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현은 그를 제대로 소비했다 — 그가 얻은 것은 '재발견에 실패한 고평가 노년작가'라는 타이틀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데이미언 허스트 전시는 실패한 전시가 아니다. 기관의 관점에서는 대단히 영리한 전시였다. 상어, 해골, 다이아몬드, 약장, 파리와 구더기처럼 대중에게 이미 익숙한 도상을 한자리에 모았고, 국립미술관이라는 공적 권위를 통해 허스트의 이름을 다시 대규모 문화상품으로 유통했다. 96일간 누적 54만 명, 일평균 5,645명, 2030 관람객 62%. 숫자만 보면 이 교환에서 손해를 본 쪽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정산서를 작가의 편에서 다시 읽으면 결론이 달라진다. 국현은 허스트를 제대로, 남김없이 소비했다. 그리고 그 소비의 끝에서 허스트가 최종적으로 획득한 것은 재평가가 아니라, 재발견에 실패한 고평가 노년작가라는 타이틀이다.
2026년 3월 20일부터 6월 28일까지 열린 이번 전시는 서울관의 여러 전시실과 서울박스를 폭넓게 사용하며, 아시아 최초의 대규모 개인전으로서 초기작부터 근작까지 약 40년의 작업 50여 점을 조명했다. 포름알데히드 상어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 다이아몬드 해골 《신의 사랑을 위하여》, 파리의 생애와 죽음을 가둔 《천 년》까지, 규모와 작품 목록만 놓고 보면 회고전의 조건은 충분해 보인다. 그러나 작품이 많이 모였다는 사실과 작가가 새롭게 해석됐다는 사실은 같지 않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허스트를 재평가하기보다, 이미 완성된 허스트의 브랜드를 안정적으로 재현하는 쪽을 선택했다.
교체된 상어, 침묵된 공백
이 선택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것이 역설적으로 전시의 간판인 상어다. 이 작품은 온전한 연속체가 아니다. 1991년의 원본 상어는 보존처리 실패로 부패했고, 2006년 소장가의 지원 아래 새 상어로 교체됐다. 관객이 서울에서 마주한 것은 첫 상어가 아니라 두 번째 상어다.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을 선언한 작품이 정작 자신의 물리적 지속에 실패했고, 그 실패가 자본으로 소리 없이 보수됐다는 사실 — 여기에 허스트를 다시 읽을 수 있는 가장 생산적인 균열이 있다. 개념이 우선이므로 개체는 교체 가능하다는 작가의 항변은, 진품성과 제작연도가 가격을 결정하는 시장의 규칙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그러나 미술관은 이 공백과 교체의 역사를 전시의 논제로 끌어올리는 대신 운송의 스펙터클로 번역했다. 거대한 수조 속 상어를 한국으로 옮기는 데만 여섯 달이 걸렸다는 물류의 무용담이 부재의 철학적 문제를 대체했다. 상어의 이력은 질문이 아니라 희소성의 마케팅 자원이 되었다.
두 번의 등장: 기자에게는 침묵, 관객에게는 대화
허스트는 이번 전시에서 두 번 공개적으로 등장했고, 그 두 장면의 낙차가 이 전시의 성격을 압축한다. 3월 18일 개막 간담회에 나타난 그는 카메라 앞에서 거침없는 쇼맨십을 보였지만, 정작 미술담당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은 일체 거부해 논란이 됐다. 작품 설명은 벽면을 참고해달라는 말이 그가 한국의 언론 앞에 남긴 발언의 전부였다. 현장에서는 "20대에 정점을 찍은 작가의 과거 영광을 재확인하는 수준 아니냐"는 지적과, 벚꽃 연작을 두고 상업적 성공에 치중하느라 초기작의 날카로운 맥락이 끊겼다는 진단이 나왔지만, 그 질문들에 답한 것은 작가가 아니라 미술관이었다.
그리고 폐막을 보름여 앞둔 6월 10일, 허스트는 '데이미언 허스트와의 대화'라는 관객 대상 좌담으로 다시 나타났다. 이번에는 말했다. 멘털 관리법을 묻는 질문에 20년째 금주 중이라 답했고, 자기 작품 중 하나만 남긴다면 《천 년》을 꼽았으며, 예술과 상품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는 돈을 두려워하거나 진정성과 연결해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돈은 관심을 얻는 좋은 방법이라고 답했다.
두 장면을 나란히 놓으면 구조가 보인다. 허스트는 침묵한 것이 아니라 청중을 선별했다. 자기복제와 상업성, 시장 조작 이력을 물을 기자들 앞에서는 답변을 거부했고, 사전예약 시작 1초 만에 전석 매진된 우호적 관객들 앞에서는 기꺼이 무대에 올랐다. 돈은 관심을 얻는 좋은 방법이라는 답변은 팬덤의 좌담에서는 솔직함으로 소비됐지만, 같은 문장이 기자 질의응답에서 나왔다면 검증의 대상이 됐을 것이다. 작가는 검증 없는 고백의 형식을 얻었고, 미술관은 이 선별을 문제 삼기는커녕 두 무대를 모두 제공했다. 언론 앞의 침묵이 남긴 공백은 끝내 벽면 텍스트와 도슨트, 그리고 작가 자신이 고른 청중과의 문답으로만 채워졌다.
협상에서 밀린 기획
개막 이후 드러난 사실들은 더 구조적이다. 마지막 전시실 '작가의 스튜디오' — 런던 리버 스튜디오의 낡은 바닥재까지 뜯어와 재현한 공간 — 에는 당초 미술관 기획팀과 협의한 것보다 과도하게 많은 최근 페인팅이 추가로 공수돼 걸렸고, 그중에는 소속 화랑을 통해 전시 후 판매가 가능하도록 프레임까지 마쳐 온 작품도 포함돼 있었다는 지적이 보도됐다. 미술관이 작가에게 끌려간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 대목이다. 이것은 사소한 운영 잡음이 아니다. 국립미술관의 회고전이 작가의 현재 생산 라인을 위한 국제 쇼룸으로 전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며, 30억~40억 원 이상으로 알려진 공적 예산이 어느 쪽의 이해에 봉사했는가라는 질문을 피할 수 없게 만든다. 회고전의 마지막 방은 작가의 성취와 퇴행을 판정하는 자리여야 했다. 근작이 초기 개념의 확장인지, 시장에서 약화된 영향력을 회화적 생산으로 보충한 것인지, 반복된 양식이 지속성인지 자기복제인지 — 국현은 그 판정의 자리를 작가의 재고에 내주었다.
윤리의 시험대, 응답하지 않은 기관
전시 중반 제기된 동물권 논쟁은 이 전시가 담론의 장이 될 수 있었던 마지막 기회였다. 규탄 성명과 연명운동이 일었고, 수조 속 뱀상어가 국제적 보호 논의 대상 종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항의의 핵심은 작가 개인의 과거가 아니라 왜 공공기관이 지금 이 전시를 선택했는가였다. 기후위기와 생태윤리의 시대에 35년 전의 충격 요법이 어떤 유효성을 갖는가 — 이보다 정확하게 전시의 급소를 겨눈 질문은 없었다. 그러나 미술관의 응답은 합법성의 언어에 머물렀고, 전시 내용의 수정이나 공개 토론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심지어 《천 년》의 파리 유충을 영국 공급분에서 전시 중반 토종으로 교체한 운영의 디테일조차, 작품의 개념 — 생명의 조달과 교체 가능성 — 을 되묻는 계기가 아니라 흥미로운 제작 비화로 유통됐다. 이 질문에 공공의 언어로 답하는 것이 재평가였을 텐데, 미술관은 질문을 관리했을 뿐 감당하지 않았다.
비평의 자리를 대체한 체험
연계 장치들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 '안녕하십니까?'와 퍼포먼스 '말하지 않는 약국'이 상시 운영됐고, 허스트가 노팅힐에서 운영하다 폐업 후 집기 경매로 막대한 수익을 올렸던 레스토랑 '약국'은 전시장 안에 재현됐다. '말하지 않는 약국'이라는 제목은 의도치 않게 이 전시의 자화상이 됐다. 기자 앞에서 말하지 않는 작가, 말하지 않는 약국, 판정하지 않는 미술관. 연계프로그램은 전시의 논제를 심화하는 세미나나 라운드테이블이 아니라 체험과 퍼포먼스의 형식으로 조직됐고, 굿즈숍에서는 상어 에코백과 스핀페인팅 그립톡이 전년 화제작 대비 구매객 61% 증가, 구매액 약 3배라는 기록을 세웠다. 죽음의 도상이 굿즈의 도상으로 전환되는 이 회로야말로 허스트 예술의 핵심 논제인데, 미술관은 그것을 분석하는 대신 정확히 그 회로 위에서 수익을 실현했다.
정산: 누가 무엇을 얻었나
기관의 손익은 명확하다. 역대급 관람 기록, 10대 관람객 비중 2배 확대, 신규 회원 가입 3.3배 급증, 굿즈 매출, 한미약품·한미사이언스의 후원, 725만 건의 SNS 노출. 전시 잘하고 돈도 버는 미술관이라는 목표는 초과 달성됐다.
작가의 손익은 다르다. 허스트가 이 전시로 얻은 것은 아시아 첫 대규모 개인전이라는 이력 한 줄, 그리고 신작의 노출이다. 그러나 잃은 것이 더 크다. 개막 전부터 충격의 유효기간이 지난 한물간 작가라는 지적이 있었고, 폐막 후 미술계의 총평 역시 대단한 작가인 건 분명하지만 왜 국립미술관이 지금, 이렇게 늦게라는 물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전시는 이 물음을 반박할 유일한 방법 — 새로운 해석 — 을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물음을 확정해 버렸다. 상어는 관객을 모았지만 담론을 만들지 못했고, 신작 회화는 초기작 옆에서 개념의 확장이 아니라 생산의 관성으로 읽혔으며, 언론 앞의 침묵과 관객 앞의 수다라는 비대칭은 신비가 아니라 관리된 브랜드의 방어술로 읽혔다. 54만 명이 확인한 것은 허스트의 현재성이 아니라 허스트라는 브랜드의 잔존 가치였다.
이것이 고평가 노년작가의 초상이다. 시장가격과 명성은 여전히 높지만, 그 높이를 지탱하는 것은 동시대적 유효성이 아니라 과거의 기록과 유통 시스템이다. 재발견은 기관이 작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자 가장 어려운 노동인데, 국현은 그 노동을 하지 않았다. 대신 브랜드를 임차했고, 임차료는 관람객 수로 정산됐다.
비평이 의심해야 할 것
서로에게 손해가 없어 보이는 교환이다. 하지만 비평은 바로 이 손해 없는 교환을 의심해야 한다. 미술관은 흥행을 얻었고 작가는 노출을 얻었지만, 공공이 잃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국립미술관이 수행해야 할 역할은 이미 유명한 작가의 대표작을 국내에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시장과 미디어가 생산한 명성을 역사적으로 검증하고, 작품의 가치와 영향력, 한계와 실패를 공공의 언어로 재구성해야 한다. 특히 허스트처럼 시장가격, 유명세, 제작 시스템과 작품 개념이 긴밀하게 얽힌 작가를 다룰 때에는 작품 내부의 의미보다 작품을 가능하게 한 제도적 조건까지 전시의 내용이어야 했다. 협의를 초과해 걸린 신작들이, 판매용 프레임이, 청중을 선별한 두 번의 등장이, 합법성으로만 응답된 윤리적 항의가 이미 그 조건의 물증이었는데도.
데이미언 허스트는 영리하게 소비되었고, 국립현대미술관은 그를 제대로 소비했다. 관객도, 굿즈도, 화제성도 남김없이 회수했다. 다만 그 철저한 소비의 대차대조표에서 작가 앞으로 이월된 항목은 하나뿐이다. 다시 전시되었으나 재발견되지 못한, 고평가된 노년작가라는 타이틀. 상어는 여전히 상어였고 — 정확히는 두 번째 상어였고 — 국립현대미술관은 그 익숙한 이미지를 더 크고 안전한 수조에 옮겨 담았을 뿐이다.
그는 다시 전시되었지만, 끝내 재발견되지는 않았다.
발행인 공명성
기획·편집 아이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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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현은 그를 제대로 소비했다 — 그가 얻은 것은 '재발견에 실패한 고평가 노년작가'라는 타이틀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데이미언 허스트 전시는 실패한 전시가 아니다. 기관의 관점에서는 대단히 영리한 전시였다. 상어, 해골, 다이아몬드, 약장, 파리와 구더기처럼 대중에게 이미 익숙한 도상을 한자리에 모았고, 국립미술관이라는 공적 권위를 통해 허스트의 이름을 다시 대규모 문화상품으로 유통했다. 96일간 누적 54만 명, 일평균 5,645명, 2030 관람객 62%. 숫자만 보면 이 교환에서 손해를 본 쪽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정산서를 작가의 편에서 다시 읽으면 결론이 달라진다. 국현은 허스트를 제대로, 남김없이 소비했다. 그리고 그 소비의 끝에서 허스트가 최종적으로 획득한 것은 재평가가 아니라, 재발견에 실패한 고평가 노년작가라는 타이틀이다.
2026년 3월 20일부터 6월 28일까지 열린 이번 전시는 서울관의 여러 전시실과 서울박스를 폭넓게 사용하며, 아시아 최초의 대규모 개인전으로서 초기작부터 근작까지 약 40년의 작업 50여 점을 조명했다. 포름알데히드 상어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 다이아몬드 해골 《신의 사랑을 위하여》, 파리의 생애와 죽음을 가둔 《천 년》까지, 규모와 작품 목록만 놓고 보면 회고전의 조건은 충분해 보인다. 그러나 작품이 많이 모였다는 사실과 작가가 새롭게 해석됐다는 사실은 같지 않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허스트를 재평가하기보다, 이미 완성된 허스트의 브랜드를 안정적으로 재현하는 쪽을 선택했다.
교체된 상어, 침묵된 공백
이 선택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것이 역설적으로 전시의 간판인 상어다. 이 작품은 온전한 연속체가 아니다. 1991년의 원본 상어는 보존처리 실패로 부패했고, 2006년 소장가의 지원 아래 새 상어로 교체됐다. 관객이 서울에서 마주한 것은 첫 상어가 아니라 두 번째 상어다.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을 선언한 작품이 정작 자신의 물리적 지속에 실패했고, 그 실패가 자본으로 소리 없이 보수됐다는 사실 — 여기에 허스트를 다시 읽을 수 있는 가장 생산적인 균열이 있다. 개념이 우선이므로 개체는 교체 가능하다는 작가의 항변은, 진품성과 제작연도가 가격을 결정하는 시장의 규칙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그러나 미술관은 이 공백과 교체의 역사를 전시의 논제로 끌어올리는 대신 운송의 스펙터클로 번역했다. 거대한 수조 속 상어를 한국으로 옮기는 데만 여섯 달이 걸렸다는 물류의 무용담이 부재의 철학적 문제를 대체했다. 상어의 이력은 질문이 아니라 희소성의 마케팅 자원이 되었다.
두 번의 등장: 기자에게는 침묵, 관객에게는 대화
허스트는 이번 전시에서 두 번 공개적으로 등장했고, 그 두 장면의 낙차가 이 전시의 성격을 압축한다. 3월 18일 개막 간담회에 나타난 그는 카메라 앞에서 거침없는 쇼맨십을 보였지만, 정작 미술담당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은 일체 거부해 논란이 됐다. 작품 설명은 벽면을 참고해달라는 말이 그가 한국의 언론 앞에 남긴 발언의 전부였다. 현장에서는 "20대에 정점을 찍은 작가의 과거 영광을 재확인하는 수준 아니냐"는 지적과, 벚꽃 연작을 두고 상업적 성공에 치중하느라 초기작의 날카로운 맥락이 끊겼다는 진단이 나왔지만, 그 질문들에 답한 것은 작가가 아니라 미술관이었다.
그리고 폐막을 보름여 앞둔 6월 10일, 허스트는 '데이미언 허스트와의 대화'라는 관객 대상 좌담으로 다시 나타났다. 이번에는 말했다. 멘털 관리법을 묻는 질문에 20년째 금주 중이라 답했고, 자기 작품 중 하나만 남긴다면 《천 년》을 꼽았으며, 예술과 상품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는 돈을 두려워하거나 진정성과 연결해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돈은 관심을 얻는 좋은 방법이라고 답했다.
두 장면을 나란히 놓으면 구조가 보인다. 허스트는 침묵한 것이 아니라 청중을 선별했다. 자기복제와 상업성, 시장 조작 이력을 물을 기자들 앞에서는 답변을 거부했고, 사전예약 시작 1초 만에 전석 매진된 우호적 관객들 앞에서는 기꺼이 무대에 올랐다. 돈은 관심을 얻는 좋은 방법이라는 답변은 팬덤의 좌담에서는 솔직함으로 소비됐지만, 같은 문장이 기자 질의응답에서 나왔다면 검증의 대상이 됐을 것이다. 작가는 검증 없는 고백의 형식을 얻었고, 미술관은 이 선별을 문제 삼기는커녕 두 무대를 모두 제공했다. 언론 앞의 침묵이 남긴 공백은 끝내 벽면 텍스트와 도슨트, 그리고 작가 자신이 고른 청중과의 문답으로만 채워졌다.
협상에서 밀린 기획
개막 이후 드러난 사실들은 더 구조적이다. 마지막 전시실 '작가의 스튜디오' — 런던 리버 스튜디오의 낡은 바닥재까지 뜯어와 재현한 공간 — 에는 당초 미술관 기획팀과 협의한 것보다 과도하게 많은 최근 페인팅이 추가로 공수돼 걸렸고, 그중에는 소속 화랑을 통해 전시 후 판매가 가능하도록 프레임까지 마쳐 온 작품도 포함돼 있었다는 지적이 보도됐다. 미술관이 작가에게 끌려간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 대목이다. 이것은 사소한 운영 잡음이 아니다. 국립미술관의 회고전이 작가의 현재 생산 라인을 위한 국제 쇼룸으로 전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며, 30억~40억 원 이상으로 알려진 공적 예산이 어느 쪽의 이해에 봉사했는가라는 질문을 피할 수 없게 만든다. 회고전의 마지막 방은 작가의 성취와 퇴행을 판정하는 자리여야 했다. 근작이 초기 개념의 확장인지, 시장에서 약화된 영향력을 회화적 생산으로 보충한 것인지, 반복된 양식이 지속성인지 자기복제인지 — 국현은 그 판정의 자리를 작가의 재고에 내주었다.
윤리의 시험대, 응답하지 않은 기관
전시 중반 제기된 동물권 논쟁은 이 전시가 담론의 장이 될 수 있었던 마지막 기회였다. 규탄 성명과 연명운동이 일었고, 수조 속 뱀상어가 국제적 보호 논의 대상 종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항의의 핵심은 작가 개인의 과거가 아니라 왜 공공기관이 지금 이 전시를 선택했는가였다. 기후위기와 생태윤리의 시대에 35년 전의 충격 요법이 어떤 유효성을 갖는가 — 이보다 정확하게 전시의 급소를 겨눈 질문은 없었다. 그러나 미술관의 응답은 합법성의 언어에 머물렀고, 전시 내용의 수정이나 공개 토론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심지어 《천 년》의 파리 유충을 영국 공급분에서 전시 중반 토종으로 교체한 운영의 디테일조차, 작품의 개념 — 생명의 조달과 교체 가능성 — 을 되묻는 계기가 아니라 흥미로운 제작 비화로 유통됐다. 이 질문에 공공의 언어로 답하는 것이 재평가였을 텐데, 미술관은 질문을 관리했을 뿐 감당하지 않았다.
비평의 자리를 대체한 체험
연계 장치들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 '안녕하십니까?'와 퍼포먼스 '말하지 않는 약국'이 상시 운영됐고, 허스트가 노팅힐에서 운영하다 폐업 후 집기 경매로 막대한 수익을 올렸던 레스토랑 '약국'은 전시장 안에 재현됐다. '말하지 않는 약국'이라는 제목은 의도치 않게 이 전시의 자화상이 됐다. 기자 앞에서 말하지 않는 작가, 말하지 않는 약국, 판정하지 않는 미술관. 연계프로그램은 전시의 논제를 심화하는 세미나나 라운드테이블이 아니라 체험과 퍼포먼스의 형식으로 조직됐고, 굿즈숍에서는 상어 에코백과 스핀페인팅 그립톡이 전년 화제작 대비 구매객 61% 증가, 구매액 약 3배라는 기록을 세웠다. 죽음의 도상이 굿즈의 도상으로 전환되는 이 회로야말로 허스트 예술의 핵심 논제인데, 미술관은 그것을 분석하는 대신 정확히 그 회로 위에서 수익을 실현했다.
정산: 누가 무엇을 얻었나
기관의 손익은 명확하다. 역대급 관람 기록, 10대 관람객 비중 2배 확대, 신규 회원 가입 3.3배 급증, 굿즈 매출, 한미약품·한미사이언스의 후원, 725만 건의 SNS 노출. 전시 잘하고 돈도 버는 미술관이라는 목표는 초과 달성됐다.
작가의 손익은 다르다. 허스트가 이 전시로 얻은 것은 아시아 첫 대규모 개인전이라는 이력 한 줄, 그리고 신작의 노출이다. 그러나 잃은 것이 더 크다. 개막 전부터 충격의 유효기간이 지난 한물간 작가라는 지적이 있었고, 폐막 후 미술계의 총평 역시 대단한 작가인 건 분명하지만 왜 국립미술관이 지금, 이렇게 늦게라는 물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전시는 이 물음을 반박할 유일한 방법 — 새로운 해석 — 을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물음을 확정해 버렸다. 상어는 관객을 모았지만 담론을 만들지 못했고, 신작 회화는 초기작 옆에서 개념의 확장이 아니라 생산의 관성으로 읽혔으며, 언론 앞의 침묵과 관객 앞의 수다라는 비대칭은 신비가 아니라 관리된 브랜드의 방어술로 읽혔다. 54만 명이 확인한 것은 허스트의 현재성이 아니라 허스트라는 브랜드의 잔존 가치였다.
이것이 고평가 노년작가의 초상이다. 시장가격과 명성은 여전히 높지만, 그 높이를 지탱하는 것은 동시대적 유효성이 아니라 과거의 기록과 유통 시스템이다. 재발견은 기관이 작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자 가장 어려운 노동인데, 국현은 그 노동을 하지 않았다. 대신 브랜드를 임차했고, 임차료는 관람객 수로 정산됐다.
비평이 의심해야 할 것
서로에게 손해가 없어 보이는 교환이다. 하지만 비평은 바로 이 손해 없는 교환을 의심해야 한다. 미술관은 흥행을 얻었고 작가는 노출을 얻었지만, 공공이 잃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국립미술관이 수행해야 할 역할은 이미 유명한 작가의 대표작을 국내에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시장과 미디어가 생산한 명성을 역사적으로 검증하고, 작품의 가치와 영향력, 한계와 실패를 공공의 언어로 재구성해야 한다. 특히 허스트처럼 시장가격, 유명세, 제작 시스템과 작품 개념이 긴밀하게 얽힌 작가를 다룰 때에는 작품 내부의 의미보다 작품을 가능하게 한 제도적 조건까지 전시의 내용이어야 했다. 협의를 초과해 걸린 신작들이, 판매용 프레임이, 청중을 선별한 두 번의 등장이, 합법성으로만 응답된 윤리적 항의가 이미 그 조건의 물증이었는데도.
데이미언 허스트는 영리하게 소비되었고, 국립현대미술관은 그를 제대로 소비했다. 관객도, 굿즈도, 화제성도 남김없이 회수했다. 다만 그 철저한 소비의 대차대조표에서 작가 앞으로 이월된 항목은 하나뿐이다. 다시 전시되었으나 재발견되지 못한, 고평가된 노년작가라는 타이틀. 상어는 여전히 상어였고 — 정확히는 두 번째 상어였고 — 국립현대미술관은 그 익숙한 이미지를 더 크고 안전한 수조에 옮겨 담았을 뿐이다.
그는 다시 전시되었지만, 끝내 재발견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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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성(작성자), 「큐레토리얼 피라미드의 하류에서」(글제목), 아이테르 범일가옥,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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