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샹은 되고, 허스트는 안 된다?

리자공
2026-08-09
조회수 91




뒤샹은 되고, 허스트는 안 된다?


예술감독 공명성





2026년, MoMA는 질문을 데려왔고 MMCA는 스타를 데려왔다

2026년 두 미술관의 선택은 묘하게 대칭적이다. 뉴욕 MoMA는 마르셀 뒤샹을, 서울 국립현대미술관(MMCA)은 데이미언 허스트를 불러냈다. MoMA의 《Marcel Duchamp》는 미국에서 1973년 이후 처음 열리는 뒤샹 회고전으로 약 300점의 작업을 통해 1900년부터 1968년까지의 궤적을 다시 검토한다. MMCA는 3월 20일부터 6월 28일까지 《Damien Hirst: Nothing Is True But Everything Is Possible》을 개최하며 아시아 최초의 대규모 허스트 서베이를 제시했다.


둘 다 현대미술의 악동이다. 둘 다 “이것도 예술인가?”라는 조롱을 먹고 자랐다. 하나는 소변기를 놓았고, 하나는 상어를 담갔다. 그런데 2026년의 미술관 안에서 둘의 운명은 완전히 달라졌다.

뒤샹의 소변기는 이제 미술사의 교과서가 되었고, 허스트의 상어 앞에서는 아직도 가격표의 냄새가 난다.


왜일까.


뒤샹이 미술관에 들어오면 미술관 자체가 의심받는다. 누가 예술을 결정하는가, 작가는 반드시 만들어야 하는가, 선택만으로 작품이 될 수 있는가. MoMA도 이번 전시를 설명하면서 뒤샹의 레디메이드가 예술과 저자의 범위를 근본적으로 바꾸었다는 점을 전면에 둔다. 뒤샹을 전시한다는 것은 100년 전 작품을 추억하는 행위이면서 동시에 “미술관은 무엇을 미술이라고 승인해왔는가”를 다시 묻는 일이 된다.

허스트는 조금 다르다.


그는 뒤샹이 열어놓은 문을 통과한 뒤 그 문 앞에 매표소를 세운 사람처럼 보인다.

상어, 약장, 나비, 스폿 페인팅, 다이아몬드 해골. 죽음과 욕망, 의학과 종교, 아름다움과 공포가 그의 재료다. 동시에 허스트의 작품에는 경매, 브랜드, 제작 스튜디오, 컬렉터, 가격이라는 또 하나의 재료가 따라붙는다. 그래서 허스트의 작품 앞에서는 “이것이 예술인가?”라는 오래된 질문보다 “이것은 어떻게 이 가격의 예술이 되었는가?”라는 질문이 더 흥미롭다.

바로 여기서 MMCA의 선택은 재미있어지고, 조금 위험해진다.


허스트를 국립미술관에서 보여주는 것 자체가 문제일 이유는 없다. 그는 1990년대 이후 현대미술과 자본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피해 갈 수 없는 작가다. 오히려 국립미술관이라면 허스트를 해야 한다.


문제는 ‘허스트를 데려왔는가’가 아니라 ‘허스트를 어떻게 데려왔는가’이다.

허스트를 죽음과 삶, 아름다움이라는 보편적 주제의 거장으로 제시하는 순간 그의 가장 불편한 부분이 순해질 수 있다. 허스트의 미술사적 의미는 상어의 죽음만큼이나 작품 가격의 생명력에 있고, 다이아몬드 해골의 아름다움만큼이나 그것을 둘러싼 자본의 욕망에 있기 때문이다. MMCA 역시 공식 설명에서 예술적 가치와 시장 논리까지 그의 핵심 문제의식으로 언급한다. 그렇다면 전시는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었다.


“허스트는 위대한가?”보다


“우리는 왜 허스트를 위대하다고 인정하게 되었는가?”


라고 물었어야 한다.


이 질문을 던지는 순간 허스트는 블록버스터 작가에서 한국 미술계의 거울로 변한다.

왜 우리는 해외 스타 작가의 이름에 줄을 서는가.
왜 작품 가격은 미학적 판단에 개입하는가.


왜 미술관의 권위는 시장의 권위를 비판하면서 동시에 그것을 증폭시키는가.
그리고 국립미술관이 한 작가를 전시하는 순간 그의 시장가치는 얼마나 다시 상승하는가.

그때 허스트의 수조는 상어를 보존하는 포름알데히드 탱크가 아니라 현대미술시장을 보존하는 거대한 유리관처럼 보인다.


그래서 2026년의 MoMA와 MMCA를 이렇게 대비해볼 수 있다.

MoMA는 현대미술을 가능하게 만든 문제를 다시 꺼냈고,
MMCA는 현대미술을 거대한 산업으로 만든 현상을 꺼냈다.

뒤샹은 예술의 규칙을 의심하게 만들었고, 허스트는 그 규칙이 얼마나 비싸게 거래될 수 있는지를 증명했다.

그러니 “MoMA는 뒤샹을 했는데 MMCA는 왜 허스트인가”라는 비판은 조금 약하다.


더 재미있는 질문은 이것이다.

MoMA는 뒤샹을 통해 자신이 가진 미술관의 권위를 의심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리고 MMCA는 허스트를 통해 자신이 참여하고 있는 미술시장의 욕망까지 의심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뒤샹을 전시하는 것은 이제 안전하다. 이미 미술사가 그를 승자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금 더 위험한 작가는 허스트다.

문제는 상어가 아니다.


그 수조 밖에서 상어를 바라보며


“역시 세계적인 작가”라고 말하고 있는


우리 자신일지도 모른다.















발행인 공명성

기획·편집 아이테르

발행처 아이테르 범일가옥

국립중앙도서관 발행자번호 (979-11) 999630

대표전화 051-977-5272

팩스 0504-322-2379

홈페이지 https://aither.kr/

© 2026 AITHER. All rights reserved.


이 콘텐츠 의 저작권은 저자와 발행처에 있습니다. 저작권자의 사전 서면 허가 없이 본 전자책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복제, 재배포, 전송, 공유, 변형하거나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파일이나 다운로드 링크를 제3자에게 제공하거나 온라인 커뮤니티, 클라우드, 파일 공유 서비스, 소셜미디어 등에 게시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본문을 연구, 비평, 보도, 교육 등의 목적으로 인용할 경우 저자명, 글의 제목, 발행처, 발행 연도와 인용 면수를 정확하게 밝혀야 합니다.


인용 표기 예시

공명성(작성자), 「큐레토리얼 피라미드의 하류에서」(글제목), 아이테르 범일가옥, 2026.

본 콘텐츠는 디지털 환경에 맞추어 제작되었습니다. 열람 기기와 프로그램에 따라 글꼴, 줄바꿈, 이미지의 색상과 배치가 다르게 표시될 수 있습니다.

수록된 내용은 저자의 연구와 비평적 관점에 따른 것입니다. 본문에서 언급되는 기관, 단체, 작가 및 관계자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지 않습니다.


무단 복제 및 불법 배포 신고

sck02145@naver.com








AITHER

ADDRESS. (48737) 21, BEOMIL-RO 65BEON-GIL, DONG-GU, BUSAN, REPUBLIC OF KOREA.

ONLINE CS. MON TO SAT 10:00-18:00.

CONTACT. 051-977-5272 | SCK02145@NAVER.COM | https://aither.kr/

INSTA. @aither.kr | YOUTUBE. [www.youtube.com/@AITHERART](http://www.youtube.com/@AITHERART)

FAX. 0504-322-2379

AITHER :: introductory material  https://drive.google.com/drive/folders/14fIaNXjzbEocA0Ah317-rv8Tikv3zCwQ?usp=drive_link


69de690ee632c.png

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