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단오풍정 ≫
고동희 기획전
10:00 ~ 18:00 (KST)
아이테르 범일가옥
26.05.10. - 26.05.17.
Atmosphere of Dano : AITHER beomil house / Goh Dong Hee solo exhibition
[최근 연구 경향으로 본 고동희 작가의 색채와 도상]
1. 숨결이 처음 이름을 얻는 자리: ‘결’을 붙드는 화가
고동희 작가의 회화는 한국 전통문양, 오방색, 식물적 선, 길상 도상, 중첩된 색면이 한 화면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작업이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 중심에 ‘결’이라는 단어를 둔다. 작가 노트에서 ‘결’은 나무결, 바람결, 숨결, 마음결처럼 사물과 생명 안쪽에 흐르는 방향과 힘, 존재를 지탱하는 고유한 리듬으로 설명된다. 이 단어는 물질의 표면을 가리키면서도 마음의 흐름, 기억의 방향, 시간의 층위를 함께 품는다. 고동희에게 결은 회화의 주제이자 방법이며, 색과 문양을 다시 배열하는 사유의 축이다.
작가는 전통문양을 시간의 결, 기억의 결, 삶의 결을 드러내는 매개로 삼는다. 문양은 오래된 장식의 흔적이면서, 동시에 인간이 삶 속에서 품어 온 기원과 바람의 형상이다. 고동희의 화면에서 모란, 연꽃, 봉황, 학, 기린, 단청, 색동, 태극, 오방색은 각각의 상징을 지니면서도 서로의 색과 선 안으로 스며든다. 이때 문양은 하나의 의미로 고정되지 않는다. 그것은 색의 층에 들어가고, 선의 흐름에 기대며, 화면 전체의 생명감을 구성한다.
고동희 작가의 2025년 작품 목록에는 「결-노래하다」, 「결-월하밀회」, 「결-무동」, 「결-청금상련」, 「결-춘색만원」 등이 기록되어 있다. 모두 수채지 위 아크릴로 제작되었고, 72.7×60.6cm, 65.1×53.0cm, 53.0×45.5cm 등 중형 평면 회화의 크기를 갖는다. 이 작품명들은 ‘결’이 일회적 주제가 아니라 연작 전체를 관통하는 감각적 질서임을 보여준다. 노래, 달빛, 춤, 연꽃, 봄빛이라는 제목의 정서는 색채와 도상이 회화 안에서 감정의 장면으로 피어나는 방식을 암시한다.
작가의 이력은 이러한 화면을 뒷받침한다. 고동희는 동의대학교 대학원 예술학 석사 출신이며, 한국현대창작예술협회 회장, 한국秀미술대전 운영위원장, 한국현대미술협회 초대이사, 한국국제그랑드페스티벌 운영위원 등으로 활동해 왔다. 2021년 「정·중·동 문양에 흐르는 선」, 2022년 「식물에 투영된 전통 美」와 같은 전시 제목은 그가 오랜 기간 전통문양, 식물성, 선, 한국적 미감에 관심을 두어 왔음을 보여준다.
- 오래된 색이 오늘의 눈을 부르는 순간
최근 연구 경향을 보면 한국 전통 색채와 문양은 회화, 복식, 디자인, 영상문화, 건축, 문화상품 영역으로 넓게 확장되고 있다. 2020년 「현대 한국화에 나타난 오방색의 표현 연구」는 음양오행의 표상을 통해 현대 한국화에서 오방색이 갖는 의미와 표현 양상을 고찰한다. 이 연구는 한국 현대화를 규정하는 데 한국 고유의 정신성과 색 체계가 중요하다고 본다.
2024년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봉황문 인문보의 문양 분석과 색채 및 표현 기법 연구」는 봉황문에 담긴 문양의 의미, 오방색과 음양오행 원리에 따른 색채 상징성, 조선시대 전통 채색 기법을 함께 분석한다. 이 연구는 전통 문양과 색채가 현대 회화, 공예, 디자인, 건축 분야에서 재해석될 수 있음을 제시한다. 2025년 「K-pop 데몬헌터스 의상디자인에 나타난 韓國 傳統 色彩와 文樣의 象徵性」은 대중 영상문화 속 의상디자인에 나타난 한국 전통 색채와 문양의 상징성을 다룬다. 이는 전통문양 연구가 박물관 유물 연구에서 대중문화 이미지 분석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흐름 안에서 고동희 작가의 작업은 매우 선명한 위치를 갖는다. 그는 전통문양과 오방색을 회화 화면 안으로 불러오지만, 도상 설명을 위한 삽화처럼 사용하지 않는다. 작가는 문양의 구조를 해체하고, 고유한 결을 추출한 뒤, 색의 겹침과 스밈, 번짐으로 다시 짠다. 그의 색채는 전통을 표시하는 표지에 머물지 않고 화면의 밀도와 호흡을 만든다. 그의 도상은 문화적 상징을 담으면서도 화면 안에서 조형적 세포처럼 움직인다.
고동희 작가의 작품 설명 자료는 이 점을 분명히 한다. 작품에는 모란·연꽃, 봉황·학·기린, 단청·기하문·연속문·색동 배열, 태극과 오방색 계열의 균형적 배치가 등장한다. 모란과 연꽃은 부귀, 평안, 생명의 순환을 떠올리게 하고, 봉황·학·기린은 길상과 초월의 감각을 불러낸다. 단청과 색동은 한국적 색채의 축제성을 만들고, 태극과 오방색은 우주적 질서와 균형의 감각을 제공한다.
지금 고동희 작가를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최근 연구가 전통 색채와 문양을 현대 시각문화 속에서 새롭게 분석하고 있다면, 고동희의 회화는 그 흐름을 회화적 몸짓으로 실천한다. 그의 작업은 한국 전통문양의 현대적 활용 사례이면서, 색채와 도상이 생명적 리듬으로 재조직되는 장면이다. 하몬 서클의 두 번째 단계인 ‘필요’는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작가에게 필요한 것은 전통을 다시 그리는 행위가 아니라, 전통 안쪽에 흐르는 감각을 현재의 화면으로 깨우는 일이다.
- 문양의 숲으로 들어가는 발걸음: 오방색과 상징의 문을 열다
고동희 작가에게 이 진입은 전통문양과 오방색의 세계 속으로 깊이 들어가는 일이다. 그는 전통을 외부에서 관찰하지 않는다. 문양의 선 안으로 들어가고, 색의 기원 안으로 들어가며, 오래된 상징이 오늘의 감각과 만나는 지점을 찾는다.
오방색 연구는 고동희 작가의 색채를 이해하는 핵심 배경이다. 「한국 전통 색채의 표준화를 위한 색상제안」은 조선 사회의 생활문화 속에서 오방색과 오간색의 실제 사용 양상을 분석하고, 문헌과 유물 측색을 통해 전통색 연구의 기준을 마련하고자 했다. 이 연구는 오방색에서 파생된 중간색의 존재와 현대적 적용 가능성을 함께 제시한다.
이 관점은 고동희의 회화를 읽을 때 중요하다. 그의 화면에서 오방색은 청·적·황·백·흑의 교과서적 배열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색은 강렬한 색면, 모자이크처럼 분절된 색동 구조, 금색과 흑백의 대비, 겹침과 스밈의 층으로 변형된다. 전통색은 화면 위에서 다시 숨을 쉬며, 기호에서 감각으로, 상징에서 리듬으로 이동한다.
작가가 전통문양의 세계로 들어가는 방식은 도상에서도 확인된다. 그는 봉황, 용, 연꽃, 일월오봉도, 어해도 등 여러 상징을 조화로운 삶을 바라는 인간의 마음결로 이해한다. 여기서 문양은 옛 그림의 소재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불안과 바람, 생명과 회복, 풍요와 평안을 다루기 위해 만들어 낸 시각적 언어다.
고동희 작가가 이 세계로 들어가는 순간, 전통문양은 과거의 이미지로 멈춰 있지 않다. 선은 다시 흐르고, 색은 다시 번지고, 도상은 다시 관계를 맺는다. 그는 문양을 고스란히 옮기지 않는다. 문양의 내부에서 흐르는 방향을 읽는다. 그 방향이 바로 결이다. 이 단계에서 고동희의 작업은 전통의 문턱을 지나 회화적 탐색의 숲으로 들어간다.
- 선의 떨림 속에서 마음의 길을 찾다
작가 노트에 따르면 작업의 시작은 문양의 본질적 선을 읽는 일이다. 선의 방향, 굵기, 끊김, 흐름은 모두 결을 드러내는 정보다. 작가는 문양의 구조를 해체하고, 고유한 결을 추출하고, 색의 겹침·스밈·번짐으로 다시 짠다.
이 과정에서 해체는 파괴가 아니라 청취에 가깝다. 작가는 문양을 부수기 위해 해체하지 않는다. 오래된 상징 안에 숨어 있는 리듬을 듣기 위해 문양의 결을 풀어낸다. 선이 어디서 시작되고 어디로 흐르는지, 어느 지점에서 끊기고 다시 이어지는지, 어떤 색과 만나 새로운 밀도를 만드는지 살핀다. 그래서 그의 회화에서 선은 윤곽선의 기능에 갇히지 않는다. 선은 마음이 지나간 길이며, 시간의 주름이며, 생명의 이동 경로다.
최근 문양 연구도 이 방향과 호응한다. 봉황문 인문보 연구는 봉황문에 담긴 발생 배경, 각 문양의 의미, 오방색과 음양오행 원리에 따른 색채 상징성, 조선시대 전통 채색 기법을 함께 다룬다. 이 연구는 전통 도상을 문양, 색채, 기법이 결합된 복합 체계로 읽어야 함을 보여준다. 고동희 작가의 화면 역시 도상과 색채, 기법이 서로 분리되지 않는다. 문양은 색 안에 들어가고, 색은 선의 리듬을 만들며, 선은 다시 도상의 기억을 화면 전체에 퍼뜨린다.
작가의 탐색은 전통문양의 현대적 재배치로 이어진다. 작가는 고대의 상징이 오늘의 감각과 만날 때 어떤 새로운 결을 만들 수 있는지 질문한다. 이 질문은 고동희 회화의 미학적 핵심이다. 전통문양은 익숙한 도상으로 출발하지만, 화면 안에서는 색과 리듬의 결에 따라 새 서사를 얻는다.
이 단계에서 고동희의 회화는 조용하지만 집요하다. 그는 전통의 큰 이름을 앞세우기보다 선의 작은 떨림, 색의 미세한 층, 문양의 보이지 않는 호흡을 붙든다. 화면은 한 번의 제스처로 완성되지 않는다. 여러 차례의 중첩과 투명한 색층이 쌓이며 결이 깊어진다. 작가가 말하듯 결은 쌓여야 한다. 그 축적의 시간 속에서 회화는 점차 숨을 얻는다.
- 색이 서로를 부르고 문양이 살아나는 장면: 발견된 결의 미학
전통문양의 힘이 개별 도상에만 있지 않고, 도상들이 서로 관계를 맺는 방식에 있다는 점이다. 작품 설명 자료는 이를 ‘관계의 풍경’으로 설명한다. 하나의 결이 다른 결을 부르고, 서로 이어지며 관계의 풍경을 만든다.
이 발견은 색채에서도 나타난다. 고동희 작가의 색은 전통 오방색을 바탕으로 삼지만, 현대 색면 회화의 감각으로 확장된다. 오방색은 강렬한 색면 회화적 블록, 모자이크처럼 분절된 색동 구조, 금색과 흑백의 대비로 변형된다. 이 배열은 전통색의 영적 상징과 현대 추상미술의 색 사유를 함께 불러낸다.
이때 색은 화면을 꾸미는 요소가 아니다. 색은 화면의 숨결을 만든다. 청색은 깊이와 생명의 방향을 열고, 적색은 에너지와 열기를 밀어 올리며, 황색은 중심성과 대지의 감각을 제공한다. 백색은 숨 쉴 공간을 만들고, 흑색은 화면을 붙드는 깊이를 만든다. 금색은 상서로움과 장엄함을 더한다. 색들은 각자의 상징을 지닌 채 서로 겹치고 스며들며 하나의 결을 만든다.
도상에서도 같은 발견이 일어난다. 작품 설명 자료는 전통문양이 그 자체의 상징에만 머물지 않고 결을 이루는 하나의 세포가 된다고 설명한다. 세포는 생명체의 기본 단위다. 각각은 작지만, 서로 연결될 때 조직이 되고 몸이 된다. 고동희의 화면에서 모란, 연꽃, 봉황, 학, 기린, 단청, 색동, 태극은 각각의 상징을 지니면서도 화면 전체의 생명체를 구성한다.
고동희가 발견한 ‘결’은 결국 색채의 결, 문양의 결, 삶의 결, 기억의 결, 생명의 결을 함께 포괄한다. 작가는 전통의 결을 현재의 감각으로 재구성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화면 속 문양들은 멈춘 형태가 아니라 움직이는 생명체처럼 보인다. 서로 얽히고, 흐르고, 밀고, 당기며 새 질서를 만든다.
- 손끝에 남은 빛을 품고 돌아오다: 한국적 현대성의 회화적 자원
전통문양과 오방색의 세계에서 품고 나오는 것은 한국적 현대성의 회화적 자원이다. 그는 전통을 학술적 표본으로 가져오지 않는다. 색과 선, 문양과 기억, 생명과 기원을 한 화면 안에서 다시 움직이게 하는 힘으로 가져온다.
첫째, 그는 오방색을 현재적 색면으로 변환한다. 오방색은 음양오행과 연결된 전통 색채 체계이며, 방향과 질서, 보호와 생명, 균형의 상징을 품는다. 최근 연구에서도 오방색은 현대 한국화, 전통 문양 분석, 대중문화 의상디자인의 핵심 색채 체계로 반복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고동희는 이 색 체계를 화면 안에서 분절하고 겹치며 색면의 흐름으로 만든다.
둘째, 그는 도상을 기원의 언어로 가져온다. 모란과 연꽃은 풍요와 생명의 순환을, 봉황·학·기린은 길상과 상승의 감각을, 단청과 색동은 한국적 축제성과 질서를 불러온다. 고동희는 이 도상들을 화면 안에서 서로 맞물리게 하며, 삶의 회복과 평안, 기억과 생명의 이미지로 다시 작동시킨다.
셋째, 그는 겹침을 방법론으로 삼는다. 작가 노트에서 그는 여러 번의 중첩과 투명한 색층을 올리는 과정에서 화면의 결이 깊어진다고 말한다. 결은 한 번에 완성되지 않고, 쉬고 다시 일어서는 호흡 속에서 만들어진다. 이 말은 그의 회화가 빠른 이미지 소비의 리듬과 다른 시간을 지닌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의 색은 즉각적인 시각 효과를 향하지 않고, 반복과 축적 속에서 밀도를 얻는다.
넷째, 그는 지역 기반 회화의 공공성을 품는다. 고동희는 울산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울산문화예술회관, 울산과학관, 울주문화예술회관 등 지역 전시 공간에서 꾸준히 전시했다. 2025년에는 KBS 울산 시사투데이에서 울산지역미술과 창작 저변 확대 방안에 관해 인터뷰한 이력도 있다. 그의 작업은 전통문양과 색채를 통해 일반 관람자에게 접근 가능한 시각 언어를 제공하면서, 현대 회화의 해석적 깊이도 확보한다.
이 단계에서 고동희의 회화는 한국적 현대성이라는 문제와 만난다. 한국적 현대성은 과거 양식의 복원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래된 감각을 현재의 언어로 다시 호흡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고동희의 ‘결’은 바로 그 과정의 이름이다.
- 달빛, 춤, 봄빛이 화면으로 돌아오는 밤: ‘결’ 연작의 작품별 해석
하몬 서클의 일곱 번째 단계는 귀환이다. 고동희 작가는 전통문양과 오방색의 세계에서 얻은 결을 회화 화면으로 가져온다. 이 귀환은 2025년 ‘결’ 연작에서 구체화된다.
「결-노래하다」는 결을 음악적 리듬으로 확장하는 작품으로 읽을 수 있다. 제목의 ‘노래하다’는 선과 색, 문양이 화면 안에서 울림을 만든다는 점을 암시한다. 작가가 말한 선의 방향, 굵기, 끊김, 흐름은 악보의 박자처럼 작동한다. 색의 반복은 후렴처럼 돌아오고, 문양의 파편은 음표처럼 흩어진다. 수채지 위 아크릴이라는 재료는 종이의 흡수성과 아크릴의 선명한 발색을 결합해 부드러운 바탕과 강한 색채 리듬을 함께 만든다.
「결-월하밀회」는 달빛과 은밀한 만남의 정서를 품는다. 월하는 부드러운 빛, 야간의 정조, 숨은 감정을 불러온다. 밀회는 공개된 상징보다 사적인 마음의 흐름을 암시한다. 이 작품에서 색채는 강한 축제성만으로 읽히지 않고, 빛과 어둠, 은은한 대비, 감춰진 선의 결을 통해 마음결의 회화로 다가온다. 작가가 결을 보이지 않는 방향과 힘으로 설명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내면의 은밀한 파동을 담은 화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무동」은 움직임과 신명을 전면화한다. 무동은 전통 연희, 춤, 몸의 리듬을 떠올리게 한다. 작품 설명 자료에서 선·면·문양은 서로를 관통하며 인연과 생의 흐름을 암시한다고 되어 있다. 이 작품에서 문양은 춤추는 몸처럼 작동한다. 선은 동선이 되고, 색면은 장단이 되며, 도상은 움직임의 잔상으로 남는다. 전통 도상은 화면 안에서 신명과 리듬의 구조로 되살아난다.
「결-청금상련」은 색채와 도상의 결합이 가장 선명한 제목이다. 청색과 금색, 연꽃의 상징이 함께 읽힌다. 연꽃은 작가 노트에서 순정의 상징으로 언급되며, 작품 설명 자료에서도 모란·연꽃은 부귀·평안·생명의 순환과 연결된다. 청색은 생명과 깊이, 금색은 장엄함과 길상성, 연꽃은 정화와 순환의 감각을 만든다. 이 작품에서 도상은 색 안에 들어가고, 색은 도상의 의미를 확장한다.
「결-춘색만원」은 봄빛과 충만함의 회화다. 제목은 생명력, 회복, 풍요, 만복의 이미지를 불러낸다. 작품 설명 자료는 고동희의 화면을 여러 문양·색·결이 공존하며 삶, 시간, 기억, 운이 엮인 정원처럼 보인다고 설명한다. 「결-춘색만원」은 이 ‘만복의 정원’ 이미지와 가장 가까운 작품으로 읽힌다. 봄의 색은 화면 전체를 자라나는 생명체처럼 만들고, 전통문양은 그 생명체 안에서 복과 기원의 세포로 움직인다.
이 작품들은 모두 전통으로부터 돌아온 회화다. 그러나 돌아온 전통은 과거의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색은 현재의 감각으로 밝아지고, 문양은 조각나며, 도상은 관계의 구조 속에서 다시 살아난다. 고동희 작가의 화면은 전통이 현재의 회화 속에서 숨을 쉬는 장소다.
- 다시 피어나는 문양의 정원
고동희 작가의 변화는 전통문양의 활용에서 ‘결의 미학’으로 응축되는 과정에서 드러난다. 작가는 오랜 기간 한국의 멋, 전통미, 식물의 선, 문양, 정중동을 다루어 왔다. 2025년 ‘결’ 연작은 이 흐름을 한층 선명한 개념으로 모은다. 작가 노트는 한국적인 색의 결, 전통문양의 상징적 결, 화면 안에서 새롭게 생성되는 추상적 결이 교차하며 작품이 완성된다고 밝힌다.
관람자의 변화도 중요하다. 고동희의 작품 앞에서 관람자는 모란, 연꽃, 봉황, 단청, 색동, 오방색을 익숙한 전통 이미지로만 바라보기 어렵다. 이 요소들은 색면과 선의 흐름 속에서 새롭게 움직인다. 문양은 기호이며, 기억이며, 세포이며, 관계다. 색은 상징이며, 시간이며, 호흡이다. 고동희의 회화는 관람자가 전통을 살아 있는 감각 구조로 경험하게 만든다.
최근 연구 경향 속에서 고동희 작가의 위치는 선명하다. 2020년대 연구들은 오방색과 전통문양을 현대 한국화, 궁중문양, 대중문화 의상, 전통색 표준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분석하고 있다. 고동희 작가는 이 흐름과 회화적으로 만난다. 그의 작업은 전통문양의 현대적 응용 사례이면서, 색채와 도상이 현대 회화 안에서 정서적·구조적·상징적 깊이를 얻는 장면이다.
앞으로 고동희 작가의 색채와 도상은 세 방향에서 확장될 수 있다. 첫째, 색채 연구의 정교화다. 오방색의 기본 체계와 함께 중간색, 색동 구조, 금색과 흑백의 대비, 투명한 색층, 화면 내부의 색채 리듬을 세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 전통 색채 표준화 연구가 오방색과 오간색의 실제 사용 양상을 분석한 것처럼, 고동희의 회화에서도 실제 색면의 관계와 배색 구조를 구체적으로 읽을 필요가 있다.
둘째, 도상 연구의 확장이다. 모란, 연꽃, 봉황, 학, 기린, 단청, 태극, 색동을 개별 의미로 해석하는 단계에서, 이 도상들이 화면 안에서 어떻게 파편화되고 세포화되며 관계를 만드는지 살펴야 한다. 봉황문 인문보 연구가 문양, 색채, 표현 기법을 함께 분석한 것처럼, 고동희의 도상도 상징·색채·기법의 복합 체계로 읽을 수 있다.
셋째, ‘결’의 담론화다. 고동희 작가의 결은 한국적 현대성을 설명할 수 있는 유효한 개념이다. 결은 표면의 질감, 생명의 방향, 마음의 흐름, 기억의 층, 색의 축적, 문양의 관계를 함께 포괄한다. 이 개념을 더욱 깊게 발전시키면, 고동희 작가의 작업은 전통문양 회화의 범주 안에서만 머물지 않고 한국 현대회화의 색채·도상·시간성 논의로 확장될 수 있다.
종합하면, 고동희 작가의 색채는 오방색의 상징 체계를 현대적 색면과 중첩의 구조로 변환한다. 그의 도상은 모란, 연꽃, 봉황, 학, 기린, 단청, 색동, 태극 등 전통 상징을 결의 세포로 재조직한다. 그의 화면은 전통의 기원과 현재의 감각, 생명의 흐름과 색의 층, 기억의 파편과 조형적 질서를 함께 품는다.
하몬 서클 구조로 보면, 고동희 작가는 전통 속에 있던 주체로 출발해, 결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오방색과 도상의 세계로 들어가, 문양의 내밀한 흐름을 탐색하고, 관계의 풍경을 발견하고, 한국적 현대성의 자원을 품고, 회화 화면으로 돌아오며, 마침내 전통을 살아 있는 색채와 도상의 언어로 변화시킨다.
고동희의 ‘결’은 색이 지나간 자리이며, 문양이 다시 숨을 얻는 방식이며, 한국적 미감이 현재의 화면에서 자라나는 구조다. 그의 회화가 가진 가장 큰 힘은 여기에 있다. 색의 층은 쌓이고, 선의 리듬은 흐르고, 도상의 세포는 번식하며, 관람자의 눈앞에서 전통은 다시 하나의 생명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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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협회 아이테르 [ AITHER ] 부산전시관
아이테르 AI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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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희 기획전
10:00 ~ 18:00 (KST)
아이테르 범일가옥
26.05.10. - 26.05.17.
Atmosphere of Dano : AITHER beomil house / Goh Dong Hee solo exhibition
[최근 연구 경향으로 본 고동희 작가의 색채와 도상]
1. 숨결이 처음 이름을 얻는 자리: ‘결’을 붙드는 화가
고동희 작가의 회화는 한국 전통문양, 오방색, 식물적 선, 길상 도상, 중첩된 색면이 한 화면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작업이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 중심에 ‘결’이라는 단어를 둔다. 작가 노트에서 ‘결’은 나무결, 바람결, 숨결, 마음결처럼 사물과 생명 안쪽에 흐르는 방향과 힘, 존재를 지탱하는 고유한 리듬으로 설명된다. 이 단어는 물질의 표면을 가리키면서도 마음의 흐름, 기억의 방향, 시간의 층위를 함께 품는다. 고동희에게 결은 회화의 주제이자 방법이며, 색과 문양을 다시 배열하는 사유의 축이다.
작가는 전통문양을 시간의 결, 기억의 결, 삶의 결을 드러내는 매개로 삼는다. 문양은 오래된 장식의 흔적이면서, 동시에 인간이 삶 속에서 품어 온 기원과 바람의 형상이다. 고동희의 화면에서 모란, 연꽃, 봉황, 학, 기린, 단청, 색동, 태극, 오방색은 각각의 상징을 지니면서도 서로의 색과 선 안으로 스며든다. 이때 문양은 하나의 의미로 고정되지 않는다. 그것은 색의 층에 들어가고, 선의 흐름에 기대며, 화면 전체의 생명감을 구성한다.
고동희 작가의 2025년 작품 목록에는 「결-노래하다」, 「결-월하밀회」, 「결-무동」, 「결-청금상련」, 「결-춘색만원」 등이 기록되어 있다. 모두 수채지 위 아크릴로 제작되었고, 72.7×60.6cm, 65.1×53.0cm, 53.0×45.5cm 등 중형 평면 회화의 크기를 갖는다. 이 작품명들은 ‘결’이 일회적 주제가 아니라 연작 전체를 관통하는 감각적 질서임을 보여준다. 노래, 달빛, 춤, 연꽃, 봄빛이라는 제목의 정서는 색채와 도상이 회화 안에서 감정의 장면으로 피어나는 방식을 암시한다.
작가의 이력은 이러한 화면을 뒷받침한다. 고동희는 동의대학교 대학원 예술학 석사 출신이며, 한국현대창작예술협회 회장, 한국秀미술대전 운영위원장, 한국현대미술협회 초대이사, 한국국제그랑드페스티벌 운영위원 등으로 활동해 왔다. 2021년 「정·중·동 문양에 흐르는 선」, 2022년 「식물에 투영된 전통 美」와 같은 전시 제목은 그가 오랜 기간 전통문양, 식물성, 선, 한국적 미감에 관심을 두어 왔음을 보여준다.
최근 연구 경향을 보면 한국 전통 색채와 문양은 회화, 복식, 디자인, 영상문화, 건축, 문화상품 영역으로 넓게 확장되고 있다. 2020년 「현대 한국화에 나타난 오방색의 표현 연구」는 음양오행의 표상을 통해 현대 한국화에서 오방색이 갖는 의미와 표현 양상을 고찰한다. 이 연구는 한국 현대화를 규정하는 데 한국 고유의 정신성과 색 체계가 중요하다고 본다.
2024년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봉황문 인문보의 문양 분석과 색채 및 표현 기법 연구」는 봉황문에 담긴 문양의 의미, 오방색과 음양오행 원리에 따른 색채 상징성, 조선시대 전통 채색 기법을 함께 분석한다. 이 연구는 전통 문양과 색채가 현대 회화, 공예, 디자인, 건축 분야에서 재해석될 수 있음을 제시한다. 2025년 「K-pop 데몬헌터스 의상디자인에 나타난 韓國 傳統 色彩와 文樣의 象徵性」은 대중 영상문화 속 의상디자인에 나타난 한국 전통 색채와 문양의 상징성을 다룬다. 이는 전통문양 연구가 박물관 유물 연구에서 대중문화 이미지 분석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흐름 안에서 고동희 작가의 작업은 매우 선명한 위치를 갖는다. 그는 전통문양과 오방색을 회화 화면 안으로 불러오지만, 도상 설명을 위한 삽화처럼 사용하지 않는다. 작가는 문양의 구조를 해체하고, 고유한 결을 추출한 뒤, 색의 겹침과 스밈, 번짐으로 다시 짠다. 그의 색채는 전통을 표시하는 표지에 머물지 않고 화면의 밀도와 호흡을 만든다. 그의 도상은 문화적 상징을 담으면서도 화면 안에서 조형적 세포처럼 움직인다.
고동희 작가의 작품 설명 자료는 이 점을 분명히 한다. 작품에는 모란·연꽃, 봉황·학·기린, 단청·기하문·연속문·색동 배열, 태극과 오방색 계열의 균형적 배치가 등장한다. 모란과 연꽃은 부귀, 평안, 생명의 순환을 떠올리게 하고, 봉황·학·기린은 길상과 초월의 감각을 불러낸다. 단청과 색동은 한국적 색채의 축제성을 만들고, 태극과 오방색은 우주적 질서와 균형의 감각을 제공한다.
지금 고동희 작가를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최근 연구가 전통 색채와 문양을 현대 시각문화 속에서 새롭게 분석하고 있다면, 고동희의 회화는 그 흐름을 회화적 몸짓으로 실천한다. 그의 작업은 한국 전통문양의 현대적 활용 사례이면서, 색채와 도상이 생명적 리듬으로 재조직되는 장면이다. 하몬 서클의 두 번째 단계인 ‘필요’는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작가에게 필요한 것은 전통을 다시 그리는 행위가 아니라, 전통 안쪽에 흐르는 감각을 현재의 화면으로 깨우는 일이다.
고동희 작가에게 이 진입은 전통문양과 오방색의 세계 속으로 깊이 들어가는 일이다. 그는 전통을 외부에서 관찰하지 않는다. 문양의 선 안으로 들어가고, 색의 기원 안으로 들어가며, 오래된 상징이 오늘의 감각과 만나는 지점을 찾는다.
오방색 연구는 고동희 작가의 색채를 이해하는 핵심 배경이다. 「한국 전통 색채의 표준화를 위한 색상제안」은 조선 사회의 생활문화 속에서 오방색과 오간색의 실제 사용 양상을 분석하고, 문헌과 유물 측색을 통해 전통색 연구의 기준을 마련하고자 했다. 이 연구는 오방색에서 파생된 중간색의 존재와 현대적 적용 가능성을 함께 제시한다.
이 관점은 고동희의 회화를 읽을 때 중요하다. 그의 화면에서 오방색은 청·적·황·백·흑의 교과서적 배열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색은 강렬한 색면, 모자이크처럼 분절된 색동 구조, 금색과 흑백의 대비, 겹침과 스밈의 층으로 변형된다. 전통색은 화면 위에서 다시 숨을 쉬며, 기호에서 감각으로, 상징에서 리듬으로 이동한다.
작가가 전통문양의 세계로 들어가는 방식은 도상에서도 확인된다. 그는 봉황, 용, 연꽃, 일월오봉도, 어해도 등 여러 상징을 조화로운 삶을 바라는 인간의 마음결로 이해한다. 여기서 문양은 옛 그림의 소재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불안과 바람, 생명과 회복, 풍요와 평안을 다루기 위해 만들어 낸 시각적 언어다.
고동희 작가가 이 세계로 들어가는 순간, 전통문양은 과거의 이미지로 멈춰 있지 않다. 선은 다시 흐르고, 색은 다시 번지고, 도상은 다시 관계를 맺는다. 그는 문양을 고스란히 옮기지 않는다. 문양의 내부에서 흐르는 방향을 읽는다. 그 방향이 바로 결이다. 이 단계에서 고동희의 작업은 전통의 문턱을 지나 회화적 탐색의 숲으로 들어간다.
작가 노트에 따르면 작업의 시작은 문양의 본질적 선을 읽는 일이다. 선의 방향, 굵기, 끊김, 흐름은 모두 결을 드러내는 정보다. 작가는 문양의 구조를 해체하고, 고유한 결을 추출하고, 색의 겹침·스밈·번짐으로 다시 짠다.
이 과정에서 해체는 파괴가 아니라 청취에 가깝다. 작가는 문양을 부수기 위해 해체하지 않는다. 오래된 상징 안에 숨어 있는 리듬을 듣기 위해 문양의 결을 풀어낸다. 선이 어디서 시작되고 어디로 흐르는지, 어느 지점에서 끊기고 다시 이어지는지, 어떤 색과 만나 새로운 밀도를 만드는지 살핀다. 그래서 그의 회화에서 선은 윤곽선의 기능에 갇히지 않는다. 선은 마음이 지나간 길이며, 시간의 주름이며, 생명의 이동 경로다.
최근 문양 연구도 이 방향과 호응한다. 봉황문 인문보 연구는 봉황문에 담긴 발생 배경, 각 문양의 의미, 오방색과 음양오행 원리에 따른 색채 상징성, 조선시대 전통 채색 기법을 함께 다룬다. 이 연구는 전통 도상을 문양, 색채, 기법이 결합된 복합 체계로 읽어야 함을 보여준다. 고동희 작가의 화면 역시 도상과 색채, 기법이 서로 분리되지 않는다. 문양은 색 안에 들어가고, 색은 선의 리듬을 만들며, 선은 다시 도상의 기억을 화면 전체에 퍼뜨린다.
작가의 탐색은 전통문양의 현대적 재배치로 이어진다. 작가는 고대의 상징이 오늘의 감각과 만날 때 어떤 새로운 결을 만들 수 있는지 질문한다. 이 질문은 고동희 회화의 미학적 핵심이다. 전통문양은 익숙한 도상으로 출발하지만, 화면 안에서는 색과 리듬의 결에 따라 새 서사를 얻는다.
이 단계에서 고동희의 회화는 조용하지만 집요하다. 그는 전통의 큰 이름을 앞세우기보다 선의 작은 떨림, 색의 미세한 층, 문양의 보이지 않는 호흡을 붙든다. 화면은 한 번의 제스처로 완성되지 않는다. 여러 차례의 중첩과 투명한 색층이 쌓이며 결이 깊어진다. 작가가 말하듯 결은 쌓여야 한다. 그 축적의 시간 속에서 회화는 점차 숨을 얻는다.
전통문양의 힘이 개별 도상에만 있지 않고, 도상들이 서로 관계를 맺는 방식에 있다는 점이다. 작품 설명 자료는 이를 ‘관계의 풍경’으로 설명한다. 하나의 결이 다른 결을 부르고, 서로 이어지며 관계의 풍경을 만든다.
이 발견은 색채에서도 나타난다. 고동희 작가의 색은 전통 오방색을 바탕으로 삼지만, 현대 색면 회화의 감각으로 확장된다. 오방색은 강렬한 색면 회화적 블록, 모자이크처럼 분절된 색동 구조, 금색과 흑백의 대비로 변형된다. 이 배열은 전통색의 영적 상징과 현대 추상미술의 색 사유를 함께 불러낸다.
이때 색은 화면을 꾸미는 요소가 아니다. 색은 화면의 숨결을 만든다. 청색은 깊이와 생명의 방향을 열고, 적색은 에너지와 열기를 밀어 올리며, 황색은 중심성과 대지의 감각을 제공한다. 백색은 숨 쉴 공간을 만들고, 흑색은 화면을 붙드는 깊이를 만든다. 금색은 상서로움과 장엄함을 더한다. 색들은 각자의 상징을 지닌 채 서로 겹치고 스며들며 하나의 결을 만든다.
도상에서도 같은 발견이 일어난다. 작품 설명 자료는 전통문양이 그 자체의 상징에만 머물지 않고 결을 이루는 하나의 세포가 된다고 설명한다. 세포는 생명체의 기본 단위다. 각각은 작지만, 서로 연결될 때 조직이 되고 몸이 된다. 고동희의 화면에서 모란, 연꽃, 봉황, 학, 기린, 단청, 색동, 태극은 각각의 상징을 지니면서도 화면 전체의 생명체를 구성한다.
고동희가 발견한 ‘결’은 결국 색채의 결, 문양의 결, 삶의 결, 기억의 결, 생명의 결을 함께 포괄한다. 작가는 전통의 결을 현재의 감각으로 재구성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화면 속 문양들은 멈춘 형태가 아니라 움직이는 생명체처럼 보인다. 서로 얽히고, 흐르고, 밀고, 당기며 새 질서를 만든다.
전통문양과 오방색의 세계에서 품고 나오는 것은 한국적 현대성의 회화적 자원이다. 그는 전통을 학술적 표본으로 가져오지 않는다. 색과 선, 문양과 기억, 생명과 기원을 한 화면 안에서 다시 움직이게 하는 힘으로 가져온다.
첫째, 그는 오방색을 현재적 색면으로 변환한다. 오방색은 음양오행과 연결된 전통 색채 체계이며, 방향과 질서, 보호와 생명, 균형의 상징을 품는다. 최근 연구에서도 오방색은 현대 한국화, 전통 문양 분석, 대중문화 의상디자인의 핵심 색채 체계로 반복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고동희는 이 색 체계를 화면 안에서 분절하고 겹치며 색면의 흐름으로 만든다.
둘째, 그는 도상을 기원의 언어로 가져온다. 모란과 연꽃은 풍요와 생명의 순환을, 봉황·학·기린은 길상과 상승의 감각을, 단청과 색동은 한국적 축제성과 질서를 불러온다. 고동희는 이 도상들을 화면 안에서 서로 맞물리게 하며, 삶의 회복과 평안, 기억과 생명의 이미지로 다시 작동시킨다.
셋째, 그는 겹침을 방법론으로 삼는다. 작가 노트에서 그는 여러 번의 중첩과 투명한 색층을 올리는 과정에서 화면의 결이 깊어진다고 말한다. 결은 한 번에 완성되지 않고, 쉬고 다시 일어서는 호흡 속에서 만들어진다. 이 말은 그의 회화가 빠른 이미지 소비의 리듬과 다른 시간을 지닌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의 색은 즉각적인 시각 효과를 향하지 않고, 반복과 축적 속에서 밀도를 얻는다.
넷째, 그는 지역 기반 회화의 공공성을 품는다. 고동희는 울산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울산문화예술회관, 울산과학관, 울주문화예술회관 등 지역 전시 공간에서 꾸준히 전시했다. 2025년에는 KBS 울산 시사투데이에서 울산지역미술과 창작 저변 확대 방안에 관해 인터뷰한 이력도 있다. 그의 작업은 전통문양과 색채를 통해 일반 관람자에게 접근 가능한 시각 언어를 제공하면서, 현대 회화의 해석적 깊이도 확보한다.
이 단계에서 고동희의 회화는 한국적 현대성이라는 문제와 만난다. 한국적 현대성은 과거 양식의 복원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래된 감각을 현재의 언어로 다시 호흡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고동희의 ‘결’은 바로 그 과정의 이름이다.
하몬 서클의 일곱 번째 단계는 귀환이다. 고동희 작가는 전통문양과 오방색의 세계에서 얻은 결을 회화 화면으로 가져온다. 이 귀환은 2025년 ‘결’ 연작에서 구체화된다.
「결-노래하다」는 결을 음악적 리듬으로 확장하는 작품으로 읽을 수 있다. 제목의 ‘노래하다’는 선과 색, 문양이 화면 안에서 울림을 만든다는 점을 암시한다. 작가가 말한 선의 방향, 굵기, 끊김, 흐름은 악보의 박자처럼 작동한다. 색의 반복은 후렴처럼 돌아오고, 문양의 파편은 음표처럼 흩어진다. 수채지 위 아크릴이라는 재료는 종이의 흡수성과 아크릴의 선명한 발색을 결합해 부드러운 바탕과 강한 색채 리듬을 함께 만든다.
「결-월하밀회」는 달빛과 은밀한 만남의 정서를 품는다. 월하는 부드러운 빛, 야간의 정조, 숨은 감정을 불러온다. 밀회는 공개된 상징보다 사적인 마음의 흐름을 암시한다. 이 작품에서 색채는 강한 축제성만으로 읽히지 않고, 빛과 어둠, 은은한 대비, 감춰진 선의 결을 통해 마음결의 회화로 다가온다. 작가가 결을 보이지 않는 방향과 힘으로 설명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내면의 은밀한 파동을 담은 화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무동」은 움직임과 신명을 전면화한다. 무동은 전통 연희, 춤, 몸의 리듬을 떠올리게 한다. 작품 설명 자료에서 선·면·문양은 서로를 관통하며 인연과 생의 흐름을 암시한다고 되어 있다. 이 작품에서 문양은 춤추는 몸처럼 작동한다. 선은 동선이 되고, 색면은 장단이 되며, 도상은 움직임의 잔상으로 남는다. 전통 도상은 화면 안에서 신명과 리듬의 구조로 되살아난다.
「결-청금상련」은 색채와 도상의 결합이 가장 선명한 제목이다. 청색과 금색, 연꽃의 상징이 함께 읽힌다. 연꽃은 작가 노트에서 순정의 상징으로 언급되며, 작품 설명 자료에서도 모란·연꽃은 부귀·평안·생명의 순환과 연결된다. 청색은 생명과 깊이, 금색은 장엄함과 길상성, 연꽃은 정화와 순환의 감각을 만든다. 이 작품에서 도상은 색 안에 들어가고, 색은 도상의 의미를 확장한다.
「결-춘색만원」은 봄빛과 충만함의 회화다. 제목은 생명력, 회복, 풍요, 만복의 이미지를 불러낸다. 작품 설명 자료는 고동희의 화면을 여러 문양·색·결이 공존하며 삶, 시간, 기억, 운이 엮인 정원처럼 보인다고 설명한다. 「결-춘색만원」은 이 ‘만복의 정원’ 이미지와 가장 가까운 작품으로 읽힌다. 봄의 색은 화면 전체를 자라나는 생명체처럼 만들고, 전통문양은 그 생명체 안에서 복과 기원의 세포로 움직인다.
이 작품들은 모두 전통으로부터 돌아온 회화다. 그러나 돌아온 전통은 과거의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색은 현재의 감각으로 밝아지고, 문양은 조각나며, 도상은 관계의 구조 속에서 다시 살아난다. 고동희 작가의 화면은 전통이 현재의 회화 속에서 숨을 쉬는 장소다.
고동희 작가의 변화는 전통문양의 활용에서 ‘결의 미학’으로 응축되는 과정에서 드러난다. 작가는 오랜 기간 한국의 멋, 전통미, 식물의 선, 문양, 정중동을 다루어 왔다. 2025년 ‘결’ 연작은 이 흐름을 한층 선명한 개념으로 모은다. 작가 노트는 한국적인 색의 결, 전통문양의 상징적 결, 화면 안에서 새롭게 생성되는 추상적 결이 교차하며 작품이 완성된다고 밝힌다.
관람자의 변화도 중요하다. 고동희의 작품 앞에서 관람자는 모란, 연꽃, 봉황, 단청, 색동, 오방색을 익숙한 전통 이미지로만 바라보기 어렵다. 이 요소들은 색면과 선의 흐름 속에서 새롭게 움직인다. 문양은 기호이며, 기억이며, 세포이며, 관계다. 색은 상징이며, 시간이며, 호흡이다. 고동희의 회화는 관람자가 전통을 살아 있는 감각 구조로 경험하게 만든다.
최근 연구 경향 속에서 고동희 작가의 위치는 선명하다. 2020년대 연구들은 오방색과 전통문양을 현대 한국화, 궁중문양, 대중문화 의상, 전통색 표준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분석하고 있다. 고동희 작가는 이 흐름과 회화적으로 만난다. 그의 작업은 전통문양의 현대적 응용 사례이면서, 색채와 도상이 현대 회화 안에서 정서적·구조적·상징적 깊이를 얻는 장면이다.
앞으로 고동희 작가의 색채와 도상은 세 방향에서 확장될 수 있다. 첫째, 색채 연구의 정교화다. 오방색의 기본 체계와 함께 중간색, 색동 구조, 금색과 흑백의 대비, 투명한 색층, 화면 내부의 색채 리듬을 세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 전통 색채 표준화 연구가 오방색과 오간색의 실제 사용 양상을 분석한 것처럼, 고동희의 회화에서도 실제 색면의 관계와 배색 구조를 구체적으로 읽을 필요가 있다.
둘째, 도상 연구의 확장이다. 모란, 연꽃, 봉황, 학, 기린, 단청, 태극, 색동을 개별 의미로 해석하는 단계에서, 이 도상들이 화면 안에서 어떻게 파편화되고 세포화되며 관계를 만드는지 살펴야 한다. 봉황문 인문보 연구가 문양, 색채, 표현 기법을 함께 분석한 것처럼, 고동희의 도상도 상징·색채·기법의 복합 체계로 읽을 수 있다.
셋째, ‘결’의 담론화다. 고동희 작가의 결은 한국적 현대성을 설명할 수 있는 유효한 개념이다. 결은 표면의 질감, 생명의 방향, 마음의 흐름, 기억의 층, 색의 축적, 문양의 관계를 함께 포괄한다. 이 개념을 더욱 깊게 발전시키면, 고동희 작가의 작업은 전통문양 회화의 범주 안에서만 머물지 않고 한국 현대회화의 색채·도상·시간성 논의로 확장될 수 있다.
종합하면, 고동희 작가의 색채는 오방색의 상징 체계를 현대적 색면과 중첩의 구조로 변환한다. 그의 도상은 모란, 연꽃, 봉황, 학, 기린, 단청, 색동, 태극 등 전통 상징을 결의 세포로 재조직한다. 그의 화면은 전통의 기원과 현재의 감각, 생명의 흐름과 색의 층, 기억의 파편과 조형적 질서를 함께 품는다.
하몬 서클 구조로 보면, 고동희 작가는 전통 속에 있던 주체로 출발해, 결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오방색과 도상의 세계로 들어가, 문양의 내밀한 흐름을 탐색하고, 관계의 풍경을 발견하고, 한국적 현대성의 자원을 품고, 회화 화면으로 돌아오며, 마침내 전통을 살아 있는 색채와 도상의 언어로 변화시킨다.
고동희의 ‘결’은 색이 지나간 자리이며, 문양이 다시 숨을 얻는 방식이며, 한국적 미감이 현재의 화면에서 자라나는 구조다. 그의 회화가 가진 가장 큰 힘은 여기에 있다. 색의 층은 쌓이고, 선의 리듬은 흐르고, 도상의 세포는 번식하며, 관람자의 눈앞에서 전통은 다시 하나의 생명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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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협회 아이테르 [ AITHER ] 부산전시관
아이테르 AITHER
부산 갤러리/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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