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 정보:
William Villalongo & Shraddha Ramani
Printing Black America: Du Bois's Data Portraits in the 21st Century (2026)
MoMA Acquisition 248.2026.x, Fund for the Twenty-First Century
캡션:
30점의 판화, 6개 포트폴리오. screenprint, lithograph, etching, aquatint, photogravure, digital printing의 혼합 기법. 미술관의 수집정책이 '작품'에서 '지식 생산 방식'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사례. MoMA가 데이터 시각화를 정전(canon)으로 승인한 2026년의 상징적 획득. 1900년 Du Bois의 통계 그래픽을 21세기 불평등 데이터로 재해석.
MoMA가 2026년 8월 새로이 소장한 William Villalongo와 Shraddha Ramani의 《Printing Black America: Du Bois's Data Portraits in the 21st Century》는 일견 판화 부문의 수집으로 보인다. 하지만 MoMA의 기록에 screenprint, lithograph, etching, aquatint, photogravure, digital printing 등 여러 인쇄기법이 혼합되어 있다는 사실은 이것이 매체의 동질성으로 정의되는 소장이 아님을 말해준다. 대신 데이터를 시각적 형태로 변환하는 지식 생산 방식 자체가 수집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이는 미술관의 수집정책에서 근본적인 전환을 의미한다. 기존에 "어떤 이미지를 수집할 것인가"라는 매체 중심의 질문에서 "어떤 지식 생산 방식을 수집할 것인가"라는 인식론적 질문으로 이동한 것이다.
이 작업의 의미는 1900년 W. E. B. Du Bois의 데이터 시각화와의 관계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Du Bois는 파리 만국박람회의 'American Negro' 전시를 위해 흑인 미국인의 인구, 재산, 직업, 교육을 통계 그래픽으로 시각화함으로써, 인종주의가 '과학'이라고 주장하는 통계에 맞서는 대항적 증거를 제시했다. Villalongo와 urbanist Ramani는 이 방식을 단순히 21세기로 옮기지 않고 '다시 읽었다'. 해방 이후 흑인 인구를 현대의 이주 패턴으로, 재산을 주택 소유율과 순자산으로, 노동을 산업과 소득 격차로, 교육과 공동체를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한 것이다. 이는 근대 데이터 시각화가 미술사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해야 하는지를 제도적으로 결정하는 행위이다. Du Bois는 역사적으로 미술가가 아닌 사회학자·사상가로 알려져 있지만, MoMA가 그의 직접적 후속 작업을 소장함으로써 이 계보를 미술제도 내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Black Homeowners in the States & Territories of the U.S.》 같은 작업을 보면 이 문제의 정치성이 드러난다. 원래 막대그래프가 될 정보가 원형으로 펼쳐지고 중앙에는 Black Power fist가 배치된다. 통계 그래프는 객관적으로 보이지만, 색깔의 선택, 비교 범위의 설정, 데이터의 삭제, 중앙에 놓을 이미지의 결정은 누군가의 해석과 선택이다. 즉 데이터는 사실이지만 시각화는 해석이며, 이 작품은 바로 그 틈을 미술로 만든다. Du Bois가 1900년에 강렬한 색채와 비정상적인 축, 곡선과 도형으로 데이터를 시각적 주장으로 만들었듯이, 이 작업도 시각화 행위 자체가 권력 관계를 드러내는 매체가 되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MoMA는 동시에 《Full Disclosure: The Edge of Information Design》이라는 최초의 본격적인 information design 전시를 준비하고 있으며, 새로이 소장한 작품 6점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MoMA의 전통적 부서 구분인 회화, 조각, 사진, 디자인 옆에 정보, 데이터, 인터페이스, 시각 시스템, 아카이브가 점점 강하게 들어오고 있다. 《Printing Black America》는 명목상 "Drawings and Prints"에 분류되지만 실제 성격은 판화와 데이터 시각화, 사회연구, 아카이브, 정치적 이미지가 합쳐진 작업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이 작업이 단독 작가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Villalongo라는 시각예술가와 Ramani라는 urbanist, 여러 지역의 프린트 스튜디오, 6개의 print publisher, 데이터 연구자들, 역사 아카이브가 4년에 걸쳐 협업했다. 뒤샹이 "누가 작품을 만드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면, 이 작업은 "누가 지식을 만드는가"라는 다른 차원의 질문을 던진다. 미술가 개인의 제스처가 아니라, 지식 생산에 참여하는 복수의 주체들의 네트워크가 작품의 내용 자체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MoMA의 2026년 큐레토리얼 방향을 명확히 보여준다. 뒤샹 회고전과 《Printing Black America》, 《Full Disclosure》는 하나의 논리로 연결된다. 뒤샹 회고전은 현대미술의 출발점을 다시 읽고, 《Printing Black America》는 근대의 주변부로 취급됐던 지식 생산자를 현대미술의 계보에 넣으며, 《Full Disclosure》는 정보 시각화를 미술의 중요한 형식으로 제도화한다. 결국 MoMA는 미술사의 계보를 재구성하고 있다. Du Bois의 데이터 시각화는 역사적으로 사회학적 기록이었지만, 2026년 MoMA에서는 정보 설계의 선사가 되고, Villalongo-Ramani의 작업은 현대미술의 정당한 계보가 된다. 이를 통해 MoMA가 실행하는 것은 "세계를 읽는 방식의 수집"이다. 이전의 수집정책이 미학적·형식적 혁신성을 평가한 작품의 개별 구매였다면, 이제는 지식 생산의 방식 자체와 여러 학문·실천 분야의 연결 가능성을 평가하고, 이를 통해 제도적 권력을 재배치하는 방식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여기서 비판적 질문을 제기해야 한다. Du Bois의 데이터 시각화는 체제에 항거하는 대항적 지식이었지만, MoMA가 이를 수집하고 전시하고 정전화하는 과정은 그것이 더 이상 대항적이지 않게 만드는 제도적 포섭의 과정이기도 하다. 《Printing Black America》가 현재 전시되지 않고, 《Full Disclosure》가 정보 설계의 미학을 다루면서 그 정치성에 대한 비판적 거리가 얼마나 유지될 것인지는 불명확하다. Du Bois 재평가의 동시대적 함의, 즉 현재진행형의 불평등 데이터가 미술제도에서 어떻게 처리될 것인가 하는 문제는 MoMA의 2026년 수집정책이 진정한 제도적 전환인지, 아니면 전환의 외형만 가진 포섭인지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발행인 공명성
기획·편집 아이테르
발행처 아이테르 범일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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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점의 판화, 6개 포트폴리오. screenprint, lithograph, etching, aquatint, photogravure, digital printing의 혼합 기법. 미술관의 수집정책이 '작품'에서 '지식 생산 방식'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사례. MoMA가 데이터 시각화를 정전(canon)으로 승인한 2026년의 상징적 획득. 1900년 Du Bois의 통계 그래픽을 21세기 불평등 데이터로 재해석.
MoMA가 2026년 8월 새로이 소장한 William Villalongo와 Shraddha Ramani의 《Printing Black America: Du Bois's Data Portraits in the 21st Century》는 일견 판화 부문의 수집으로 보인다. 하지만 MoMA의 기록에 screenprint, lithograph, etching, aquatint, photogravure, digital printing 등 여러 인쇄기법이 혼합되어 있다는 사실은 이것이 매체의 동질성으로 정의되는 소장이 아님을 말해준다. 대신 데이터를 시각적 형태로 변환하는 지식 생산 방식 자체가 수집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이는 미술관의 수집정책에서 근본적인 전환을 의미한다. 기존에 "어떤 이미지를 수집할 것인가"라는 매체 중심의 질문에서 "어떤 지식 생산 방식을 수집할 것인가"라는 인식론적 질문으로 이동한 것이다.
이 작업의 의미는 1900년 W. E. B. Du Bois의 데이터 시각화와의 관계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Du Bois는 파리 만국박람회의 'American Negro' 전시를 위해 흑인 미국인의 인구, 재산, 직업, 교육을 통계 그래픽으로 시각화함으로써, 인종주의가 '과학'이라고 주장하는 통계에 맞서는 대항적 증거를 제시했다. Villalongo와 urbanist Ramani는 이 방식을 단순히 21세기로 옮기지 않고 '다시 읽었다'. 해방 이후 흑인 인구를 현대의 이주 패턴으로, 재산을 주택 소유율과 순자산으로, 노동을 산업과 소득 격차로, 교육과 공동체를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한 것이다. 이는 근대 데이터 시각화가 미술사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해야 하는지를 제도적으로 결정하는 행위이다. Du Bois는 역사적으로 미술가가 아닌 사회학자·사상가로 알려져 있지만, MoMA가 그의 직접적 후속 작업을 소장함으로써 이 계보를 미술제도 내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Black Homeowners in the States & Territories of the U.S.》 같은 작업을 보면 이 문제의 정치성이 드러난다. 원래 막대그래프가 될 정보가 원형으로 펼쳐지고 중앙에는 Black Power fist가 배치된다. 통계 그래프는 객관적으로 보이지만, 색깔의 선택, 비교 범위의 설정, 데이터의 삭제, 중앙에 놓을 이미지의 결정은 누군가의 해석과 선택이다. 즉 데이터는 사실이지만 시각화는 해석이며, 이 작품은 바로 그 틈을 미술로 만든다. Du Bois가 1900년에 강렬한 색채와 비정상적인 축, 곡선과 도형으로 데이터를 시각적 주장으로 만들었듯이, 이 작업도 시각화 행위 자체가 권력 관계를 드러내는 매체가 되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MoMA는 동시에 《Full Disclosure: The Edge of Information Design》이라는 최초의 본격적인 information design 전시를 준비하고 있으며, 새로이 소장한 작품 6점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MoMA의 전통적 부서 구분인 회화, 조각, 사진, 디자인 옆에 정보, 데이터, 인터페이스, 시각 시스템, 아카이브가 점점 강하게 들어오고 있다. 《Printing Black America》는 명목상 "Drawings and Prints"에 분류되지만 실제 성격은 판화와 데이터 시각화, 사회연구, 아카이브, 정치적 이미지가 합쳐진 작업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이 작업이 단독 작가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Villalongo라는 시각예술가와 Ramani라는 urbanist, 여러 지역의 프린트 스튜디오, 6개의 print publisher, 데이터 연구자들, 역사 아카이브가 4년에 걸쳐 협업했다. 뒤샹이 "누가 작품을 만드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면, 이 작업은 "누가 지식을 만드는가"라는 다른 차원의 질문을 던진다. 미술가 개인의 제스처가 아니라, 지식 생산에 참여하는 복수의 주체들의 네트워크가 작품의 내용 자체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MoMA의 2026년 큐레토리얼 방향을 명확히 보여준다. 뒤샹 회고전과 《Printing Black America》, 《Full Disclosure》는 하나의 논리로 연결된다. 뒤샹 회고전은 현대미술의 출발점을 다시 읽고, 《Printing Black America》는 근대의 주변부로 취급됐던 지식 생산자를 현대미술의 계보에 넣으며, 《Full Disclosure》는 정보 시각화를 미술의 중요한 형식으로 제도화한다. 결국 MoMA는 미술사의 계보를 재구성하고 있다. Du Bois의 데이터 시각화는 역사적으로 사회학적 기록이었지만, 2026년 MoMA에서는 정보 설계의 선사가 되고, Villalongo-Ramani의 작업은 현대미술의 정당한 계보가 된다. 이를 통해 MoMA가 실행하는 것은 "세계를 읽는 방식의 수집"이다. 이전의 수집정책이 미학적·형식적 혁신성을 평가한 작품의 개별 구매였다면, 이제는 지식 생산의 방식 자체와 여러 학문·실천 분야의 연결 가능성을 평가하고, 이를 통해 제도적 권력을 재배치하는 방식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여기서 비판적 질문을 제기해야 한다. Du Bois의 데이터 시각화는 체제에 항거하는 대항적 지식이었지만, MoMA가 이를 수집하고 전시하고 정전화하는 과정은 그것이 더 이상 대항적이지 않게 만드는 제도적 포섭의 과정이기도 하다. 《Printing Black America》가 현재 전시되지 않고, 《Full Disclosure》가 정보 설계의 미학을 다루면서 그 정치성에 대한 비판적 거리가 얼마나 유지될 것인지는 불명확하다. Du Bois 재평가의 동시대적 함의, 즉 현재진행형의 불평등 데이터가 미술제도에서 어떻게 처리될 것인가 하는 문제는 MoMA의 2026년 수집정책이 진정한 제도적 전환인지, 아니면 전환의 외형만 가진 포섭인지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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