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동시대성 : 공명하는 감각과 사유
Keyword : 동시대성, 기획자, 예술, 사회, 공명
Writer: 최주현
Main text:
예술은 문제를 해결하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문제를 감각하게 만들 수 있다. 기획자는 바로 그 지점을 고민하는 사람이다. 단순히 전시나 공연을 조직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의 공기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고, 그것을 예술의 언어로 번역해 사람들에게 전하는 역할을 한다.
‘동시대성’이라는 말은 자주 쓰이지만, 막상 그 의미를 짚어보면 간단하지 않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기의 감정, 정치, 기술, 사회적 긴장 같은 것들이 모두 동시대성을 구성한다. 기획자는 이러한 요소들을 민감하게 감지하고, 지금 어떤 이야기가 사회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최근 예술계에서는 이주, 젠더, 퀴어, 디아스포라 등 다층적인 정체성의 교차지점이나, AI와 인간 창작의 경계, 기술이 감각과 경험을 어떻게 변형시키는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2024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명확히 드러났다. 베니스 비엔날레의 주제인 ‘Foreigners Everywhere’는 "모든 낯선 이들을 위하여"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이민자, 원주민, 퀴어, 디아스포라 등 제도 밖에 있던 예술가들의 작업이 중심에 놓였다.
이미지 출처 - 2024 베니스 비엔날레 공식 홈페이지
2024 베니스 비엔날레는 Nucleo Contemporaneo(현대의 핵)와 Nucleo Storico(역사의 핵) 두 섹션으로 나뉘어 현대적이고 역사적인 측면을 동시에 다룬다. Nucleo Contemporaneo는 퀴어 예술가, 원주민 예술가, 아웃사이더 아티스트 등의 작품을 다루며, Nucleo Storico는 20세기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등의 작품을 소개한다. 특히 원주민 예술가들의 상징적인 작품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전시의 핵심 주제는 "낯설고 외국인인 존재"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예술가들이 탐구한 사회적, 정치적 주제들이 반영된다. 특히, 불복종 아카이브(Disobedience Archive) 프로젝트는 1975년부터 2023년까지의 예술 활동과 행동주의를 다루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Nucleo Storico 섹션에서는 남반구의 모더니즘과 이탈리아 디아스포라 예술을 다루며, 20세기 예술의 경계를 탐구한다. 또한, 이탈리아에서 해외로 이주한 예술가들의 작품도 포함되어 있으며, 이번 전시를 통해 ‘누구를 중심에 두고 예술을 구성해왔는지’에 대한 질문이 던져진다. 이처럼 전시는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배경을 가진 예술가들의 작업을 통해, 현대 미술의 핵심을 탐구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와 같은 사례는 ‘동시대성’은 단순히 물리적인 ‘현재’만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감각과 사유의 복합적인 교차를 담고 있다고 말해준다. 기획자는 이 복잡한 맥락 속에서 예술이 제기할 수 있는 질문을 설계하는 사람이다. 단지 하나의 이슈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슈를 둘러싼 구조와 감정, 맥락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또한, 기획자는 작가의 언어를 대중의 언어로 번역하는 역할도 한다. 동시대 이슈를 다룬다고 해서 그것이 저절로 사람들의 감각에 닿는 것은 아니다. 메시지를 어떻게 구성하고, 사람들이 그것을 마주할 자리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기획자의 몫이다.
결국, 동시대성을 전하는 기획은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보다 ‘무엇을 함께 사유할 것인가’를 묻는 일이다. 지금의 현실을 단순히 비추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우리가 어떤 존재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되묻는 것이다. 기획자는 그렇게, 현시점의 이슈와 예술을 잇는 질문의 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 기획을 통해 우리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품고 있는 문제를 되짚고, 그것을 어떻게 다룰 수 있을지에 대한 사유의 장을 열 수 있다.
동시대 미술을 통해 ‘현재’를 넘어서, 그 속에서 인간과 사회의 본질적인 질문들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는 것이 예술 기획자의 역할이자, 예술 그 자체가 지닌 중요한 힘이다.
참조 및 출처 표기(References and Sources):
2024 베니스 비엔날레 공식 홈페이지 (https://www.labiennale.org/en)
AITHER
아이테르 / 갤러리 / 문화예술콘텐츠기획
DIRECTOR. GONG MYEONGSEONG.
ADDRESS. (48737) 21, BEONIL-RO 65BEON-GIL, DONG-GU, BUSAN, REPUBLIC OF KOREA.
PARKING : Jin Market public parking lot
4F EXHIBITION.
5F LOUNGE.
6F WAREHOUSE.
ONLINE CS. MON TO SAT 10:00-18:00.
CONTACT. 051-977-5272 | SCK02145@NAVER.COM | https://aither.kr/
INSTA. @aither.kr | YOUTUBE. www.youtube.com/@AITHERART
FAX. 0504-322-2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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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uration Trend ]
We look into domestic and international art exhibition trends and share insights gained.
국내 및 해외학술지, 공공데이터 포털DB를 바탕으로 국내/외 미술전시 경향을 살펴보고 얻는 인사이트를 공유합니다.
Title : 동시대성 : 공명하는 감각과 사유
Keyword : 동시대성, 기획자, 예술, 사회, 공명
Writer: 최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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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문제를 해결하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문제를 감각하게 만들 수 있다. 기획자는 바로 그 지점을 고민하는 사람이다. 단순히 전시나 공연을 조직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의 공기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고, 그것을 예술의 언어로 번역해 사람들에게 전하는 역할을 한다.
‘동시대성’이라는 말은 자주 쓰이지만, 막상 그 의미를 짚어보면 간단하지 않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기의 감정, 정치, 기술, 사회적 긴장 같은 것들이 모두 동시대성을 구성한다. 기획자는 이러한 요소들을 민감하게 감지하고, 지금 어떤 이야기가 사회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최근 예술계에서는 이주, 젠더, 퀴어, 디아스포라 등 다층적인 정체성의 교차지점이나, AI와 인간 창작의 경계, 기술이 감각과 경험을 어떻게 변형시키는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2024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명확히 드러났다. 베니스 비엔날레의 주제인 ‘Foreigners Everywhere’는 "모든 낯선 이들을 위하여"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이민자, 원주민, 퀴어, 디아스포라 등 제도 밖에 있던 예술가들의 작업이 중심에 놓였다.
이미지 출처 - 2024 베니스 비엔날레 공식 홈페이지
2024 베니스 비엔날레는 Nucleo Contemporaneo(현대의 핵)와 Nucleo Storico(역사의 핵) 두 섹션으로 나뉘어 현대적이고 역사적인 측면을 동시에 다룬다. Nucleo Contemporaneo는 퀴어 예술가, 원주민 예술가, 아웃사이더 아티스트 등의 작품을 다루며, Nucleo Storico는 20세기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등의 작품을 소개한다. 특히 원주민 예술가들의 상징적인 작품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전시의 핵심 주제는 "낯설고 외국인인 존재"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예술가들이 탐구한 사회적, 정치적 주제들이 반영된다. 특히, 불복종 아카이브(Disobedience Archive) 프로젝트는 1975년부터 2023년까지의 예술 활동과 행동주의를 다루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Nucleo Storico 섹션에서는 남반구의 모더니즘과 이탈리아 디아스포라 예술을 다루며, 20세기 예술의 경계를 탐구한다. 또한, 이탈리아에서 해외로 이주한 예술가들의 작품도 포함되어 있으며, 이번 전시를 통해 ‘누구를 중심에 두고 예술을 구성해왔는지’에 대한 질문이 던져진다. 이처럼 전시는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배경을 가진 예술가들의 작업을 통해, 현대 미술의 핵심을 탐구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와 같은 사례는 ‘동시대성’은 단순히 물리적인 ‘현재’만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감각과 사유의 복합적인 교차를 담고 있다고 말해준다. 기획자는 이 복잡한 맥락 속에서 예술이 제기할 수 있는 질문을 설계하는 사람이다. 단지 하나의 이슈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슈를 둘러싼 구조와 감정, 맥락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또한, 기획자는 작가의 언어를 대중의 언어로 번역하는 역할도 한다. 동시대 이슈를 다룬다고 해서 그것이 저절로 사람들의 감각에 닿는 것은 아니다. 메시지를 어떻게 구성하고, 사람들이 그것을 마주할 자리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기획자의 몫이다.
결국, 동시대성을 전하는 기획은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보다 ‘무엇을 함께 사유할 것인가’를 묻는 일이다. 지금의 현실을 단순히 비추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우리가 어떤 존재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되묻는 것이다. 기획자는 그렇게, 현시점의 이슈와 예술을 잇는 질문의 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 기획을 통해 우리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품고 있는 문제를 되짚고, 그것을 어떻게 다룰 수 있을지에 대한 사유의 장을 열 수 있다.
동시대 미술을 통해 ‘현재’를 넘어서, 그 속에서 인간과 사회의 본질적인 질문들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는 것이 예술 기획자의 역할이자, 예술 그 자체가 지닌 중요한 힘이다.
참조 및 출처 표기(References and Sour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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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ACT. 051-977-5272 | SCK02145@NAVER.COM | https://aith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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