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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질>은 기억과 감정의 표면을 탐구하는 회화 작업이다.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감각과 감정을 경험하고, 그것들은 무수한 기억으로 퇴적된다. 그러나 이 기억들은 고정된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기억은 점점 더 흐릿해지거나, 혹은 특정 감정에 의해 왜곡되고 재구성된다. 과거의 한 장면은 원래의 의미와는 다른 감정의 색을 입고 우리 마음속에 다시 떠오르기도 하며, 때로는 그 존재조차 모호하게 부유한다. 나는 바로 이러한 유동적이고 파편화된 기억의 성질에 주목했고, 그것을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작업에 몰두했다.
기억은 단순한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감정과 시간의 층위를 머금은 복합적 구조이다. 그 구조는 마치 겹겹이 쌓인 지층과도 같아서, 어떤 기억은 선명하게 드러나는 반면, 어떤 기억은 오랜 시간 동안 눌리고 뒤엉켜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나는 이러한 기억의 상태를 '껍질'이라는 개념으로 치환했다. 여기서 '껍질'은 단순한 외피나 보호막이 아니다. 그것은 감정과 기억이 응집되고 축적된 감각의 지층이며, 동시에 개인의 내면을 드러내는 은유적 경계이자 흔적이다. 껍질은 보호의 기능을 하기도 하지만, 일정한 조건이나 계기에 의해 벗겨지면서 그 안에 감춰져 있던 본질을 드러내는 가능성 또한 내포하고 있다.
<껍질>에서 나는 이러한 개념을 구체적인 형상이나 특정 대상을 통해 재현하지 않았다. 오히려 감정의 리듬, 기억의 파편, 내면의 흐름 자체를 회화적 언어로 구현하고자 했다. 색의 배치, 선의 움직임, 그리고 붓질의 밀도와 방향성은 모두 감정의 표면을 형성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붓질은 반복되고, 덧칠되며, 지워지고 다시 등장하면서 마치 한 겹씩 껍질을 벗겨내듯 화면 위에 시간과 감정의 흔적을 남긴다. 이 과정을 통해 감정은 고정된 상태가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고 층을 이루는 존재로 드러난다.
작업을 진행하면서 나는 감정이 단순히 표출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축적되고 퇴적되며 재구성되는지를 관찰했다. 감정은 일종의 흐름이며, 그 흐름은 때로는 부드럽고 유연하게, 때로는 날카롭고 격렬하게 움직인다. 나는 이 흐름을 포착하기 위해 물리적인 붓질뿐만 아니라, 색의 농도와 밝기, 경계의 모호함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특히 특정 색조가 겹쳐지고 교차되는 부분에서는 감정의 충돌과 혼재를 시각적으로 구현하고자 했다. 그것은 마치 한 인물의 내면에서 서로 다른 기억이 만나 갈등하고, 때로는 화해하는 장면과도 닮아 있다.
또한, 화면 위의 색과 질감은 일종의 ‘감정의 표면’으로 기능한다. 이것은 단지 시각적인 표현 그 자체가 아니라, 관람자에게 촉각적이고 심리적인 경험을 유도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관람자는 색의 겹침과 선의 흔들림, 그리고 붓질의 층위를 따라가며 각자의 기억과 감정의 층을 떠올릴 수 있다. 나는 이 작업을 통해 회화가 단순한 시각적 재현을 넘어, 내면의 감각을 환기하고 사유의 공간을 열 수 있는 가능성을 실험하고자 했다.
결국 <껍질>은 감정과 기억의 불확실한 형상을 시각적으로 드러냄으로써, 그 다층적인 구조를 탐구하려는 시도이다. 그것은 기억의 표면을 따라가며 그 아래 숨겨진 감정의 층위를 마주하게 하는 일종의 심리적 탐사이며, 관람자에게도 그 여정을 함께 하도록 제안하는 시각적 장치이다. 나는 이 작업을 통해, 우리가 가진 기억과 감정의 본질이 단일하고 선형적인 것이 아니라, 겹겹이 쌓이고 충돌하며 유동하는 존재임을 말하고 싶었다. <껍질>은 그러한 복잡한 내면의 구조를 회화적으로 구현하고자 하는 나의 시도이며, 그 안에서 관람자가 각자의 기억과 감정을 새롭게 인식하고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자 한다.
Artwork Frame
:
Yes ( )
No( O )
price
:
1,200,000 원(KW)
Introduction to the work
:
Artist Name : 양준범
Title : 껍질
Material : Oil on Canvas
size : 72.7x60.6
date : 2025
Artist history
Exhibition records
:
2025 Group Exibition <Basic Painting>, 스페이스제로, 종로구 서울
Awards
:
없음
Education
:
상명대학교 생활예술전공
Website and Social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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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gram
@y__be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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