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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평론[11월호] #전시평론 - 리움미술관 《이불: 1998년 이후》

상하
2025-11-25
조회수 219


Title : 리움미술관 《이불: 1998년 이후》

Keyword : 이불, 속도보다 거대한 중력  I 

Writer: 상하


Main t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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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이불: 1998년 이후》를 관람했다. 자료에서 읽었던 작가의 작품이 한국에서 전시가 열려 신기한 마음으로 들어갔더니, 전시장 한쪽에서 반가운 작품을 만났다. 〈속도보다 거대한 중력 I〉이다. 내부 촬영을 할 수 없어 자료는 없으나, 화면과 자막, 반짝이는 조명 같은 익숙한 장치들은 일상과 다를 바가 없는데, 담긴 메시지는 지나친 일상의 틈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든다. 익숙한 구조를 이용해 생각의 방향을 바꿔버리는 방식이 충격적이다. 표현 방식이 어렵지 않은데 의미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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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보다 거대한 중력 I, 2000(1999년 작 재제작) , E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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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취약할 의향-벨벳 #1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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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듀 연작

평면작업은 멀리서 보았을 때보다 가까이 다가갔을 때 훨씬 흥미로웠다. 표면의 결이 예상보다 더 복잡하고, 재료들이 겹쳐지며 만들어내는 밀도가 있다. 결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작업에 담긴 감정의 높낮이가 자연스럽게 전해진다. 제목이 없는 작품들이 많아서 처음엔 약간 막막했지만, 작업이 스스로 말할 여지를 남겨둔 선택처럼 느껴졌다. 해석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관람객이 각자의 방식으로 여백을 채울 수 있게 하는 지점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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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노 타우트를 기리며 (사물의 달콤함을 경계하라), 2007

입체작업을 보는 순간에는 평면에서 보던 조심스러운 감각이 더 직접적으로 다가온다. 재료와 구조가 주는 무게가 확실해지고, 보는 각도에 따라 작품이 전혀 다른 인상을 준다. 그 변화가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분명해서,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한순간은 차갑게 보이다가, 조금 옆에서 보면 묘하게 인물의 기운이 느껴지기도 한다.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라는 말이 과한 수식이 아니라, 작업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전시를 보며 개인적으로 가장 놀랐던 건, 이불이라는 이름만 보고 작가가 남성이라 여겼다는 것이다. 관습에 기대어 생각했기 때문일까? 전체를 돌아보니 “유명한 작가에는 이유가 있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노래방처럼 누구나 아는 장면에서 출발해도, 그것을 확장하는 방식은 매우 개별적이고 단단했다. 매체를 가리지 않지만 일관성이 있고, 접근하기 어렵지 않은데도 깊이가 있다. 큐레이션 매거진에서 이미지로만 보던 작업을 실제로 본 순간, 평소에 보지 못했던 결들이 눈에 들어오는 경험도 새로웠다.

《이불: 1998년 이후》는 거창한 주장이나 복잡한 수식 없이도 작가가 걸어온 길을 묵직하게 보여주는 전시였다. 매체가 바뀌어도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 작가의 태도, 익숙한 소재를 낯선 질문으로 전환하는 능력, 그리고 작업을 둘러싼 기록까지 모두 조용하게 힘이 있었다. 전시가 끝나고 나서도 작업의 잔상이 오래 남는 이유는 아마 그 차분한 힘 때문일 것이다.

















참조 및 출처 표기(References and Sources):

사진 직접 촬영















AITHER

아이테르 / 갤러리 / 문화예술콘텐츠기획

DIRECTOR. GONG MYEONGS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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