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롤리나 카이세도, 세인트루이스서 《Growing Deep Roots》 개최…뿌리와 강에서 다시 묻는 생태적 관계 / 아이테르 미술전시기획

202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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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olina Caycedo, Prairie Root Portrait, 2026. Relief print from paracord, sisal, jute, climbing, and cotton rope on dyed Evolon paper, 108 x 162 inches overall. Courtesy of the artist and Island Press. Photo: Carol Green.



카롤리나 카이세도, 세인트루이스서 《Growing Deep Roots》 개최…뿌리와 강에서 다시 묻는 생태적 관계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교 켐퍼미술관(Kemper Art Museum at WashU)은 2026년 9월 9일부터 2027년 1월 4일까지 콜롬비아 출신 작가 카롤리나 카이세도(Carolina Caycedo)의 개인전 《Growing Deep Roots》를 개최한다.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카이세도는 환경정의, 전통적 지식체계, 생태페미니즘을 바탕으로 자연을 인간이 이용할 수 있는 ‘자원’으로 규정해온 관점을 비판해왔다. 그의 작업에서 강과 식물, 토양은 수동적인 자연물이 아니다. 인간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주체이자 관계의 구성원이다.


이번 전시는 물과 토지의 관리,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자원 추출 산업이 생태계와 인간 공동체에 남기는 영향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특히 카이세도가 오랫동안 연구해온 강과 수력발전, 광산과 산업 인프라의 문제를 최근의 식물·뿌리 작업과 연결한다.

대표적인 ‘Plant Portraits’ 연작에서 카이세도는 과학적 식물도감의 형식을 변형해 식물의 구조와 인간의 신체를 결합한다. 작가는 이를 ‘초상’이라 부른다. 서구 미술사의 초상화가 주로 인간 개인을 중심에 놓았다면, 카이세도는 식물을 하나의 주체로 전환해 종 사이의 상호의존성을 드러낸다.


2026년부터 시작한 ‘Root Portraits’ 연작은 시선을 땅 아래로 이동시킨다. 식물의 줄기와 잎보다 토양 속 뿌리의 움직임, 뿌리와 흙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관계에 집중한다. 특히 토양 건강을 회복시키고 탄소를 저장하며 생물다양성에 기여하는 다년생 프레리 식물과 곡물을 주요 소재로 삼는다.

전시의 핵심 작품 가운데 하나인 〈Prairie Root Portrait〉(2026)은 가로 약 4m에 달하는 3부 구성의 대형 부조 판화다. 파라코드, 사이잘, 황마, 등반용 로프와 면 로프를 이용해 여섯 종의 미국 중서부 프레리 식물 뿌리를 형상화했다. 작품은 2026년 3월 워싱턴대학교 Island Press에서 제작됐다.


뿌리는 여기서 단순한 식물의 일부가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토양을 붙잡고 물을 저장하고 미생물과 관계를 맺는 생태적 인프라다. 카이세도는 우리가 보통 땅 위의 성장만 바라보는 시선을 뒤집어 생명을 지탱하는 지하의 관계망에 집중한다.

강을 다룬 작업도 이어진다. 벽화 〈Elwha’s Healing〉(2022/2026)은 미국 북서부 엘와강의 회복 과정을 다룬다. 원주민 공동체의 장기간에 걸친 운동 끝에 두 개의 수력발전 댐이 철거됐고 이후 연어 개체가 다시 강으로 돌아왔다. 작품은 인간이 만들어낸 산업 인프라와 생태계 복원, 원주민의 정치적 행동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준다.

‘Mineral Intensive’ 드로잉 연작에서는 채굴 현장과 노동의 이미지가 중첩된다. 광물 채굴을 단순한 산업 풍경으로 다루지 않고 인간의 노동과 신체, 토지의 훼손이 동시에 발생하는 장소로 읽는다.


카이세도의 대표적인 그물 조각 연작 ‘Cosmotarrayas’도 소개된다. 〈Celestial Autonomy, the Dance of Big Dipper and North Star〉(2023)는 알래스카 앵커리지의 어업 공동체에서 얻은 재료와 원주민의 천문 지식을 연결한다. 어망이라는 생활 도구는 천체와 인간, 물과 노동을 잇는 조각적 구조로 바뀐다.

이번 전시는 카이세도의 작품만을 독립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작가는 켐퍼미술관 소장품 가운데 여성 및 논바이너리 작가들의 초상과 풍경 작업을 직접 선정해 자신의 작품과 함께 배치한다. Rebecca Belmore, Rivane Neuenschwander, Rose B. Simpson 등의 작업이 포함된다.

이 작품들은 카이세도의 〈My Feminine Lineage of Environmental Struggle: Expansion I〉(2019)와 연결된다. 140명이 넘는 여성 환경운동가를 기록한 대형 배너로, 이들 중 상당수는 환경운동 과정에서 폭력과 투옥, 정치적 박해를 경험했다. 환경운동의 역사를 개인 영웅의 서사보다 여러 세대에 걸쳐 이어지는 여성들의 계보로 다시 구성한다.


미주리식물원(Missouri Botanical Garden) 식물표본관에서 카이세도가 직접 선정한 실제 식물 표본도 전시에 포함된다. 미술작품과 과학적 표본, 원주민 지식과 환경운동의 기록이 한 공간에서 만나면서 식물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지식체계가 병치된다.

카이세도가 제시하는 생태는 자연을 보호해야 할 외부의 대상으로 보는 방식과 거리가 있다. 인간 역시 강과 토양, 식물, 물, 에너지와 얽힌 생태계의 구성원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자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할 것인지보다 우리가 자연으로부터 받은 것에 무엇을 되돌려줄 수 있는지를 묻는다.


전시는 세인트루이스 도시 전체와도 연결된다. 카이세도는 지역 트리엔날레 《Counterpublic 2026: Coyote Time》을 위해 신작 〈Fiesta de las Raíces〉도 제작한다. 미술관 내부에서 시작된 ‘뿌리’의 문제를 도시와 지역 공동체까지 확장하는 작업이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도 이어진다. 10월 1일에는 Lydia Cheshewalla, Allison Miller, Carmen Ulloa와 큐레이터 Meredith Malone이 참여하는 ‘Plant–Human–Land Relations’ 패널이 열린다. 10월 17일에는 아프로-원주민 리버키퍼이자 워터 워커인 Saundi McClain-Kloeckener가 ‘Reciprocal Care: Plants, Water, People’을 주제로 갤러리 토크를 진행한다.


11월 11일에는 뉴욕 El Museo del Barrio의 Susanna Temkin이 ‘Roots and Rhizomes: Relational Networks in the Art of Carolina Caycedo’를 주제로 강연한다. 전시가 제기한 뿌리와 리좀, 생태적 관계망의 문제를 카이세도의 전체 작업세계와 연결해 살펴본다.

《Growing Deep Roots》는 자연을 하나의 독립된 배경이 아니라 정치와 노동, 기억, 젠더, 에너지, 토착 지식이 얽힌 관계망으로 바라본다. 뿌리는 땅속에 감춰져 있지만 그 위의 생명을 지탱한다. 카이세도는 이 보이지 않는 구조를 전면으로 끌어올리며 인간과 자연 사이의 관계를 다시 묻는다.



전시명: Carolina Caycedo 《Growing Deep Roots》
기간: 2026년 9월 9일–2027년 1월 4일
장소: Kemper Art Museum at Washington University in St. Louis
주소: 1 Brookings Drive, St. Louis, Missouri 63130, USA
작가: Carolina Caycedo
기획: Meredith Malone
연계 프로그램:
10월 1일 오후 5시 30분 ‘Plant–Human–Land Relations’
10월 17일 오전 11시 30분 ‘Reciprocal Care: Plants, Water, People’
11월 11일 오후 5시 30분 ‘Roots and Rhizomes: Relational Networks in the Art of Carolina Cayce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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