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글로벌 사우스의 최전선은 한국이다.
Keyword : 글로벌 사우스, 권현익, 신냉전, 죽음정치
Writer: 곽찬
Main
1955년 12월 미국의 여론조사회사 갤럽은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냉전’의 의미를 물었다. 조사원들이 ‘정답’으로 분류한 대답은 “열전이 아닌 것, 무기 없는 교묘한 전쟁, 강대국들간의 말싸움” 등이었다. 다음은 ‘오답’으로 분류됐다. “한국에서처럼 많은 청년들이 죽어가고 있는 뜨거운 전쟁, 군복무중인 내 형제들의 목숨을 뜻함, 모두가 전쟁중인 곳….”
권헌익(51) 영국 케임브리지대 사회인류학과 교수는 “후자의 대답도 실은 전혀 ‘오답’이 아니다”며 “유럽 및 북미의 서구 국가들한테 냉전은 이전 시기와는 구분되는 ‘오랜 평화’를 의미했지만, 비서구지역의 많은 탈식민 신생독립국가들한테 냉전은 잔인한 내전과 정치폭력을 특징으로 하는 시대였다”고 말했다.
우리는 글로벌 사우스에 대해 안다고 생각한다. 한편, 우리는 글로벌 사우스와 다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마냥 그렇다고 보기 어렵다. 앞서 나온 권현익 교수의 말처럼, 우리는 우리 생각보다 글로벌 사우스와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다. 권현우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쉴 음벰베는 자신의 책, "죽음정치"에서 식민정치가 남기고 간 것들에 대해 탐구한다. 특히 그는 '식민 자아'라는 개념을 주장한다. 다양한 식민 사회와 식민 정치를 겪으며, 토착민들이 식민 사회를 내면화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대한민국 사회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여전히 우리는 일본으로부터의 식민 통치를 식민 시대라고 칭하지 않는다. "일제강점기"라고 칭한다. 이것은 식민시대라기보다는 일본의 불법 점거를 중심에 둔 서술이다. 중국은 조금 다른 맥락에서 해당 시기를 백년국치라고 칭한다. 하지만 대만의 경우 일제통치시기, 베트남의 경우 프랑스 속령기라고 칭한다.
그만큼 강렬하게 남은 일제강점기의 기억과 그에 대한 부정은 대한민국의 의식 핵심에 자리한다. 이 부정 자체가 하나의 독립 운동이었고 그 정신에 대해 비판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놓친 것들을 되돌아보자는 것이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이어진 투쟁의 주요 아젠다는 '주권'이었다.일본과의 주권 투쟁, 독재정권과의 주권 투쟁, 가난으로부터의 주권 투쟁, 기득권으로부터의 주권 투쟁, 특정 성별집단으로부터의 주권 투쟁으로 이어진다. 미국, 북한과의 주권 투쟁도 존재한다. 자연히 그 과정에서 나를 억압하는 존재를 그룹화하여 바라본다. 이것은 일종의 독립자아다. 사회 내부에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 독립하려고 든다. 이 관점은 민주화 시기까지는 너무도 합당했지만, 그 이후 서서히 힘을 잃었다. 독립해야 할 상대가 내 부모거나 내 자식이 된 상황에서, 국가는 자연히 분열되고 법리적 다툼은 극에 달한다. 그러나 이것은 사회적 문제다.
미술의 문제는 우리의 분열, 고통에서 보편성을 찾지 못하고, 오히려 보편성을 거세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일본으로부터 독립했다고 한들, 우리는 긴 냉전 시기를 겪었고 또 겪고 있다. 우리는 시기를 넘기면서 이것이 준 상처들에 대해 자세히 바라보지 않으려 든다. 과거 있었던 문제들로부터 '독립'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4.3. 사건은 일본과 무관한가? 그렇지 않다. 촛불 집회는 미국과 무관한가? 그렇지 않다. 반대로 냉전에는 일본 제국주의의 책임이 없나? 그렇지 않다. 기성 질서로부터 독립하고 새 질서를 확립하는 것 이전에, 막연히 아와 비아로 나누어 비아 전체에 대해 독입하려고 들다보면 자연히 파산하게 된다. 독재 질서로부터 독립하는 것과 박정희 정권의 모든 것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은 아예 다른 문제다. 그러나 그 질서를 세우고 고과를 묻고 따지는 것이 미술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성장했다는 이유로 여전히 남아있는 냉전과 제국주의, 근대 정신의 출혈을 무시한다면 문제다. 지금은 새로운 시대가 아니다. 과거와 다름없는 한 시대일 뿐이다.
우리 경험을 비정상적인 것, 특수한 것이 아니라 보편의 일부로 봐야 한다고 권 교수는 강조했다. “우리가 겪은 비극은 동남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 다른 3세계 국가들이 겪은 경험과 흡사한 부분이 많습니다. 이런 타자의 경험들을 이해할 때 우리의 경험을 좀더 글로벌한 역사적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대량 학살을 겪은 사회에서는 죽은 자에 대한 예우, 죽은 자를 기릴 권리라는 공동체의 근간이 되는 도덕 문제를 먼저 풀어야 합니다. 이 과정을 넘겨야 어떤 사회, 어떤 미래를 만들 것인가를 제대로 꿈꿀 수 있게 된다고 봅니다.”
세계사에서 완전한 독립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최근 있었던 마다가스카르의 혁명과 한국의 시위들을 겹쳐 볼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경제력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사우스에서 출발한 국가가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다. 반대로, 뒤를 돌아볼 때 우리는 우리가 놓친 것들을 다시 찾아내야 한다. 그들의 독립운동과 우리의 운동이 어떻게 다른지 바라봐야 한다.
참조 및 출처 표기(References and Sources):
안선희. "'비서구에 냉전은 내전과 정치폭력의 시대'." 한겨레, 2013년 6월 13일 등록, 2019년 1월 19일 수정.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592327.html
아쉴 음벰베. "죽음정치." 동녘, 2025년.
이미지 출처 : 연합뉴스
AITHER
아이테르 / 갤러리 / 문화예술콘텐츠기획
DIRECTOR. GONG MYEONGSEONG.
ADDRESS. (48737) 21, BEONIL-RO 65BEON-GIL, DONG-GU, BUSAN, REPUBLIC OF KOREA.
PARKING : Jin Market public parking 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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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uration Trend ]
We look into domestic and international art exhibition trends and share insights gained.
국내 및 해외학술지, 공공데이터 포털DB를 바탕으로 국내/외 미술전시 경향을 살펴보고 얻는 인사이트를 공유합니다.
Title : 글로벌 사우스의 최전선은 한국이다.
Keyword : 글로벌 사우스, 권현익, 신냉전, 죽음정치
Writer: 곽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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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글로벌 사우스에 대해 안다고 생각한다. 한편, 우리는 글로벌 사우스와 다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마냥 그렇다고 보기 어렵다. 앞서 나온 권현익 교수의 말처럼, 우리는 우리 생각보다 글로벌 사우스와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다. 권현우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쉴 음벰베는 자신의 책, "죽음정치"에서 식민정치가 남기고 간 것들에 대해 탐구한다. 특히 그는 '식민 자아'라는 개념을 주장한다. 다양한 식민 사회와 식민 정치를 겪으며, 토착민들이 식민 사회를 내면화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대한민국 사회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여전히 우리는 일본으로부터의 식민 통치를 식민 시대라고 칭하지 않는다. "일제강점기"라고 칭한다. 이것은 식민시대라기보다는 일본의 불법 점거를 중심에 둔 서술이다. 중국은 조금 다른 맥락에서 해당 시기를 백년국치라고 칭한다. 하지만 대만의 경우 일제통치시기, 베트남의 경우 프랑스 속령기라고 칭한다.
그만큼 강렬하게 남은 일제강점기의 기억과 그에 대한 부정은 대한민국의 의식 핵심에 자리한다. 이 부정 자체가 하나의 독립 운동이었고 그 정신에 대해 비판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놓친 것들을 되돌아보자는 것이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이어진 투쟁의 주요 아젠다는 '주권'이었다.일본과의 주권 투쟁, 독재정권과의 주권 투쟁, 가난으로부터의 주권 투쟁, 기득권으로부터의 주권 투쟁, 특정 성별집단으로부터의 주권 투쟁으로 이어진다. 미국, 북한과의 주권 투쟁도 존재한다. 자연히 그 과정에서 나를 억압하는 존재를 그룹화하여 바라본다. 이것은 일종의 독립자아다. 사회 내부에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 독립하려고 든다. 이 관점은 민주화 시기까지는 너무도 합당했지만, 그 이후 서서히 힘을 잃었다. 독립해야 할 상대가 내 부모거나 내 자식이 된 상황에서, 국가는 자연히 분열되고 법리적 다툼은 극에 달한다. 그러나 이것은 사회적 문제다.
미술의 문제는 우리의 분열, 고통에서 보편성을 찾지 못하고, 오히려 보편성을 거세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일본으로부터 독립했다고 한들, 우리는 긴 냉전 시기를 겪었고 또 겪고 있다. 우리는 시기를 넘기면서 이것이 준 상처들에 대해 자세히 바라보지 않으려 든다. 과거 있었던 문제들로부터 '독립'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4.3. 사건은 일본과 무관한가? 그렇지 않다. 촛불 집회는 미국과 무관한가? 그렇지 않다. 반대로 냉전에는 일본 제국주의의 책임이 없나? 그렇지 않다. 기성 질서로부터 독립하고 새 질서를 확립하는 것 이전에, 막연히 아와 비아로 나누어 비아 전체에 대해 독입하려고 들다보면 자연히 파산하게 된다. 독재 질서로부터 독립하는 것과 박정희 정권의 모든 것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은 아예 다른 문제다. 그러나 그 질서를 세우고 고과를 묻고 따지는 것이 미술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성장했다는 이유로 여전히 남아있는 냉전과 제국주의, 근대 정신의 출혈을 무시한다면 문제다. 지금은 새로운 시대가 아니다. 과거와 다름없는 한 시대일 뿐이다.
세계사에서 완전한 독립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최근 있었던 마다가스카르의 혁명과 한국의 시위들을 겹쳐 볼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경제력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사우스에서 출발한 국가가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다. 반대로, 뒤를 돌아볼 때 우리는 우리가 놓친 것들을 다시 찾아내야 한다. 그들의 독립운동과 우리의 운동이 어떻게 다른지 바라봐야 한다.
참조 및 출처 표기(References and Sources):
안선희. "'비서구에 냉전은 내전과 정치폭력의 시대'." 한겨레, 2013년 6월 13일 등록, 2019년 1월 19일 수정.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592327.html
아쉴 음벰베. "죽음정치." 동녘, 2025년.
이미지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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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테르 / 갤러리 / 문화예술콘텐츠기획
DIRECTOR. GONG MYEONGS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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