

한국 미술의 생산구조를 설명할 때 국가와 시장은 오랫동안 강한 영향력을 가진 두 개의 축이었다. 국공립미술관, 비엔날레, 창작지원사업, 레지던시, 국제교류, 지역문화재단 등은 작가에게 전시와 제작의 기회를 제공한다. 김혜인과 이소민은 한국 미술정책의 장기적 변화를 분석하면서 미술진흥정책이 정치·사회적 상황과 정부 정책기조에 영향을 받아왔고 최근에는 창작지원에서 유통, 향유, 미술산업을 함께 다루는 방향으로 확장됐다고 지적한다. 김자영 역시 한국 문화예술정책에서 예술과 정부 사이의 거리를 유지한다는 ‘팔길이 원칙’이 담론적으로 강조되지만 실제 제도에서는 국가와 예술의 복합적인 관계가 계속 형성되고 있음을 분석했다.

이를 거칠게 정리하면 국가의 작동방식은 ‘지원의 배분’이다.


국가 → 지원·제도·기관 → 작가

다른 하나는 시장이다. 갤러리, 경매회사, 아트페어, 컬렉터와 딜러는 가격과 거래를 만든다. 작가는 판매실적, 갤러리 전속, 아트페어 참여, 컬렉션 편입 등을 거쳐 시장적 위치를 형성한다.


시장 → 가격·거래·컬렉터 → 작가

SNS의 확산 이후 세 번째 층위가 강해지고 있다.


플랫폼 → 노출·조회·추천·공유 → 작가

플랫폼이 국가나 미술시장을 대체했다는 뜻은 아니다. 작동하는 자원이 다르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원을 배분하고 시장이 가격을 배분한다면 플랫폼은 가시성을 배분한다.

이 가시성은 실제 미술시장과도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 Art Basel과 UBS의 2025년 글로벌 컬렉터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고액자산가 가운데 Instagram을 통해 작품을 구매한 비율은 51%로 증가했으며, 작가로부터 직접 작품을 구매한 응답자는 63%에 달했다. 작가 직거래는 조사대상 전체 지출의 20%를 차지했다. 특히 갤러리에서 작품을 구매한 사람 가운데 51%가 작품을 실제로 보지 않은 상태에서 Instagram을 통해 작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었다.


작가에게 SNS는 전시가 끝난 뒤 사진을 올리는 홍보수단만이 아니다. 발견되고, 기억되고, 연락받고, 판매되는 과정의 일부가 됐다. 작품을 어떻게 화면에 등장시킬 것인가가 작가의 실질적인 노동 가운데 하나가 된 것이다.



  1. 스피니즘: 뒷면, 회전, 공개

스피니즘의 기본 구조는 극도로 단순하다.

캔버스 뒷면 → 잠시 정지 → 회전 → 작품 앞면 공개

첫 장면에서 작품은 존재하지만 볼 수 없다. 관객에게 제시되는 것은 나무 프레임, 캔버스 천, 액자 뒷면 같은 정보다. 관객은 이것이 미술작품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직 작품의 이미지는 알지 못한다.

몇 초 후 작가가 작품을 돌린다.


여기에서 시각적 사건이 발생한다.

관객은 없던 이미지를 보게 되는 것이 아니다. 이미 화면 안에 있었지만 숨겨져 있던 이미지가 등장한다. 따라서 이 행위의 핵심은 ‘창조’보다 ‘공개(reveal)’다.

뒷면은 정보를 지연시킨다. 회전은 그 정보를 해제한다. 앞면은 보상처럼 나타난다.


정적인 작품 사진에서는 관객이 영상을 보는 첫 순간부터 작품 전체를 확인할 수 있다. 스피니즘 영상에서는 작품을 보기 위해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기다려야 한다. 작품을 즉시 보여주지 않는 것이 오히려 작품을 보는 사건을 만든다.

여기에는 최소한의 서사가 존재한다.


무엇이 나올 것인가.

돌린다.

나왔다.

수 초 안에 질문과 답이 끝난다.


이 구조가 실제로 정적인 작품 게시물보다 높은 조회율이나 시청 지속시간을 만들어낸다는 점은 아직 대규모 데이터로 검증되지 않았다. 따라서 본 연구는 ‘캔버스를 돌리면 조회수가 증가한다’는 명제를 사실로 확정하지 않는다. 현재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많은 작가들이 이 방식을 사용하고 있고, 높은 반응을 얻은 형식이 다른 계정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된다는 현상이다.

스피니즘은 바로 이 반복을 연구한다.



  1. 작품의 모방이 아니라 제스처의 모방

미술사에서 모방은 익숙한 현상이다. 성공한 화풍이 등장하면 비슷한 화풍이 늘어난다. 특정 작가가 시장에서 성공하면 유사한 색채, 재료, 조형언어가 나타나기도 한다.

스피니즘은 조금 다르다.

작품을 따라 그리지 않는다.

작품을 보여주는 방법을 따라 한다.


A 작가는 추상화를 그린다.

B 작가는 인물화를 그린다.

C 작가는 풍경화를 그린다.


세 사람의 작품에는 아무런 형식적 공통점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세 작가 모두 SNS 영상에서는 캔버스의 뒷면을 먼저 보여준다.

그리고 돌린다.


여기서 복제되는 것은 미학이 아니라 행동이다.

이 점 때문에 스피니즘을 전통적인 미술사조보다 플랫폼의 ‘포맷’에 가까운 현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인터넷 밈 연구에서 반복 가능한 형식은 동일한 내용을 그대로 복사하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하나의 구조를 유지한 채 내용이 계속 교체되는 방식도 핵심적인 밈 생산방식이다.


TikTok을 연구한 Zulli와 Zulli는 플랫폼의 인터페이스와 제작기능이 이용자로 하여금 이미 존재하는 표현을 반복하고 변형하기 쉽게 만든다고 분석한다. 이들이 말하는 ‘imitation publics’는 콘텐츠를 모방하고 복제하는 공동의 의례를 통해 연결되는 공중이다.

2026년 Trillò 역시 TikTok의 PoV 형식 250건을 분석하면서 이용자들이 동일한 언어적·행동적 템플릿을 변주하는 방식이 플랫폼 고유의 커뮤니케이션 문법을 형성한다고 설명한다. Ask와 Sihvonen의 2026년 연구도 TikTok의 밈적 생산에서 반복, 신체, 영상편집도구, 알고리즘적 어포던스가 결합하며 표현의 표준화가 발생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스피니즘에서도 프레임은 유지되고 내용만 바뀐다.


‘뒷면-회전-공개’는 템플릿이다.

그 안에 들어가는 작품만 계속 달라진다.

따라서 스피니즘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templatability’, 즉 템플릿으로 전환될 수 있는 성질에 있다. 행위가 복잡하다면 확산되기 어렵다. 캔버스를 들고 돌리는 행동은 설명이 필요 없고 특별한 편집기술도 필요하지 않다. 스마트폰과 작품만 있으면 된다.

모방비용이 낮다.


바로 그 낮은 비용이 집단적 반복의 조건이 된다.



  1. 작가의 몸이 작품과 플랫폼 사이에 등장한다

스피니즘에는 또 하나의 변화가 있다. 작품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몸이 화면에 자주 등장한다.

전통적인 작품 사진에서 작가는 프레임 밖에 있을 수 있다. 흰 벽에 작품만 촬영하면 된다. 캔버스를 돌리기 위해서는 누군가 캔버스를 잡아야 한다. 대부분 그 역할을 작가 자신이 맡는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제작한 사람인 동시에 작품을 화면에 등장시키는 퍼포머가 된다.


그가 작품을 든다.

카메라를 바라본다.

몸을 움직인다.

캔버스를 돌린다.

작품을 보여준다.


따라서 스피니즘은 작품의 이미지뿐 아니라 작가의 신체를 콘텐츠 안으로 끌어들인다. 창작자와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경계가 여기서 흐려진다.


Tsalafouta가 2026년 발표한 예술가 인터뷰 연구에서도 비슷한 긴장이 관찰된다. 연구에 참여한 예술가들은 알고리즘이 만들어내는 불확실성 속에서 예술가의 정체성과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역할을 동시에 협상하고 있었다. SNS가 작품을 홍보하는 외부 채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가 자신을 어떻게 제시할 것인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Abidin이 제시한 ‘visibility labour’라는 개념도 이 현상을 이해하는 데 유효하다. 이용자가 플랫폼에서 눈에 띄기 위해 수행하는 자기연출과 콘텐츠 제작 자체가 하나의 노동이 된다는 것이다. Abidin은 TikTok에서 명성이 계정 전체보다 개별 게시물의 바이럴리티를 중심으로 발생할 수 있으며, 이용자들이 최신 트렌드와 바이럴한 표현방식에 빠르게 적응한다고 분석했다.

미술가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림을 그리는 노동과 그림을 보이게 만드는 노동이 분리되지 않기 시작한다.



  1. 조회수는 명령하지 않는다

플랫폼은 작가에게 직접 지시하지 않는다.

“캔버스를 돌려라.”

Instagram도 TikTok도 작가에게 이런 명령문을 보내지 않는다.

대신 숫자를 보여준다.

2,341회.

18,000회.

327,000회.

1,200,000회.

작가는 자신의 게시물 가운데 어떤 것이 더 많이 재생됐는지를 볼 수 있다. 다른 작가의 계정에서도 어떤 영상이 폭발적으로 확산됐는지를 볼 수 있다.


여기서 학습이 발생한다.

A라는 표현방식을 사용한 영상이 2천 회 재생됐다.

B라는 방식을 사용한 영상은 20만 회 재생됐다.

다음 영상을 만들 때 작가는 B를 다시 시도할 유인을 얻는다.


플랫폼은 미학적 선언문을 발표할 필요가 없다.

피드백만 제공하면 된다.


Berman은 플랫폼 자본주의 아래 문화노동을 ‘optimization’의 문제로 분석하면서 표현의 제시 방식에 대한 최적화, 콘텐츠 자체의 최적화, 생산자 자신의 최적화를 구분한다. 문화생산자는 플랫폼으로부터 명시적인 명령을 받지 않아도 데이터와 성과를 관찰하며 자신의 생산방식을 계속 조정한다.

스피니즘은 이 최적화가 미술가의 행동에서 보이는 작은 장면이다.

캔버스를 돌리는 영상이 관심을 받는다.


작가는 다시 돌린다.

다른 작가도 돌린다.

더 많은 유사 영상이 등장한다.


가시성이 행동의 복제를 유도하고 행동의 복제가 하나의 플랫폼 문법을 형성한다.

플랫폼의 영향력은 명령보다 피드백에서 작동한다.



  1. 바이럴리티와 집단적 행동

과거 인터넷의 바이럴리티는 하나의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퍼지는 현상으로 설명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숏폼 플랫폼에서는 상황이 더 복잡하다. 한 영상의 확산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영상을 본 이용자가 비슷한 영상을 만들고, 새로운 영상들이 다시 추천되고, 또 다른 이용자가 이를 복제한다.

Lee와 Umback은 2026년 TikTok의 문화생산을 ‘ecology of virality’라는 개념으로 분석한다. 바이럴리티는 하나의 콘텐츠 내부에 존재하는 고정적 특성이 아니라 크리에이터, 알고리즘, 이용자, 플랫폼 기능과 상업적 행위자들이 연결된 상태에서 발생한다.

스피니즘 역시 하나의 바이럴 영상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 작가가 캔버스를 돌리는 것만으로 스피니즘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 행동이 보인다.

반응을 얻는다.

다른 작가가 관찰한다.

복제한다.

복제된 영상이 다시 노출된다.

다른 작가가 또 복제한다.


이 순환이 형성될 때 비로소 스피니즘이라는 집단적 현상을 말할 수 있다.


이를 간단하게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작품 제작 → 캔버스 회전 영상 제작 → 노출 → 이용자 반응 → 알고리즘 추천 → 다른 작가의 관찰 → 모방 → 새로운 영상 생산 → 다시 노출

따라서 스피니즘은 작가 개인의 스타일이 아니라 연결구조다.


누가 처음 캔버스를 돌렸는가보다 중요한 문제는 왜 그 행동이 계속 복제되고 있는가이다.



  1. 플랫폼 매개 집단모방

본 연구는 기존 원고에서 사용했던 ‘플랫폼 매개 집단선택(platform-mediated collective selection)’보다 조금 더 좁은 개념을 제안한다.

‘플랫폼 매개 집단모방(platform-mediated collective imitation)’이다.

집단선택이라는 표현은 이용자들이 여러 작품 가운데 특정 작품을 선택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데 유효하지만 스피니즘의 특수성을 충분히 드러내지는 않는다.


스피니즘에서는 선택 이후에 행동의 복제가 일어난다.

이 구조에는 네 종류의 행위자가 존재한다.


작가: 작품과 영상을 제작한다.

플랫폼: 콘텐츠의 가시성을 배분한다.

이용자: 조회, 체류, 좋아요, 댓글, 공유 등의 반응을 만든다.

다른 작가: 성공한 표현방식을 관찰하고 다시 수행한다.


마지막 항목이 중요하다.

스피니즘에서 관객은 소비자만이 아니다.

관객 가운데 일부는 다시 생산자가 된다.

미술가가 다른 미술가의 관객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플랫폼에서 동료 작가의 작품을 본다. 동시에 동료 작가가 작품을 홍보하는 방법도 본다. 무엇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는지도 볼 수 있다.

따라서 플랫폼의 미술 콘텐츠는 작품의 정보만 전달하지 않는다.

‘작가로서 플랫폼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에 대한 행동정보까지 전달한다.

캔버스 회전은 이 행동정보 가운데 하나다.



  1. 스피니즘은 미술사조인가

스피니즘을 미래주의, 다다이즘, 초현실주의, 키네틱 아트와 같은 미술사조로 규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스피니즘에 참여하는 작가들에게 공통된 미학적 선언은 없다.


공동의 정치적 입장도 없다.

동일한 재료를 사용하지도 않는다.

비슷한 작품을 제작하는 것도 아니다.

공통점은 콘텐츠의 행동양식이다.

따라서 스피니즘의 ‘ism’은 다소 의도적인 과장이다.


20세기 미술사의 ‘-ism’이 작품의 조형적·철학적 입장을 집단화했다면 스피니즘은 플랫폼이 만들어낸 집단행동에 ‘-ism’을 붙인다.

이 차이가 중요하다.


스피니즘의 선언문은 존재하지 않는다.

조직도 없다.

회원도 없다.

작가들은 서로를 모를 수 있다.

그런데 행동은 닮아 있다.


과거의 미술사조가 선언과 조직을 통해 형성됐다면 플랫폼 시대에는 추천과 모방을 통해 선언 없는 집단적 형식이 만들어질 수 있다.

스피니즘은 바로 이 이상한 상태에 붙인 이름이다.



  1. 조회수와 미술적 가치

여기에는 분명한 문제가 존재한다.

많이 본 작품은 좋은 작품인가.

답은 간단하지 않다.

100만 조회수가 미술관 전시경력과 같은 것은 아니다.

10만 개의 좋아요가 비평적 평가를 대신하지 않는다.

50만 명의 팔로워가 작품의 미술사적 가치를 증명하지 않는다.

반대 역시 성립한다.

조회수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숫자라고 단정하기도 어려워졌다.

그 숫자는 최소한 얼마나 많은 화면에 작품이 등장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다. 경우에 따라 실제 작품 판매와 연결된다. Art Basel과 UBS의 2025년 조사에서도 Instagram을 통한 작품 구매와 작가 직거래가 상당한 규모로 나타났다.

Birced의 2026년 연구는 플랫폼이 중요한 매개자가 된 뒤에도 단순한 조회수가 문화적 영향력의 최종 판단기준이 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한다. 동일한 100만 조회도 문화산업 내부의 인간 중개자와 관계적 평가에 따라 서로 다른 가치로 판단된다.

미술에서도 플랫폼의 숫자와 제도적 평가는 경쟁하면서 동시에 결합할 가능성이 높다.

미술관은 전시이력을 본다.

갤러리는 판매를 본다.

플랫폼은 반응을 본다.

관객은 이 세 가지 결과를 동시에 본다.

작가는 그 사이에서 움직인다.



11. 스피니즘 연구의 한계와 실증연구 방법

본 연구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

첫째, 현재 단계에서는 얼마나 많은 예술가가 캔버스 회전 영상을 사용하고 있는지를 정량적으로 제시하지 못한다.

둘째, 캔버스 회전이 실제로 정적인 작품 소개보다 높은 조회수, 시청 지속시간, 공유율을 만든다는 인과관계를 증명하지 않았다.

셋째, 작가들이 서로를 직접 모방했는지, 독립적으로 동일한 형식을 발견했는지 개별 사례마다 확인하지 않았다.

따라서 스피니즘은 현재 단계에서 검증된 보편법칙이 아니다.

반복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에 붙인 연구용 개념이다.


향후 연구에서는 Instagram Reels, TikTok, YouTube Shorts에서 회화작가의 게시물 수천 건을 수집해 비교할 필요가 있다.

주요 변수는 다음과 같이 설정할 수 있다.


캔버스 회전 여부
작가의 신체 등장 여부
뒷면 노출시간
작품 공개 시점
영상 전체 길이
영상의 반복구조
음악 사용 여부
팔로워 규모
조회수
좋아요 수
댓글 수
공유 수
저장 수
게시 후 조회 증가속도


특히 동일 작가의 게시물을 비교하는 방법이 중요하다. 팔로워가 100만 명인 작가와 1천 명인 작가를 단순 비교하면 계정 규모의 효과를 분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작가가 게시한 일반 작품 영상과 캔버스 회전 영상을 비교하고, 여러 작가의 결과를 누적하면 회전 제스처와 가시성 사이의 관계를 보다 정교하게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 연구방법은 네트워크 분석이다.

비슷한 캔버스 회전 영상이 어느 시점부터 증가했는지, 작가들이 서로 팔로우하고 있었는지, 특정한 바이럴 영상 이후 유사한 영상이 증가했는지를 시간순으로 분석하면 모방의 전파경로를 일부 추적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작가 인터뷰다.

“왜 작품을 돌렸는가.”

“누구의 영상을 보고 시작했는가.”

“회전 영상의 조회수가 다른 영상보다 높았는가.”

“조회수가 높은 뒤 같은 방식을 반복했는가.”

“영상 제작을 고려해 작품의 크기나 구성을 바꾼 경험이 있는가.”

이 질문들이 필요하다.

정량 데이터와 인터뷰가 결합된다면 스피니즘은 비평적 조어에서 플랫폼 시대 미술 생산을 분석하는 경험적 연구 개념으로 확장될 수 있다.





결론



스피니즘은 회전하는 미술에 관한 연구가 아니다. 작가들이 작품을 돌리는 현상에 관한 연구다. 더 정확하게는 캔버스의 뒷면을 먼저 보여주고 앞면으로 회전시켜 작품을 공개하는 하나의 행동이 SNS에서 관심을 얻고, 그 행동을 관찰한 다른 작가들이 유사한 방식을 반복하는 현상에 관한 연구다. 여기에는 새로운 작품양식이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새로운 작품 공개양식이 등장한다. 추상화도 돌리고, 구상화도 돌리고, 풍경화도 돌린다. 작품은 서로 다르지만 행동은 점점 닮아간다.


스피니즘에서 ‘Spin’보다 중요한 단어는 어쩌면 ‘imitation’이다. 한 작가가 작품을 돌리면 사람들이 본다. 다른 작가가 그 영상을 보고 다시 작품을 돌린다. 플랫폼은 그 영상을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또 다른 작가가 그것을 본다. 그리고 다시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이 과정에는 지휘자가 없다. 누군가 “모두 캔버스를 돌리자”고 선언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서로 관계없는 작가들의 행동이 비슷해진다.


플랫폼은 작가에게 직접 명령하지 않는다. 대신 노출과 숫자로 피드백한다. 조회수, 좋아요, 공유, 저장과 같은 수치가 어떤 행동이 더 많은 관심을 받았는지를 보여준다. 작가는 그 결과를 관찰하고, 높은 반응을 얻은 행동을 다시 실행한다. 다른 작가 역시 그 결과를 확인하면서 비슷한 행동을 선택할 가능성이 생긴다. 따라서 플랫폼의 영향은 직접적인 명령보다 관찰과 반복, 모방의 구조 안에서 작동한다.


이 점에서 SNS는 미술의 새로운 정부도, 새로운 시장도 아니다. 조금 다른 종류의 환경이다. 국가는 지원을 배분하고 시장은 가격을 배분한다. 플랫폼은 가시성을 배분한다. 그리고 가시성의 차이가 지속적으로 관찰될 경우 그것은 작가의 행동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무엇이 더 많이 보였는지, 어떤 형식이 더 많이 공유됐는지, 어떤 영상이 더 빠르게 확산됐는지가 다음 콘텐츠를 결정하는 참고자료가 된다.


미술에서 모방은 오랫동안 작품을 중심으로 논의됐다. 누구의 화풍을 따라 했는가, 누구의 구도를 차용했는가, 어떤 사조의 영향을 받았는가가 주요한 질문이었다. 그러나 플랫폼 시대에는 다른 질문이 필요하다. 왜 서로 다른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이 똑같은 행동으로 자신의 그림을 보여주는가. 작품의 미학은 서로 다른데 작품을 공개하는 방식은 왜 점점 비슷해지는가.


20세기의 미술사조가 작품의 형식과 미학을 집단화했다면 플랫폼은 작품 바깥의 행동을 집단화할 수 있다. 스피니즘은 그 현상에 붙인 임시적인 이름이다. 작가는 캔버스를 돌린다. 화면 속에서 작품이 나타난다. 수십만, 수백만 명이 그것을 본다. 그리고 어딘가의 다른 작업실에서 또 한 명의 작가가 자신의 캔버스 뒷면을 카메라 앞으로 가져온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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