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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작가 연말 : 소재의 충돌, 고요가 발생하는 시간

2025-12-18
조회수 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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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의 작업에서 감각은 하나의 상태가 아니라, 충돌을 통해 생성되는 시간의 단위로 작동한다. 디지털 환경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시간은 더 이상 체험되는 것이 아니라 처리되고 소모되는 대상으로 전환되었다. 무수한 정보와 이미지가 동일한 속도로 밀려드는 환경 속에서 시간은 균질화되고, 감각은 그 흐름을 따라 평면화된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고요는 결핍된 상태가 아니라, 거의 도달 불가능한 영역으로 밀려난다. 고요에 이르기 위해서는 감각의 속도를 늦추는 행위가 필요하며, 이는 자연스럽게 주어지기보다 의식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


연말의 작업은 이 지점에서 서로 다른 성질의 소재를 병치하고 충돌시키는 방식으로 시간의 감각을 재구성한다. 응고된 표면과 녹아내릴 가능성을 내포한 재료는 하나의 안정된 현재를 제시하지 않는다. 이질적인 물질 상태가 한 화면 안에서 긴장 관계를 형성하며, 관람자는 그 사이에서 정지와 변화, 고정과 이완이 동시에 작동하는 시간을 경험하게 된다. 이 시간은 직선적으로 흐르지 않으며, 어느 한 지점으로 수렴하지도 않는다. 대신 감각의 층위가 겹쳐지며, 느리게 진동하는 상태로 유지된다.


소재의 충돌은 시각적 대비를 넘어 감각의 리듬을 생성한다. 매끄러움과 거침, 차가움과 온기, 응집과 해체의 기미는 서로를 상쇄하지 않고 공존한다. 이때 시간은 진행이 아닌 체류의 형식으로 드러난다. 관람자는 작품 앞에서 무엇이 변화하고 있는지 즉각적으로 판단할 수 없으며, 변화가 일어났는지조차 확신하기 어렵다. 이러한 불확정성은 시간을 측정 가능한 단위에서 감각 가능한 상태로 되돌린다. 변화는 눈앞에서 발생하지 않지만, 발생했을 가능성이 감각 속에 잔존한다.


고요는 이러한 시간 구조 안에서 정적인 침묵이 아니다. 그것은 서로 다른 감각 상태가 충돌한 이후에 남는 잔여의 시간이다. 소음과 과잉 자극이 지배하는 환경에서 고요는 비어 있는 상태로 오해되지만, 연말의 작업은 고요를 감각이 재정렬되는 밀도 높은 순간으로 제시한다. 응고된 표면은 시간을 멈추는 듯 보이지만, 그 내부에는 이미 용해의 가능성이 잠복해 있다. 이 잠복 상태는 감각을 긴장시키며, 관람자는 표면을 보는 동시에 그 안에서 일어나지 않은 변화의 시간을 상상하게 된다.


용해는 이 상상의 시간을 활성화하는 개념으로 작동한다. 물질이 실제로 녹아내리지 않더라도, 용해의 은유는 감각이 고정된 상태에서 벗어나는 계기를 제공한다. 감각은 즉각적으로 회복되지 않으며, 서서히 풀리듯 표면으로 스며 나온다. 이 과정에서 시간은 축적된다. 과거의 감각, 억압되었던 지각, 무시되었던 촉감은 현재의 표면 위에 겹쳐지며, 하나의 단일한 순간이 아닌 다층적인 시간 구조를 형성한다.


관람 경험은 이러한 시간의 재구성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작품은 빠른 해석을 거부하며, 지연된 시선을 요구한다. 관람자는 무엇을 본다는 행위보다, 얼마나 오래 머무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직면한다. 시선이 머무는 시간만큼 감각은 미세하게 조정되며, 고요는 결과로서 도달된다. 이때 시간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관람자의 감각 수행을 통해 생성된다.


연말의 작업에서 소재의 충돌은 시간에 균열을 낸다. 그 균열은 파괴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감각이 다시 숨을 쉴 수 있는 틈을 만든다. 응고와 용해 사이에서 발생하는 이 틈은 디지털 환경 속에서 사라진 시간감각을 다시 호출한다. 이 작업은 감각이 여전히 시간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고요가 선택 가능한 상태가 아니라 수행을 통해 도달하는 감각적 사건임을 조용히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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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감독 공명성


 



사진출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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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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