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ther Direction Archive
AITHER Art Criticism ignites fresh thou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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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have a lot of fun during this phase.
We are working on an exciting project for a company in the investment business. Stay tu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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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부터 작가였는지 잘 모르겠다. 누군가가 그렇게 불러주기 전부터 이미 작업을 하고 있었고, 작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불리게 된 것 같다. 시작은 늘 뒤늦게 정리된다. 그때는 이유가 없었고, 다만 멈추지 않았을 뿐이다. 작업실에 가고, 손을 움직이고, 하루를 그걸로 채웠다. 생각은 늘 그 다음이었다.
나는 변화라는 말을 자주 하지만, 그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하게 정의하려 들지는 않는다. 변화는 언제나 먼저 도착해 있었고, 나는 그 안에 이미 들어와 있었다. 규칙적인 하루, 반복되는 패턴 속에서 아주 작은 어긋남이 생긴다. 남들은 지나쳐버릴 만큼 사소한 순간들이 나에게는 계속 걸렸다. 그것을 붙잡아두지 않으면 사라질 것 같아서, 나는 작업으로 남겼다.
처음에는 평면이었다. 얼굴을 그렸고, 흔적을 남겼다. 그게 나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화면은 점점 답답해졌다. 손이 더 많은 저항을 원했고, 재료가 가진 시간을 느끼고 싶어졌다. 그래서 나무를 만지기 시작했다. 깎고, 쌓고, 다시 다듬는 과정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고, 그 느림이 나를 붙잡아주었다.
나는 전시를 염두에 두고 작업하지 않는다. 작업은 매일 해야 하는 것이고, 전시는 나중에 따라오는 일이다. 시간이 지나 다시 꺼내본 작업들은 처음 만들 때와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생뚱맞아 보이던 것들이 함께 놓였을 때 의외의 리듬을 만든다. 그 순간이 재미있다. 내가 계획하지 않았던 관계가 만들어질 때, 비로소 작업이 나를 벗어난다는 느낌이 든다.
현실적인 문제를 모르는 척할 수는 없다. 비용, 생계, 노동은 늘 곁에 있다. 작업만으로 살아가기 어렵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다른 일을 하고, 그 사이에 작업을 한다. 이 상황을 작품으로 설명하고 싶지는 않다. 너무 직접적이기 때문이다. 대신 그것들이 남긴 압력과 무게를 작업 안에 흘려보낸다. 규칙적인 구조가 깨지는 순간들, 안정적으로 보이던 패턴이 흔들리는 장면들에 그 감각이 남아 있다.
가끔은 이 모든 것이 모순처럼 느껴진다. 넉넉하지 않은 삶 속에서 값비싼 재료를 쓰고, 그것이 또 다른 가격으로 유통되는 구조를 바라볼 때면 복잡한 감정이 생긴다. 그래도 나는 작업을 멈추지 않는다.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언어가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말로 다 하면 너무 가벼워질 것 같은 것들을, 형태와 물성으로 남겨두고 싶다.
나는 세상과 떨어져 있는 작가가 아니다. 늘 휩쓸리고, 흔들리고, 때로는 따라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작업실에 와서 손을 움직인다. 그 반복이 나를 붙잡아준다. 아마도 내가 계속 작업을 하는 이유는 거창한 신념 때문이 아니라, 그 반복 속에서만 내가 나로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나는 종종 내가 어디쯤 와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답은 늘 모호하다. 앞서 나가고 있는지,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지, 아니면 조금씩 밀려나고 있는지 분간하기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작업을 하지 않는 날에는 시간이 비어 보인다는 사실이다. 그 공백이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다시 손을 움직인다.
공간에 대한 감각도 점점 달라졌다. 예전에는 어디에 걸릴지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작업은 작업대로 존재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공간이 작업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자주 떠올린다. 벽의 질감, 바닥의 높낮이, 빛이 들어오는 방향에 따라 같은 작업도 전혀 다른 얼굴을 가진다. 흥미로운 공간일수록 위험하다는 생각도 든다. 잘 놓이면 살아나고, 잘못 놓이면 모든 것이 흐트러진다. 그래서 더 조심하게 된다.
나는 작업이 많아질수록 덜 보여주고 싶어진다. 이것저것 다 말하고 싶은 마음보다는, 하나만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매체를 다루면서도 한 전시 안에서는 하나의 재료, 하나의 리듬으로 수렴하고 싶다. 통일감은 설명을 줄이는 방식이라고 믿는다. 관객이 따라와야 할 길을 너무 많이 만들고 싶지 않다.
작업을 하다 보면 나 자신도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예전에는 무엇인가를 증명하고 싶었던 것 같다. 지금은 그 욕구가 많이 옅어졌다. 대신 계속해도 괜찮은지를 묻는다. 이 질문은 성취가 아니라 지속에 관한 것이다. 계속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내 작업이 빠르게 소비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한 번 보고 끝나는 이미지가 되기보다는, 천천히 머무르는 상태로 남았으면 한다. 그래서 설명을 아끼고, 완성된 의미를 제공하지 않는다. 작업은 이해되는 대상이라기보다, 함께 시간을 보내는 존재에 가깝다. 관객이 무엇을 느끼든, 그 시간만큼은 각자의 것이 되기를 바란다.
앞으로 무엇을 하게 될지는 나도 잘 모른다. 다시 평면으로 돌아갈 수도 있고, 더 단단한 물성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나는 계속 만들 것이다. 변화는 계획하지 않아도 도착하고, 나는 그 변화에 손으로 반응할 뿐이다. 이 느린 대응이 나를 지금까지 데려왔다.
어쩌면 나의 작업은 특별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다만 살아가면서 감지되는 미묘한 흔들림,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의 잔여물들을 남긴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나는 오늘도 작업실 문을 열고, 어제와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하루를 시작한다.
베니스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다. 사람들은 늘 그 경험을 하나의 사건처럼 묻지만, 나에게는 그저 흐름 중 하나였다. 자르디니 공원에 그림을 펼쳐놓았을 때, 나는 초대받지 않은 상태였다. 정식 전시도, 배정된 공간도 없었다. 다만 그곳에 사람들이 있었고, 내가 가진 작업이 있었을 뿐이다. 허락을 기다리기보다는 몸이 먼저 움직였다.
공원에 그림을 놓고 앉아 있으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멈춰 섰다. 어떤 이는 오래 바라봤고, 어떤 이는 말을 걸었고, 어떤 이는 그냥 지나갔다. 그중 몇 점은 팔렸다. 그 사실이 나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판매 자체가 아니라, 제도 밖에서도 작업은 스스로 도달할 수 있다는 감각 때문이었다. 전시장이라는 틀이 없어도, 작품은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었다.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훨씬 가벼웠다. 객기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두려움이 적었다. 실패해도 잃을 것이 많지 않았고, 그래서 더 솔직하게 작업을 꺼낼 수 있었다. 자르디니의 잔디 위에 종이 작업을 펼쳐놓고, 바람에 흔들리는 그림들을 보며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안했다. 이게 전시인지, 여행인지, 이벤트인지 구분할 필요가 없었다.
초대받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때 나를 위축시키지 않았다. 오히려 선택의 자유를 주었다. 어디에 놓을지, 언제 접을지, 누구에게 설명할지 모두 내가 결정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경험은 이후의 작업 태도에 깊이 남아 있다. 제도 안으로 들어가는 것과 밖에 머무는 것은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리듬의 문제라는 것을 그때 배웠다.
초대받지 않은 삶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상태에서 나는 더 나답게 움직일 수 있었다. 보여주기 위해 맞추지 않아도 되었고, 기대에 응답하지 않아도 되었다. 작업은 그 자리에 놓였고, 반응은 자연스럽게 흘러왔다. 그 경험 이후로 나는 늘 제도의 문 앞에서 잠시 멈춰 서서 생각한다. 들어갈 것인지, 아니면 옆으로 걸어갈 것인지를.
지금의 나는 그때처럼 무작정 그림을 들고 공원에 나서지는 않는다. 조건도 달라졌고, 책임도 많아졌다. 그래도 자르디니에서의 기억은 여전히 남아 있다. 초대가 없던 자리에서 작업이 팔렸다는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순간 내가 작업과 세상 사이에 직접 서 있었다는 감각이다. 그 경험은 나에게 하나의 기준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초대를 기다리기보다, 작업을 먼저 만든다. 불러주지 않아도 괜찮고, 늦게 도착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계속 작업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이다. 자르디니의 잔디 위에서 그렸던 그 하루처럼, 지금도 나는 내 방식으로 세계에 작업을 펼쳐놓는다. 초대받지 않은 삶이었고, 지금도 완전히 초대받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 삶은 생각보다 단단했고 충분히 지속 가능했다.
어쩌면 나는 되게 메마른 땅 위에서 축축한 기분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은 늘 빠듯하고, 계산이 먼저 오고, 결과를 요구한다. 생계는 언제나 앞줄에 서 있어야 할 것 같지만, 내 마음은 자꾸 다른 쪽으로 젖어든다. 그래서 나는 자주 뒤처진다. 생활을 먼저 챙기지 못한 채, 손이 먼저 재료를 찾는다.
이 젖은 감각은 편안함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불안하고 무겁다. 메마른 조건 속에서 축축한 마음을 유지한다는 것은, 늘 어긋난 상태로 존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계산이 서지 않는 선택들을 반복하고, 합리적이지 않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래도 창작을 멈추지 못한다. 그것이 나를 살게 하는 유일한 방식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세상의 메마름은 점점 더 노골적이다. 효율, 성과, 시장성 같은 말들이 모든 판단의 기준이 된다. 그 안에서 감각은 사치처럼 취급된다. 느리게 생각하고, 쓸모를 바로 증명하지 못하는 것들은 밀려난다. 어쩌면 그래서 내 마음은 더 축축해지는지도 모르겠다. 마를수록 스며들 곳을 찾듯이, 나는 더 깊이 파고든다.
생계를 뒤로 미루는 선택이 용기인지, 회피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생계를 먼저 두었을 때 나는 점점 무감해진다는 사실이다. 하루를 견디는 데 필요한 계산들이 마음의 수분을 말려버린다. 그래서 나는 다시 작업으로 돌아온다. 나무를 만지고, 표면을 깎고, 균열을 만든다. 그 과정에서만 마음이 숨을 쉰다.
젖은 마음과 이 세상의 메마름은 서로 반비례하는 것처럼 보인다. 세상이 더 건조해질수록, 나는 더 축축해진다. 이 불균형은 나를 불편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나를 움직이게 한다. 균형이 맞지 않기 때문에 작업이 시작되고, 조형이 필요해진다. 만약 모든 것이 적당했다면, 나는 아마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이 상태를 극복해야 할 문제로 여기지 않으려 한다. 축축함은 약점이 아니라 감각의 증거일지도 모른다. 메마른 땅에서 축축한 기분으로 산다는 것은, 아직 세계에 반응하고 있다는 뜻이다. 생계가 늘 앞에 오지 않아도, 창작은 계속된다. 그것이 내 삶의 방식이고, 내가 이 메마른 세상과 맺고 있는 가장 솔직한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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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테르 AI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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